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편지
하루 이틀 세지도 않았는데 벌써
열 달이 되었수다.
밥은 잘 자시는 게요?
시골 살이 거진 한 해,
매일 아침 밭을 갈고
매일 저녁 글을 쓰고
쌍뚱해진 촌머리도 이젠 제법 어울리오.
야생화가 지천인 꽃 마당에
아이들도 놀고 멍멍이도 놀고
나는 양지바른 평상에 앉아
꿈꾸듯 가늘게 눈을 뜨고
그 웃음들을 들을 라요.
내 손이 오그라져도 못한 일이 없고
내 다리를 절어도 못가는 곳이 없소.
내 걱정일랑 마시오.
내 새끼 손을 잡고 모진 겨울도 헤쳤소.
봄바람이 이리 부는데 이제 무신 걱정이오.
사람일랑 시름일랑 잊은 지가 오래요.
자네는,
밥이나 잘 먹고 다니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