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새로운 경험들
3. 새로운 경험들 (3)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반디는 이젠 완전히 다 자라서 제법 의젓해 졌다. 반디의 의젓함에 대해 이유를 들어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다거나 나이에 맞는 대접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걸음걸이, 짓는 소리, 무턱대고 아무것이나 먹고 뜯지 않는 행동, 또한 이건 좀 주관적이지만 눈빛으로 알 수 있다.
가끔 약간의 거리를 두고 눈이 마주치면 반디는 예전처럼 무턱대고 달려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눈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려는 듯이 정지 상태에서 탐색한다. 그럴 때 약간의 웃는 표정을 지으면 반디의 눈엔 슬슬 장난기가 섞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반디야 라고 부르거나 손을 앞으로 내밀기만 해도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왔다.
반디의 눈에 어리는 장난기를 발견하는 것은 오직 우리들만이 가능하다. 이야기 할 때 우리는 반디의 눈을 본다. 그러면 그 까맣고 큰 눈에 담겨있는 언어들을 대충 알 수 있다. 아, 지금은 이런 기분이구나. 이렇게 하고 싶은 거구나.
물론 다 알 수는 없다. 반디를 키우면서 줄곧 바라는 것은 반디의 생각을 다 아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말을 해줘 반디야, 제발 말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