8부 능선, 10개월 아기

엄마트랄로 피테쿠스의 도래

by 박보리

제목을 보고 아기가 10개월 되면 고생 끝이구나 하면 오해입니다. 8부면 다 왔네 해도 오만이죠.


그러나, 그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신생아 돌보기는 거의 그럭저럭 마무리되가는 느낌입니다. 왜냐면 아이가 밥을 잘 먹고(6개월부터 이유식 시작합니다) 더 잘 놀면서(붙잡고 서기, 기어오르기 등 운동능력이 발달합니다) 낮잠을 길게 자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그러나아, 아 그래서 10개월 되면 당연히 자연스럽게 잘 자는구나 하면 만만의 콩떡입니다. 아기가 잘 잔다는 건 부모가 아기가 깨있는 동안 잘 먹이고 잘 놀아줬다는 반증입니다. 이게 아귀가 안 맞으면 엄마가 재우다가 자리를 뜨면 애도 같이 깹니다. 아기가 낮잠을 어른도 잠시 숨을 돌릴 수 있기네 너무나 소중한 이 시간, 10개월 되니 오네요.


이제 좀 정신이 차려지고 슬슬 딴생각도 들고 있어요. 일단 말투가 바뀌었어요. 쓸쓸한 독백 같던 전장에서 부치는 편지체에서 뭔가 동글동글해지고 있습니다.


맘속에 여유가 생기니 퇴근한 남편 째려보며 거칠게 차리던 밥상도 어제는 놀러 갔다가 산 예쁜 앞치마도 두르고 준비했답니다. ‘오늘 예쁘네’ 한마디 던지는 남편에게 오만가지 비판적인 생각을 누르고 ‘그러엄, 나도 매일 예쁜 앞치마에 예쁜 옷 입고 있으면 예뻐’ 정도로 둥글둥글(?) 받아줍니다. 예쁘게 잘 챙겨 입고서 애 잘 봐주고 안 째려보고 저녁 해주니까 좋다는 얘기라는 거 압니다. 전업주부 업무를 기쁘게 클리어해줘서 만족스럽다 그 이야기인 거 압니다.


그렇지만 남편은 내 맘속에 뭔가 꿈틀거리기 시작해서 개의치 않는 것뿐이라는 걸 모를 겁니다.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네발로 이동하던 인류가 직립보행(걷기)을 하면서 손이 자유로워져 도구를 자유롭게 쓰고 활동이 다양해지면서 뇌가 발달하게 된 것을 말하죠. 지금 제가 그렇습니다. 아기가 제 품을 떠나 낮잠을 두어 시간을 홀로 자면서 제 팔에 자유가 돌아왔습니다. 이 시간 무엇이든 해야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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