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병과 남자병
2. 중2, 고2, 대2, 아들병
길을 건너려고 찻길가에 서 있노라면, 주로 무단횡단을 하고, 앞에 개가 있든 차가 있든 핸드폰만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지나가고, 100m 전력 질주하는 우사인 볼트처럼 귓전에 바람소리를 일으키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아이들은 대부분 남자아이들이다. 중2병, 고2병, 말들은 많지만,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그들이 앓는 병은 그저 ‘남자병’이다.
남자 아이들은 여자아이들과 다르다. 많이 다르다. 신체 구조가 다르고, 발달속도가 다르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다르다. 생물학적으로 남자와 여자는 별개의 생물이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개와 고양이를 같은 종으로 묶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여자로 태어나서 여자로 평생을 살아가는 엄마들에게 ‘아들’이란 하늘이 내려준 ‘의문단지’이다. 얘는 왜 이렇게 산만할까. 얘는 왜 이렇게 폭력적일까, 얘는 왜 이렇게 어질러 놓을까, 얘는 왜 이렇게 말을 안들을까, 얘는 왜 거친 말을 쓸까.
아들은 산만하다. 여자 아이들과 남자아이들에게 똑같이 빵 재료를 나누어 주고 예쁜 케익을 만들라고 하면, 여자 아이들은 꽃이 그려진 케익을 만들고 선생님의 평가를 기다리지만, 남자 아이들은 똥모양의 케익을 만든다. 그리고 남은 재료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기에 바쁘다.
자동차, 총, 칼, 로봇 등등. 남자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시키는 것을 어느 정도 완성했다고 생각하면, 허락이나 동의를 구하지 않고도 자기 작업에 들어간다. 이미 내가 할 일은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이상 그 일에 관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 아이들은 바깥에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 뛰고 달리고 만들고 아파트 놀이터이든 학교 운동장이든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우연과 마주치고 그래서 발생하는 새로운 일들을 즐거워한다.
건축폐자재가 쌓여 있으면 꼭 밟아봐야 하고, 까마득히 깊은 지하철 환기구는 당연히 쿵쿵거리며 용감히 지나가야 한다. 자전거를 타면 묘기를 부려야 하고, 높은 곳이 있으면 올라가야 한다. 왜냐면 그곳이 높으니까. 그리고 내려 올 때는 뒷담벼락을 이용하지 않고 뛰어내린다. 왜냐하면 빠르니까.
이런 아이들을 유치원 때부터 교실에 묶어두고 누리교실, 한자교실, 수학교실, 영어교실, 논술교실을 시킨다는 것이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다.
여자아이들과 똑같이 소꿉장난으로 셈을 배우고, 글씨를 외우고, 역할극을 하고, 정리정돈부터 배워야 하는 남자아이들은 갈수록 속으로 억눌리는 남성성에 이중의 고통을 당한다.
적어도 초등학교까지는 아이들을 놀게 해주어야 한다. 시험과 숙제와 학원에서 벗어나 자기들끼리 엎치고 덮치고 까불며 노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예의와 질서와 힘의 논리를 터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