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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요나 Oct 12. 2017

범죄의 심리학: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너무도 정상적이어서 더 무서운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대중심리학에 의하면 동일한 상태의 표본치에서 무작위로 다섯 명을 뽑아 한 집단을 만들었을 때, 그들 중에서 두 명은 리더의 성향을 보이게 되며 나머지 군은 리더를 추종하는 신뢰 집단이 된다. 리더의 자질을 보이는 두 사람은 모두 중간 집단의 사람들에 비해 직관력, 호소력, 추진력의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다.

경쟁 관계에 있던 두 명 중 한 사람은 강한 리더십으로 무리를 통솔하여 체계적인 사회집단으로 발전시켜나가는 반면, 나머지 한 명은 리더의 성향이 강했던 것만큼 반사회적인 인격을 띄게 되며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불법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는 범죄자가 된다. 이것이 일반 사회 속에서 리더와 범죄자가 발생하는 20%의 법칙이다.


‘소시오패스’란 사회를 뜻하는 소시오(Socio)와 병리 상태를 의미하는 패시(Pathy)의 합성어로 ‘사이코패스(Psychopath)’와 함께 ‘반사회적 정신질환(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으로 분류된다. 반사회적 정신질환자의 특징은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타인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인 규범과 법칙을 무시하고 폭력적 행동을 되풀이하는 성향을 들 수 있다.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의식이다. 사이코패스는 생물학적으로 전두엽의 기능이 정상인들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공격적 성향을 억제하는 세로토닌이 정상인에 비해 적게 분비된다는 유전적인 결함을 타고 난다. 이런 유전적 요인에 사회적 요인이 결합되면 잔인한 사이코패스의 성격이 드러나게 된다.


이와 같이 사이코패스가 ‘유전적 기형’의 산물이라면 소시오패스는 성장하면서 받은 정신적 육체적 충격이나 지속된 학대 등에 의해 발생하는 ‘환경적 기형’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태생적으로 범죄인 기질을 타고나는 사이코패스에 비하여, 후천적인 배경이 크게 작용하는 소시오패스는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한다.

 타인과 감정교류가 불가능한 사이코패스와는 달리 소시오패스는 도덕적 판단과 인간적 교류가 가능하고 사회 집단에서의 적응력도 강한 편이다. 동시에 소시오패스는 뇌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신경 섬유망이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뛰어난 기억력과 언어구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보다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의 신경세포가 적기 때문에 범죄의 상태에 쉽게 노출되고 흥분하며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잘못을 저지르는 것에 대해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때문에 자신의 분노와 불안감 고통을 감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우월감을 과시하거나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비도덕적인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소시오패스는 성공적인 리더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극단적인 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뇌가 앓는 극심한 질병, 정신장애

양극성 정동장애(Bipolar Affective Disorder)
 
‘조울증’으로 통칭되는 양극성 정동장애는 기분이 들뜨고 지나치게 흥분된 조증상태와 마음이 가라앉은 우울증 상태인 정동장애가 양극단적으로 반복되어서 마치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는 정신질환이다.

조증 상태에는 과도하게 상승된 자존감으로 인한 과잉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현실감각이 상실되어 자아도취에 따른 과대망상적 행동을 표출하기도 한다. 육체적 활동량도 급증하여 며칠 동안 잠을 자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증가한 활동에 비해 인지적 판단 능력이 뒤따라 주지 못하기 때문에 과소비, 충동적 도박, 문란한 성생활 등으로 이어질 수가 있다.


조증상태에서 우울 단계로 들어가면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와 임상적으로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극심한 우울증 상태로 빠져든다. 외부에 대한 관심이 극도로 줄어들고 아무 일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된다. 자기 자신을 별개의 존재로 인식하는 이인증(離人症, Depersonalization)과 비현실감(Derealization)도 흔하게 나타난다. 항상 피곤하고 수면과 식욕이 현저히 감소하거나 반대로 증가할 수 있다.

조울증 환자들 중 상당수는 자율신경계 증상이나 두통, 소화불량, 근육통 등의 신체증상만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조울증 환자가 단순 우울증 환자로 잘못 진단이 되는 경우에는 조증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항우울제를 지속적으로 투약 받아 상태가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리고 청소년기에 조울증 현상이 발견 될 경우에는 ‘조현병’으로 잘못 진단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조울증은 진단과 치료에 상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중인격장애(Multiple Personality Disorder)

지킬과 하이드처럼 완벽히 다른 두 가지 이상의 인격을 나타내는 병적인 증세를 ‘다중인격장애(多重人格障碍)’라고 한다. 다중인격장애는 ‘해리장애(Dissociative Disorder)’의 일종인 ‘해리성 정체 장애(解離性正體障碍, 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라고도 한다. 해리장애의 ‘해리(解離)’라는 것은 ‘연속적으로 의식이 단절되는 현상’을 말한다.

‘해리성 정체 장애’ 환자는 평상시에는 통합되어 있던 개인의 정체감이 붕괴되어 다수의 정체감을 가진 인격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해리현상은 대부분 심리적 갈등이나 외부의 충격에 대한 자기방어를 위해 나타나는데,  갑자기 장애가 나타났다가 금방 사라지는 환자의 경우에는 가까이 지내는 사람도 병의 징후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해리장애는 개인적인 취약성, 환경적인 영향, 과거 경험한 충격적인 사건, 외부적인 도움의 부재로 발병하며, 이 중에서도 어렸을 때 겪은 신체적 폭력이나 성적 학대와 연관된 경우가 많다.

해리성 장애의 종류로는 해리성 기억상실, 해리성 정체 장애, 해리성 둔주 등이 있다. ‘해리성 기억상실’은 강한 스트레스 상황에 처했을 때 부분적으로 기억을 잃어버리는 증상을 말한다. ‘해리성 둔주’는 본인의 기억과 정체성을 상실하고 가정과 직장을 떠나 방황하거나 전혀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현상을 말한다. ‘해리성 정체 장애’는 한 사람 안에 다수의 정체감이나 인격상태가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 고유한 성격인 ‘Host Personality’와 대체 인격인 ‘Alternative Personality’ 사이에는 상호의존성이나 연결 관계가 없기 때문에 특정 인격이 행한 행위나 사건에 대하여 동일인의 또 다른 인격은 전혀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불안장애(Anxiety Disorder)

 강박증,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 사회공포증처럼 불특정 다수의 대상물에 대하여 다양한 형태의 병적인 불안과 공포를 일으키는 정신 질환을 ‘불안장애(不安障碍)’라고 부른다. 불안장애의 유전적 원인으로는 뇌의 정서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뇌신경 내의 신경전달물질의 부족과 과다분비가 있다. 하지만 후천적인 심리적 요인과 사회전반에서 받는 스트레스 그리고 자신 혹은 타인의 인지와 행동적인 부분까지도 불안장애를 일으키는 큰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급성 스트레스 장애는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사고나 재해 등이 원인이 된다. 불안장애의 치료법으로는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이용한 약물 치료가 대표적이며 ‘인지행동 치료법’을 병행하기도 한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정신분열증(조현병)이 아니다.
  
‘정신분열증’이라는 명칭은 마치 인격이 분열되어 미치광이가 된 것 같은 부정적인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같은 고기능심리범죄자들을 모두 포괄하는 불안한 명칭으로 오해를 받아 왔다. 이러한 사회의 고정관념은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이나 방화사건 등이 발생해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많은 정신분열증 환자와 가족에게 죄인이 된 것과 같은 고통을 안겨주었다.


2011년 정부에서는 정신분열증을 ‘조현병(Schizophrenia)’으로  개명하였다. 조현병에서의 ‘조현(調絃)’이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는 뜻으로, 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 등의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을 신경전달물질의 조절로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조현병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흔한 병이며, 국내에도 약 50만 명 정도가 현재 조현병환자이거나 앞으로 환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된다.

 조현병은 뇌의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뇌질환이며, 유사한 증상들을 보이는 다양한 원인을 가진 뇌의 병이다.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DSM-IV-TR)’에 따르면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 심하게 와해된 행동 혹은 긴장하는 행동, 음성증상 중 2가지 이상이 나타나고 이러한 증상이 일시적이 아니라 6개월 이상 지속될 때를 조현병으로 진단한다.
 ‘망상형 조현병’ 환자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감시하고 미행하며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기 위해 계획적으로 움직인다고 믿는 피해망상을 경험한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해준다는 생각, 방송국에서 자신의 생각을 온 세계로 전파시키고 있다는 생각, 자신이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이거나 전지전능한 힘을 가진 존재라고 믿는 과대망상도 조현병 환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망상의 일례들이다.


이밖에도 한 가지 자세만을 계속 유지하는 긴장증적 증상과 사고와 인지기능이 떨어지면서 말이 없어지는 운동성 실어증도 조현병 환자들의 증세이다. 조현병 환자는 충동 조절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치료받지 않은 환자는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수있다. 또한 자살 시도가 많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조현병의 발병 시기는 남자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자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이 많다. 청소년기의 환자는 친구 관계와 학업, 수면 문제 등에서 ‘전구증상(前驅症狀)’을 보이지만, 이러한 변화들은 사춘기에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들과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에 청소년기에 조현병을 조기 진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처럼 대단히 높은 지능을 가진 범죄자들은 스스로를 조현병이나 다중인격장애 등 정신장애 환자를 가장하여 무의식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선처를 호소한다.

요 몇 년 사이 국내에서 벌어진 잔혹한 사건의 범인들이 ‘조현병’ 환자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조현병의 병적 증상과 진단이란 절대 어느 한두 가지 결과만을 두고 쉽게 결론을 내릴 수가 없는 것이다.


정신장애 역시 신체장애처럼 인간이 가진 병의 일종이다. 병을 가진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 수는 있지만, 모든 환자가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통계상으로 비정신병자와 정신병자의 범죄 발생율은 8:1로써 압도적으로 비정신병자(일반인)의 확률이 높다. 극악무도한 범행을 저지른 범인 때문에 장애를 앓고 있는 모든 사람을 범죄자 취급을 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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