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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쪼 Dec 28. 2018

결코 절대적이지 않은 글쓰기 조언

내가 지금부터 하는 말은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 이것은 수많은 편집자 중 한 명의 의견일 뿐,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나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처럼 절대적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님을 미리 말해둔다.



‘나는 이런 글을 찾습니다’, ‘글 쓸 때 읽으면 도움 되는 책’ 등에 대해 써달라고 부탁을 받았는데 솔직히 말하면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렇게 구체적인 주제를 청탁받아도 별생각이 없는데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앞두고 머릿속이 진공 상태가 되는 여러분의 심정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내가 더 심각하다. 나는 참가자가 아니라 코워커니까! 이제 그만 놀고 생각을 해내라고 김은경!!



다행히 몇 주 전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출판사 대표님들과 모여서 이번 프로젝트 진행 사항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는데 누군가가 다들 기획을 어떻게 하시냐고 물었다. 당시에는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님, 스리체어스의 이연대 대표님, 유유의 조성웅 대표님이 자리했는데 한 명씩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다 보니 나를 포함하여 전원이 ‘내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을 기획한다는 쪽에 의견이 모아졌다. 아아, 이 편집자들이여. 업계 평균 연봉을 들으면 한숨이 나오는 이 바닥에서 재미조차 없으면 이 세계에 남아 있는 의미도 없겠지. 즉, 편집자란 자신의 일에서 ‘재미’를 찾는 사람, 콘텐츠 덕후인 것이다.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출판사와 책을 내고 싶다면 사람의 마음, 특히 편집자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아야 한다. 결코 어정쩡하게 사로잡아서는 안 되는데 그 이유는 출판사의 계약 시스템 때문이다. 한 편집자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아이템(혹은 원고)을 찾았다고 가정해보자. 그 사람은 아이템을 서면으로 정리하여 편집팀장을 설득하고, 마케팅팀에 어필한다. 그리고 이들이 설득되면 최종적으로 대표에게 서류가 올라간다. 즉, 계약이 되기까지는 몇 개의 산을 넘어야 하는데 담당자가 어정쩡하게 마음을 빼앗긴 원고라면 산을 몇 개 넘기도 전에 지쳐 포기해버리게 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하지만 바꿔 말하자면, 편집자가그 원고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면 그 사람은 무슨 수를 써서든 동료들을 설득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콘셉트도 다시 짜보고, 매력적인 제목도 지어보고, 예상 판매 부수도 약간 뻥튀기해보고, 직접 리라이팅해서 샘플 원고를 짜본다든가, 메일과 구두 설명은 물론 손짓 발짓을 섞어 왜 이 원고가 책으로 나와야 하는지를 열심히 어필할 것이다. 목표는 단 하나, 당신의 원고를 이 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그렇다면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 개인적 의견이지만 좋은 에세이에는 두 가지 중 하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메시지(혹은 정보)를 담거나,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거나. 우리는 돈과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읽는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 돈과 시간만큼의 가치를 가진 무언가를 얻길 원할 것이고, 저자가 줄 수 있는 가장 쉽고도 일반적인 것은 메시지 아니면 감정이다.



좋은 메시지가 담긴 글은 독자의 삶을 확장해준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쪽으로 생각의 길을 터주고 새로운 행동을 하게 만든다. 그런 글은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며 제목만 봐도 용기를 샘솟게 한다. 슬픔, 기쁨, 분노, 후회, 창피함 등 감정이 담긴 에피소드들은 우리의 마음을 충만하게 해준다.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기억은 있게 마련인데 타인의 입에서 그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듣는 순간, 우리는 위로받고 용기를 얻는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웃짤이나 영상을 찾아서 한바탕 웃고 나면 감정적으로 충만해져서 ‘아, 좋은 시간 낭비였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한마디로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읽는 이로 하여금 시간과 등가 교환되는 무언가를 글에 담아야 하고 이것이 바로 책이 되는가, 되지 않는가를 가늠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런 식으로 기획을 한다. 일단 내게 뭔가를 느끼게 해주는 글이나 그림을 찾는다(나는 관념적인 이야기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시선이 담긴 구체적인 콘텐츠를 좋아하는데 이것들에는 남들이 잘 따라 할 수 없는 오리지널리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것에 이미 마음을 홀라당 빼앗긴 나는 그 글이나 그림을 어떤 식으로 엮을지를 고민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판매 사이즈가 작아 내부에서 승인이 안 날 것 같으면 어떻게 하면 판매 사이즈를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한다. 마음에 쏙 드는 바지를 발견했는데 그 옷에 어울릴 만한 신발, 셔츠, 재킷이 없으면 신발, 셔츠, 재킷을 사서라도 그 옷을 입어본 적이 있지 않나? 우리는 바로 그렇게 기획을 하고, 계약을 하고, 책을 만든다. 마음을 빼앗긴 콘텐츠가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심폐 소생하려고 두뇌를 풀가동한다. 



당신이 작가가 되고 싶다면 첫 번째로 해야 할 것은 당연히 자신이 즐거운 글을 쓰는 것이다. 자신이 즐겁게 쓴 글은 타인이 볼 때도 재미있으니까. 이것은 영원불변의 진리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는 이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고민해보시라. 타인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이유, 편집자든 독자든 타인이 이 이야기를 들어야만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시라. 그렇다면 내 글에 무엇을 더 담아야 할지 빈 공간이 보일 것이고 그 자리를 메우는 순간 그 글은 일기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돈을 주고서라도 읽고 싶은 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쯤 되면 많은 사람이 ‘좋아요’로 이정표를 만들어 지나가는 편집자들에게 이것을 책으로 내라고 손짓해주기도 한다. 그렇게 작가가 되는 길이 한 계단 가까워진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이것은 한 편집자의 의견일 뿐이다. 그러므로 당신의 글에서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것을 내가 발견할 수도 있고, 모두가 당신의 글에서 발견한 부분을 내가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다행히 나 외 아홉 명의 편집자가 함께하는 프로젝트이니 내가 못 본 부분은 다른 대단한 분들이 봐주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나는 이 글에 글쓰기 팁과 응원의 메시지를 담았다. 당신은 글에 무엇을 담을 생각이신지?



아, 에세이를 쓰고 있다면 참고할 만한 책은 두 권이다.



《힘 빼기의 기술》 김하나 지음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김은경 지음



너무 속 보이나요? 세 번째로 거듭 말하지만 이것은 한 편집자의 의견일 뿐입니다.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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