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편지

by 박요나

명랑편지

하루 이틀 세지도 않았는데 벌써

열 달이 되었수다.

밥은 잘 자시는 게요?

시골 살이 거진 한 해,

매일 아침 밭을 갈고

매일 저녁 글을 쓰고

쌍뚱해진 촌머리도 이젠 제법 어울리오.

야생화가 지천인 꽃 마당에

아이들도 놀고 멍멍이도 놀고

나는 양지바른 평상에 앉아

꿈꾸듯 가늘게 눈을 뜨고

그 웃음들을 들을 라요.

내 손이 오그라져도 못한 일이 없고

내 다리를 절어도 못가는 곳이 없소.

내 걱정일랑 마시오.

내 새끼 손을 잡고 모진 겨울도 헤쳤소.

봄바람이 이리 부는데 이제 무신 걱정이오.

사람일랑 시름일랑 잊은 지가 오래요.

자네는,

밥이나 잘 먹고 다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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