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1. 성형을 한다
2. 머슬퀸이 된다
3. 할머니로 불린다
4. 숨어다닌다
위 문제의 정답은 ‘공부를 한다.’
늙어서 아가를 키우려면 많이 배워야 한다. 우리와는 전혀다른 교과서도 배워야하고 급식체도 배워야하고 웹툰과 게임도 배워야 한다. 그딴것 다 쓰레귀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이가 중학교를 가는 순간 지구와 안드로메다처럼 그 사이가 멀어지게 될 것이다.
초등학교 때는 엄마들을 자주 불러모으기 때문에 체력과 함께 얼굴력도 길러야 한다.
요즘은 필러와 보톡스가 평범한 피부과 처치가 되었기 때문에, 대단한 윤곽수술을 하지 읺는 이상, 몇달에 걸쳐 슬금슬금 피부과 시술을 받으면 충분히 알아보게 예뻐질수 있다.
원래 아이들은 어릴수록 엄마가 예쁘고 날씬한 것을 좋아한다. 다 크고 나면, 엄마야 뱃살로 미쉐린 타이어 200개를 만들든 말든 지 여친만 이쁘면 그만인 남의 자식이 되겠지만, 결국 엄마는 그 여친을 만날때까지 쓸고 닦고 따까리 해주는 사람이다.
나이먹을수록 아침에 거울보는게 거의 공포영화다. 피부는 귤껍질, 얼굴은 쟁반, 모공은 에이리언 알같은 이 생명체는 대체 누귀. ㅜㅜ
나도 이제 좀 꾸미고 다녀야겠다. 누구 볼 사람도 없는데 무릎나온 추리닝 바지, 운동화 신기도 빨기도 귀찮은데 쓰레빠, 헤어샵 갈 돈있으면 소고기 사먹겠다. 그래서 내 머리카락은 내가 자른다. 뭐지, 이 레고인형 가발같은 느낌은.. ?
가끔 아이가 말하는 것을 못 알아들을 때가 있다. 나도 한때는 슈퍼유저였고, PC방 한달살이도 해 본 사람인데, 쓰임이 편리해졌다는 전자기기들은 갈수록 용어가 난해하고 많아지고 더 어려워진다.
나는 스타처럼 혼자하는 전략시물레이션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히트하트 뿅뿅 여신님이 도착하셨습니다~~ ‘또는 ‘적이 출몰하였느냐! 전 길드원을 호출하라! ‘ ‘외롭지 않아요~ 우린 함께 싸우니까요’하는 요즘 게임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 나랑 결혼할래, 죽을래?라니, 장난치냐?
어쨌든, 아직 어린 아들의 통통한 손을 잡고 그 길을 올바르게 끌어주려 이 나이든 엄마는 오늘도 부단히 노력한다.
사는 것은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재밌는 것을 찾으러 다니는 것. 아들아 너는 떡을 썰거라, 나는 책을 읽을테니.
엄마는 오발탄처럼 외치며 앞으로 나갈테다, 가자, 가을이다! 가자, 축제다! La Dolce Vi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