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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라 Mar 12. 2017

반디와의 10년

3. 새로운 경험들


3. 새로운 경험들 (4)


  나와 요섭은 중학생이 되었고 마리는 5학년이 되었다. 이 봄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 중 큰 것 두 가지는 중학생이 된 것과 마리가 초경을 시작한 것이다.

  소심한 마리는 걱정이 많았다. 그 걱정들은 이제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라거나 여자가 되었다는 그런 것은 아니었다. 몇 시간마다 생리대를 교환해야 하는가, 밤에 잘 때 어떤 자세로 자야 하는가, 같은 것들로 상당히 필요한 사항 들이었다. 그런 걱정들은 이제 여자가 되었다는 식의 추상적인 고민보다 훨씬 괜찮다.  

나는 사람이 왜 사는가, 인생은 무엇인가, 따위의 추상적인 고민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편이다. 그보다는 어떻게에 치중하는 것을 선호했다. 괜히 어정쩡한 개성속에서 정체감만 잃게 될 고민 같은 것은 안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마리의 고민들에 선뜻 찬성표를 던져주었다.   

그러나 아침에 학교 가면서 엄마 겁나 라고 말하는 마리가 안스러웠다. 이모는 이 것에 대해서 균형의 문제라고 했다. 정신과 몸이 균형을 맞추어 성장하면 좋을텐데, 요즘은 몸이 더 먼저 성장하니 절대적으로 균형감에 있어서 조화롭지 못하다는 설명이었다.

  나는 4학년 초경을 시작할 때 아빠에게 받은 목걸이를 피터에게 보여줬다. 피터는 내 충고를 고마워했다. 며칠 동안 고민한 피터는 하트 모양의 알이 달린 이미테이션 목걸이를 사갖고 들어왔다. 마리는 피터가 만족해 할 만큼 좋아했고 그 자리에서 목에 걸었다. 

한동안 피터는 마리가 목걸이를 하고 있는가에 관심을 가졌다. 슬쩍슬쩍 마리의 목을 훔쳐보면서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중학생이 된 요섭은 약간 폼을 잡기 시작했다. 내가 볼 때는 고작 중딩인데 꽤 나이 먹은 듯 행세하는 것을 보는 것도 제법 볼만한 구경거리였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눈살을 찌푸리는 것으로 대신하고 어디서 배웠는지 해줘, 뭐야, 라는 말투대신 하지, 뭐지, 이런 식으로 끝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일관성이 없어서 꽤 우스웠다. 급박한 상황에 처하면 금방 평소대로 다 튀어나왔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런 행동들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우리가 모른 척 해주는 아량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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