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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요나 Oct 08. 2018

나의 첫번째 동화

파랑새 이야기

파랑새 이야기

찌르찌르와 미찌르가 파랑새를 잡아오자 마을 사람들은 크게 흥분했다.
"와ㅡ, 파랑새다!”
"정말 파래!"
"파랑새도 날수 있어?"
한 남자가 나섰다.
난 돈도 많고 똑똑하고 멋있으니 그 파랑새를 갖겠오.
사람들은 남자에게 파랑새를 주었다.
어차피 누구의 소유도 아니었으니 누가 갖는 것도 상관없었다.
...


남자는 파랑새에게 말했다. "넌 무엇을 할 줄 아느냐."
"전 날 줄 알아요."
"그건 다른 새들도 할 수 있어."
"전 슬플때 울 수 있어요."
"그건 다른 새들도 할 수 있어."
파랑새는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전 파래요."
"그건 이미 알고 있어. 다른 걸 해 봐."
파랑새가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자, 남자가 말했다.


"네 날개를 잘라보자. 그래도 날 수 있을지도 몰라. 넌 파랑새이니까."
파랑새는 체념한 듯이 말했다. "마음대로 하세요."
남자가 파랑새의 날개를 잘랐다.
그러자 파랑새는 더 이상 날 수 없었다.
남자가 말했다.


"네 혀를 잘라보자. 그래도 넌 울 수 있을지 몰라. 넌 파랑새니까."
"마음대로 하세요." 날개잃은 파랑새가 말했다.
남자는 파랑새의 혀를 잘랐다.
파랑새는 더 이상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남자는 눈물을 뚝뚝 흘리는 파랑새에게 말했다.


"네 눈알을 파보자. 그래도 넌 볼 수 있을지 몰라. 넌 파랑새니까."
파랑새는 울면서 고개만 끄덕였다.
남자는 파랑새의 두 눈알을 파버렸다.
이제 파랑새는 날 수도 볼 수도 말할 수도 없었다.
남자가 파랑새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넌 전혀 특별하지 않아. 그저 새일 뿐이었어."


남자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저 새가 된 파랑새를 가져갔다.
날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고 노래도 부르지 못하는 파랑새는 모두에게 귀찮은 존재가 되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이 새를 구워먹읍시다."
"그래요, 맛이 다를지도 몰라."
사람들은 파랑새의 깃털을 뽑고 내장을 빼내고 꼬챙이에 끼워 불에 구웠다.
다 익은 고기를 먹으며 사람들은 말했다.
"뭐야, 별 다를게 없잖아."
" 기대한 보람도 없이!"
"그저 새였을 뿐이야."
사람들은 화를 내며 뼈만 남은 파랑새를 함부로 흙바닥에 버렸다.
그리고 가 버렸다.


파랑새의 뼈는 썩어서 물이 고이고 냄새나는 그 곳엔 두번 다시 아무도 오지 않았다.
끝이었다.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면,
사람들에게 잡아먹히고 말거야.
나는 나는 죽어도 다시는 태어나지 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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