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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쪼 Oct 03. 2018

‘라면 한입만’의 합의점은 어디인가!

나는 꽤 좋은 룸메이트다. 왜냐하면 밤 10시에 라면을 즐겨 먹고, 물을 올리기 전에 모두에게 함께 먹을지를 꼭 물어보기 때문이다. 정 없이 혼자만 라면을 끓여 먹거나 라면 먹고 싶지 않느냐며 상대에게 끓이기를 압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소한 앙금이 쌓여 큰 싸움으로 번지는 법. 먹고 싶은 사람이 끓이는 거고 밤 라면은 같이 먹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맛있게 나눠 먹으면 배도 부르고 기분도 좋은데, 문제는 안 먹는다고 했다가 젓가락 들고 덤비는 사람들이다. 라면 한 개는 정확히 1인분인데 한 젓가락이 한 젓가락으로 끝난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게다가 나의 경우 라면 한 개에 달걀을 두 개 넣는데(하나는 통으로 모양을 유지하고 하나는 훌훌 풀어 국물을 더 맛있게 만든다) 분명 안 먹겠다던 사람이 달걀을 두 개나 풀어 넣었으니 하나는 자기를 달라며 온전한 달걀 하나를 숟가락으로 떠 가면 이건 뭐 싸우자는 거다. 두 달걀이 엄연히 모양과 맛이 다른데 반숙 통달걀을 가져가는 건 진짜 얍삽한 짓 아니냐고.


첩첩산중인 건 이렇게 얍삽한 짓을 한 사람일수록 마지막 설거지까지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래서 한때 라면을 안 먹겠다고 했다가 은근 슬쩍 자리 깔고 앉아 달걀까지 뺏어 먹는 사람은 인간적으로 신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는데 그래 라면은 그냥 라면일 뿐이고 안 먹겠다고들 했지만 끓이면 같이 먹으려나 싶어 결국 다 같이 모여 있을 때면 달걀만은 넉넉하게 넣게 되었다. 그래서 국물도 거의 없이 자박하게 끓이는 내 라면에는 누가 먹든 안 먹든 달걀 네 개가 둥둥 떠 형용할 수 없는 비주얼이……. 아아, 라면 한입만 문제, 도대체 합의점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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