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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괜찮아

by 박요나


네 소식 들었어.

거대한 목장딸린 친구네 별장에 갔다고.

산골단칸방 우리집에 한번 놀러오라는 말엔 대답도 없더니.


넌 오늘도 수영뒤에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겠지.

나도 가끔은 햄버거를 먹어.

한달에 한 두번 시내에 다녀올때엔.


아직도 벤츠를 타고 다니니.

나도 한때는 외제차를 탔었는데.

지금은 버스만 타고다녀. 그것도 한시간에 한 대 오는 시골버스.

여덟시 막차를 놓치면 집에 못간단다.


넌 칠십평 아파트에 살지만, 우리집은 마당만 백평이야.

손등이 다 갈라지도록 열심히 가꾼 밭에는 고추랑 호박이랑 토마토가 조롱조롱 열리고, 가시오가피와 개똥쑥과 뽕나무엔 오디열매도 풍성하게 자라고 있지.


평상에 모기장을 치고 돗자리에 누워 드나드는 바람을 맞으면 휴양지가 부럽지 않아.

커피믹스에 얼음을 가득 넣은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보고있으면 가끔 너랑 밤새워 놀러 다니던 생각이나.


한번쯤은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나는 정말로 괜찮아 행복해

내 걱정 말고 잘살아.

우리가 30년지기 친구였다니 우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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