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 데이와 초콜릿

by 박요나


올해도 어김없이 솔로지옥의 저주를 풀지 못한 싱글들이 가장 싫어하는, 커플천국의 성대한 기념일인 ‘밸런타인데이(Valentine‘s Day)’가 돌아왔다.

쌍쌍바처럼 철썩 붙어 앉아 팔에는 거창한 초콜릿바구니를 들고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는 찬란하게 빛나는 연인들에게, 그리고 "삼십년을 살아 온 오늘, 날이 적당한 오늘, 초콜릿 따윈 없었다!”라고 외치며 애인 없는 친구를 찾아 밤새 핸드폰을 두드려댈 이 땅의 모태솔로들에게도 초콜릿처럼 달콤한 인연이 깃들기를 바라면서, 밸런타인데이의 유래를 알아보았다.

신이 내린 환상의 액체 초콜릿(Chocolate)


‘초콜릿(Chocolate)’이라는 이름은 고대 마야인들이 사용하던 아즈텍 언어로 '따뜻하고 쓴 즙'이라는 뜻의 'Chocolatl‘에서 유래했다. 15세기말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멕시코 남동부의 유카탄 반도에서 가져 온 카카오 열매를 처음으로 유럽에 소개했고, 1520년 아즈텍 왕국을 정복한 스페인의 에르난 코르테스(Hernán Cortés)에 의하여 전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최초의 초콜릿 하우스는 1657년 영국 런던에 문을 열었다. 그 후 1897년 캐드버리(Cadbury) 형제는 초콜릿에 우유를 탄 초콜릿 음료를 개발하여 약품으로 대중들에게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현재의 고형 초콜렛을 개발한 사람은 네덜란드인 반 호텐(Van Houten)이었다. 그는 카카오에서 지방을 추출하여 코코아 버터를 압착하는 가공 기술을 개발했고, 남은 덩어리를 분쇄해 코코아분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 후 1847년에 영국의 조지프 프라이(Joseph Fry)가 카카오분말에 카카오버터를 섞어 형틀에 부어 모양을 찍어낼 수 있는 매끄러운 반죽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고안하여 최초의 고형 초콜릿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초콜릿에 들어있는 카페인(Caffeine)과 테오브로민(Theobromine)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 물질이다. 카페인은 단기적 각성 효과로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덜어 주고 집중력을 상승시키며 기분을 좋아지게 만든다.

테오브로민은 이뇨와 근육이완, 심장박동 촉진과 혈관확장 작용을 하는 흥분제 역할을 하며, 대뇌 피질을 부드럽게 자극하여 사고력을 높여준다.

또한 초콜릿에는 뇌에서 도파민(Dopamine)을 분출시켜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페닐에틸아민(Phenylethylamine)과 대마에 함유 되어 있는 아난다마이드(Anandamide)의 성분이 들어있어서, 마약을 복용했을 때와 비슷한 뇌의 환각작용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사랑에 빠졌을 때 느끼는 감정과 가장 흡사하다는 ‘초콜릿 버즈(Chocolate Buzz)’ 현상이다.

그래서 해마다 밸런타인데이가 되면 전설 속의 ‘성 발렌타인(St. Valentine)’이 숨은 연인들의 사랑을 이어주었듯이, 현대의 연인들은 초콜릿이라는 영약으로 사랑의 기운을 더욱 북돋고 싶어 하는 것이다.

‘밸런타인데이(Valentine‘s Day)’와 ‘포틴데이(Fourteen Day’s)’


밸런타인데이는 고대 로마의 그리스도교 성인 발렌티누스(St. Valentinus)를 기리는 기념일이다.

3세기 로마 황제 클라우디스 2세는 군대의 기강이 문란해질 것을 우려하여 병사들의 혼인을 금지하였는데, 발렌티누스 사제가 이를 어기고 연인들에게 혼인성사(婚姻聖事)를 집전해 주다가 황제에게 발각되어 순교한 날이 밸런타인데이가 되었다는 설이 전해져 온다.

496년 교황 겔라시우스는 매년 2월 15일에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 형제를 기념하던 루퍼칼리아 축전을 금지하고 2월 14일을 밸런타인데이로 선포하였다. 이후로도 로마가톨릭교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이 날을 성 발렌티누스의 축일로 지켜오고 있다.


밸런타인데이에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며 구혼하는 풍습은 19세기 영국에서부터 유래하였다고 한다. 1477년 2월 14일 영국의 마거리 부르스는 짝사랑하던 남자친구에게 사랑을 담은 편지를 보냈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결혼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2월 14일은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56년 일본의 모토고미 제과점에서는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으로 사랑을 전하세요’라는 문구로 다양한 초콜릿을 판매하였는데 이것이 현재의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선물의 시초가 되었다.

밸런타인데이로부터 파생 된 ‘포틴데이(Fourteen Day’s)’는 일 년 중 매달 14일을 기념하는 풍습으로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시작되었으나, 요즘에는 젊은이들에게 유행하는 사회적 풍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1월 14일: 헬로우데이(Hello Day)이다. 1년 중 첫 번째 포틴데이로, 이날 제일 먼저 좋아하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Valentine Day)이다.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면서 고백하는 날이다.

3월 14일: 화이트데이(White Day)이다. 초콜릿을 받은 남자가 답례로 여자에게 사탕을 선물한다.

4월 14일: 블랙데이(Black Day)이다.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 선물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자장면을 먹는 날이다. 이때 의복은 검정색으로 통일하고 커피도 블랙을 마신다고 한다.

5월 14일: 로즈데이(Rose Day)이다. 연인끼리는 장미꽃을 선물하지만, 블랙데이까지도 연인을 사귀지 못한 사람은 노란색 옷을 입고 카레를 먹어야 평생 독신을 면할 수 있다는 무서운 날이다.

6월 14일: 키스데이(Kiss Day)이다. 연인들이 처음으로 입맞춤을 하는 날이다.

7월 14일: 링데이(Ring Day)이다. 칠월칠석을 맞아 은반지를 교환하는 ‘커플링데이’라고도 한다.

8월 14일: 그린데이(Green Day)이다. 이날은 애인 없는 사람들이 야외 풀밭에 모여 앉아 밤새워 소주를 마신다고 해서 그린데이라고 한다.

9월 14일: 뮤직데이(Music Day)이다. 클럽이나 바처럼 음악이 있는 장소에 친구들이 모여서 두 사람이 공식적인 연인이 된 것을 축하해주는 날이다.

10월 14일: 레드와인데이(Redwine Day)이다. 붉은 와인을 마시는 날이라서 레드와인데이라고 한다.

11월 14일: 쿠키데이(Cookie Day)이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쿠키를 선물한다.

12월 14일: 허그데이(Hug Day)이다. 연인끼리 첫 포옹하는 날이다.

달콤한 초콜릿 만들기


초콜릿에 들어있는 카카오버터는 열에 쉽게 녹기 때문에 용기를 그냥 불에 올리면 초콜릿이 타버릴 수 있기 때문에 중탕으로 녹이는 방법을 쓴다. 냄비에 물을 넣고 그 위에 잘게 부순 초콜릿이 담긴 볼을 얹어 수증기의 열로 녹이는 것을 중탕이라고 한다.

초콜릿이 70% 정도 녹았을 때 불에서 내린 뒤, 초콜릿 무게의 30% 정도의 다진 초콜릿을 더 넣어서 덩어리 없이 잘 저으며 녹여서 온도를 맞추는 방법을 템퍼링(Tempering)이라고 한다. 템퍼링 과정이 잘 되어야 초콜릿의 식감이 좋고 전체적으로 윤기가 나며 초콜릿이 하얗게 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탬퍼링 한 초콜릿 중탕에 한번 가열한 생크림을 초콜렛과 비슷한 온도로 식혀서 섞은 뒤 준비한 몰드에 짜 넣거나 장식물로 예쁘게 장식을 해서 시원한 실온에 굳히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핸드메이드 초콜릿이 완성된다.


"나는 당신을 사랑 합니다!"


이 한마디는 만 번의 상처와 만 번의 실패와 만 번의 시련을 겪은 사람의 강철 같은 마음도 움직일 수 있는 단 하나의 진실한 고백일 것이다. 남들에게는 유치해 보일지 몰라도 연인들에게는 평생 잊혀 지지 않는 보석 같은 사랑의 서약이 될 이 한 마디를 하기 위하여 만인들 앞에서 연인의 이름을 목 놓아 외치며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에 빙의 될 아름다운 커플들이 초콜릿처럼 달콤한 시간을 보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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