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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혜원 Aug 14. 2020

너와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전속력을 다해 뛰었어. 오로지 너만 생각하며 그 길을 가로질렀어. 함께 있던 자리에 혼자 기다리고 있을 네가 너무너무 걱정이 돼서. 집문을 열면 혹시라도 네가 황급히 달려오진 않을까 싶어 내가 가진 최소한의 힘으로 손잡이를 잡아당겼어. 역시나 기다렸단 듯이 발 빠른 걸음으로 달려 나오는 너의 모습이 보여. 총명한 너의 눈빛을 느끼며 홀로 기다렸을 너의 하루를 감히 짐작도 해봐. 흐르는 물에 손을 씻자마자 너의 작은 몸을 끌어안고 두 뺨을 정성스레 어루만져도 봐. 너를 위해 없는 다정함까지 끌어모아, 소리에 민감한 너에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도 봐. 너와 난 같은 언어를 같이 쓸 수 없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기에 그 미묘한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눈빛으로 대화를 걸어 애써도 봐. 그러곤 계속해서 물어.

“혜성아. 내 마음이 너에게 닿았어?”라고. 자꾸만 확신 없는 표정으로 왜 너를 바라보는지 알고 있어? 난 여전히 너무 서툴거든. 너에게 주는 내 손길이, 내 표현이, 내 사랑이 너한테 어떻게 전해지고 있을지 모르니까. 네가 정확하게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더 사랑하고 싶은지 모를 때가 많으니까.


혜성아. 넌 우리 집에서 가장 먼저 아침을 맞이하는 한결같은 존재야. 너와 다르게 난 부지런하지 않고, 열정이 한결같지 않은 사람이거든. 가끔은 그런 너의 삶이 부러워서 닮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적도 있어. 그러니까 내 말은 넌 여태 내가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존재라는 거지. 혜성아. 난 네 몸에 해롭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하는 건 좋은 거라고 생각해. 나른한 꿈을 꾸기 위해 네가 가진 모든 힘을 발휘할 줄 아는 너를 보며, 하루의 끝을 맞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너를 보며 아주 많이 느낄 수 있었거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너의 열정이 네가 가진 하루를 얼마나 빛나게 해주는지를 말이야.


찬란한 아침을 맞이할 때마다, 잔잔한 저녁을 마주할 때마다 너의 하루의 안부를 묻고 싶어. 가능하다면 너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 너와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어. 그럴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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