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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요나 Oct 05. 2018

믹스견이면 어때요, 이쁘기만한데.

우리집 멍뭉이는 자몽이



지난 5월이었나, 아들램과 함께 애견샵을 갔다. 사실 유기견을 입양하고 싶었지만, 입양하는 조건으로 예방접종비와 기타대금으로 16만원을 내야한다는 것이 영 탐탁치 않았다. 혹시라도 생길 불상사(먹는 걸로 착각하는 사람들)을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는 잘 알겠으나, 한번에 판단할 일은 아닌거 같아 발걸음을 돌렸었다.


옷도 패션이 있듯이 멍뭉이도 유행이 있다는 것을 애견샵에서 처음 알았다. 요즘은 하얀 털에 솜사탕처럼 생긴 비숑 프리제와 포메라니안, 말티즈, 토이푸들이 인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샵을 몇군데 다녀보아도 비슷비슷한 아가들만 보여주었다. 이제 두달이 될랑말랑한 아가들. 개장에 갇혀서도 만세만세 나 좀 데리고 가세요. 뛰노는 녀석들을 보니 맘이 짠했다.


한구석에 있는 개장속에는 무려 7마리의 꼬물이들이 모여있었는데, 어미는 스피츠인데 아빠견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믹스견이라 그런지 다섯마리는 쫑긋한 귀에 온몸이 하얗고 한 마리는 요크셔테리어처럼 까만데, 그 형제들의 틈바구니에 끼어서, 정확히는 맨 밑에 깔려 귀도 처지고 눈도  처지고 연한 갈색 탄이 섞인 녀석이 있었다.


일산에서도 백석동은 부티나는 오피스텔 단지가 많아서 아침이나 저녁무렵엔 대한민국에서 비싸다는 개들은 다 만날수 있다. 워낙 고가의 개들이다보니, 행여 내가 개들 지나는 길에 방해가 될까, 옆으로 물러나서 공손히 지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더 그 갈색 바둑이가 끌렸나보다. 믹스라고 아무도 데려가지 않으면 저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비싼집에 사는 비싼애견인들은 믹스견을 잘 키우지 않는다. 개도 엄연한 식구이다보니, 우리집에 어울리는 혈통의 개와 부비부비 살맞대고 사는 것이 당연지사! 믹스견은 키우다 귀찮아도 데려가는 사람도 없잖아. 이것이 레알이지.

그냥 구경만 하러 갔다가 덜컥 바둑이를 입양해 버렸다. 유기견보다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어쨌든 돈은 내야하니까 난 지갑을 탈탈 털었고, 사료 살돈이 모자라서 그냥 한자루 얻어왔다. 정든 먹이 그릇과 함께 종이박스에 넣고 집에 오는데 비가 쏟아졌다. 오늘 비 온다는 말 없었는데, 니기럴 택시비 없는데, 아들아 사료 잘 들고 뛰어라!


멍뭉이의 이름은 ‘자몽’이가 되었다. 우리가 원주에서 키웠던 ‘레몽’이 동생이니까. 코커 스페니얼 믹스였던 레몽이는 불과 5개월때 옆집 차에 치어죽었다. 우리 가족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서 결국 멀리 이사를 갔다.

자몽이는 레몽이만큼 예뻤다. 그리고 영리해서 일주일만에 대소변을 가렸다. 침대밑에 들어가 잠자기를 좋아하고 생전 짖지를 않는 착한 개.

처음엔 동글동글하게 그리도 귀엽더니, 이제는 밖에 나가면 ‘시바견’이냐는 질문을 받을만큼 얼굴도 삼각, 귀도 삼각, 거기다 삼각형의 몸통근육을 자랑하는 진도개상이 되어버렸다. 줄여서 이런, 진상.

더군다나 운없게도 온 가족이 개털(정확히 말하자면 개비듬) 알레르기로 천식, 기침, 눈병, 피부염에 시달리던 끝에 자몽이는 결국 내 작업실에 데려다 놓았다. 매일 아침이면 주중견걸 자몽님의 원활한 배변 활동을 위해 운동을 나온다. 일산은 오래된 신도시라서 울창한 나무들과 공원이 조성이 이주 잘 되어있다. 정말 서울하고 공기가 다르다.

지나가는 개들은 주로 양반태생인지 어흠, 주인옆에 느릿느릿 걷다가 자몽이가 놀자고 까불면 예끼, 이놈하듯이 쌩을 까고 가버린다. 아니면 “너 한대 처맞고 싶냐?”하듯이 사납게 짖거나.

그래도 자몽이는 신난다. 찻길이 없는 단지내 공원이라 사람이 없을때는 목줄을 풀어주면 앞다리 뒷다리 드리프트를 해가며 묘기를 부리고 뛰어다닌다.

처음 데려왔을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커가고 있지만, 그날 애견샵에서 비싸고 혈통있는 아가보다 자몽이를 데려온것이 백배는 잘 한갓 같다. 똥오줌 잘 가리고  편식 안하고 짖지않고 늘 명랑한 개.

개통령이라는 사람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한번씩 보면 다들 위의 문제들로 고생하던데.

기백만원주고 까탈스러운 개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그저 가족이라 생각하고 못생겨도 착해서 좋은 사람이 있다.


내가 왜 오늘 울집 멍뭉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냐면, 이놈의 비때문이다. 비가 많이 오면 우리 (자몽이와 나)는 운동하러 못나가니까. 말이 살찌는 가을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 잎서거니 뒤서거니 살이  푹푹 찌고있는 가을이다. 더군다나 허리와 목에 디스크, 오십견까지 있는 나는 하루도 운동을 거르면 안된다. 나름 자몽이의 존재가 운동을 해야할 좋은 구실이 되는 셈이다.


집앞 나무들도 어느새 단풍이 물들었다. 원래 있던 커피점들도 리뉴얼을 해서 백석2동 가로수길은 유럽 못지않은 예쁜 노천 가게들로 가득하다.

케익도 먹고싶고 차이라떼도 마시고 싶고.

내일은 자몸이랑 이쁜 카페 마실을 다녀야지.

일어났더니 비가 억수 같이 온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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