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프랑스에서 일해보니
입사 얼마 후,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고 있는데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종이를 건네 주었다. 나의 프랑스어 실력은 부족했기에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단어가 눈에 띄었다.
‘greve’
프랑스어로 ‘파업’이라는 뜻이다. 종이에 가득찬 글귀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빨갛고 굵게 쓴 ‘파업’이란 글씨는 선명하게 보여 파업과 관계된 것이라 짐작했다.
종이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가서 선임에게 보여주고 무슨 내용인지 물었다.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크게 불평할 듯 없는 근무환경인데 도대체 파업의 주된 이유가 궁금해 선임에게 물었다.
선임은 별거 아니라는 표정을 지으며
“지난 2년간 파업을 안 했으니 할 때가 됬다.”
라는 명료하고도 간단한 답을 주었다. 구구절절하거나 그럴듯한 답을 기대했었는데.
역시 프랑스는 파업의 나라였다.
선임의 사무실을 나와 내 사무실로 돌아와서, 옆 자리 동료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프랑스 국적의 그녀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게 프랑스야. 너도 파업하면 꼭 참여 해야 해”
“어떻게 참여해?”
“회사 나오지마. 집에서 쉬어”
역시 프랑스는 노동자의 나라였다.
외국인 노동자든, 계약직이든 모두 파업만큼은 하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