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요나 Oct 09. 2017

에일리언속에는 뭐가 들어있었나

히치콕에 대한 오마주 에이리언시리즈


1970년대의 세계 영화계는 SF 대작 ‘스타워즈(Star Wars)’(1977년 조지 루카스 감독)의 성공으로 망망한 대우주와 외계 생명체에 관한 흥미로 들떠있었다.

헐리웃의 괴짜 각본가 댄 오배넌(Dan O'Bannon)은 영화 ‘엘 토포(El Topo)’(1971)의 감독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Alejandro Jodorowsky)와 함께 프랭크 허버트(Hubert Frank)의 SF소설 ‘듄(Dune)’의 영화화를 추진하면서 당대의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의 출연까지 확정했으나 투자자를 잡지 못해 프로젝트는 무산되어 버렸다.

오배넌은 포기하지 않고 제작자 로널드 슈셋(Ronald Shusett)과 함께 ‘괴생물이 사람의 몸속에 알을 낳고 부화한 새끼가 배에서 튀어 나온다’는 아이디어로 ‘에이리언’의 초기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에이리언’의 감독을 맡은 리들리 스콧(Ridley Scott)은 ‘초현실적이면서도 리얼리즘이 살아있는 공상과학 호러영화’로 만들고 싶어 했다. 리들리 스콧이 추구한 리얼리즘이란, ‘인간의 원초적 악몽(죄)’가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한 ‘심리적 공포’와 결합된 히치콕적 서스펜스였다.
이렇게 상상을 뛰어넘는 괴상망측한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체에 대한 시각적 디자인의 완성이야말로 영화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소라 생각한 리들리 스콧이 발견한 것이 H.R 기거의 화집 ‘네크로노미콘’이었다. 리들리 스콧이 생각한 인간의 원초적 악몽이란 바로 기거의 그림 속 그로테스크한 형상들이었던 것이다.


기거의 그림 속의 괴물을 그대로 영상에 옮기기 위해 리들리 스콧은 스토리보드 단계부터 철저하게 에일리언의 형상화를 준비해나갔다. 그의 목표는 꿈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이미지를 최대한 리얼하게 형상화하는 것이었다.

기거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미술 디자이너 카를로 람발디(Carlo Rambaldi)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실물 그대로 제작한 에이리언의 몸체 속에는 마사이족 출신의 댄서인 ‘볼라지 바데조(Bolaji Badejo)’가 들어가서 우아하면서도 극도로 공포스러운 에이리언의 움직임을 소름끼치도록 잘 표현해내었다.

에이리언의 창조자 H.R 기거
 
'기거테스크(Gigertesque)'와 '바이오메카니즘(Biomechanism)'의 대가라고 불리는 스위스의 화가 H.R 기거(Hans Rudolf Ruedi Giger. 1940년 2월 5일 - 2014년 5월 12일)는 어릴 때부터 매일 악몽을 꾸었고 그로인한 수면 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기거는 정신적인 문제와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고 늘 혼자서 기괴한 것을 만드는 아이였다.

그는 약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인간의 두개골과 뼛조각에 조각을 하고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기거는 미술학교에 입학 한뒤부터 자신의 악몽과 환상세계를 그림으로 왕성히 표현할 수 있었다. 그렇게 기거는 자신의 작품집 ‘네크로노미콘(Necronomicon)’ 시리즈를 완성 시켰다.

기거는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추천으로 영화 ‘듄’에 미술 디자이너로 참가하면서 일생을 바꿔놓은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에이리언’이었다.


1978년 개봉 당시 에이리언의 비주얼과 내러티브는 뜨거운 논쟁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케인의 배를 뚫고 나온 에일리언은 남성성의 상징이며, 그 남성성은 결국 더욱 강인한 여성 리플리에 의해 제압당하고 만다는 설정은 뒤바뀐 성역할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의 반영이라고 해석되었다. 에이리언은 마치 히치콕의 경우처럼 수많은 페미니스트들로부터 성의 역차별적 영화라는 원성을 들었다.

하지만 영화 에이리언은 고전적인 호러영화라는 틀 속에서 최초의 전사적인 여성 캐릭터를 선보인 혁신적인 영화였고,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호러물이라는 새로운 영화 장르의 역사를 열었다.

에이리언의 성공으로 ‘에이리언2’(1986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 ‘에이리언3’(1992년 데이비드 핀처 감독)와 ‘에이리언4’(1997년 장 피에르 주네 감독) 그리고 번외 작품으로 ‘에이리언 vs. 프레데터’(2004년 폴 W. S. 앤더슨 감독)시리즈가 제작되었다.

에이리언 1편의 감독이자 SF 호러의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리들리 스콧 감독은 에이리언의 직계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2012년 ‘프로메테우스’와 2017년 ‘에이리언: 커버넌트(Alien: Covenant)’를 제작하여 개봉했다.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는 바그너(Richard Wagner)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의 1부 '라인의 황금'에서 신들의 발할라(Valhalla) 입성 장면의 음악이 영화의 시작과 대미를 장식하면서, 태초의 인간과 신의 관계가 인공지능과 외계 생명체의 존재로 이어지는 거대한 시간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인간의 감정중에서 공포감은 가장 은밀하면서도 가장 원초적인 것이다. 사람들은 오늘도 이 은밀한 감정을 찾아 공포영화를 즐긴다.
 사이코에서 에이리언까지 시대를 거쳐오며 공포영화는 계속 발전해왔다. 아직 끝나지 않은 서스펜스의 시대가 이제 또 어떠한 영화들로  태어났을지 다음 편을 기대해 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