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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요나 Oct 07. 2018

브런치가 지겹다

이런 프로불편러 같으니!

앞으로 해야 할 일들 때문에 브런치를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매일매일 드는 생각은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세상 쓸데없는 짓거리를 이렇게들 많이 하는구나. 다 백수 아니면 ‘돈남아여행 ‘ 다니는 사람들인가.
뭔가를 할수록 의욕이 생겨야 하는데, 중간쯤 글을 쓰고나면 부질없다, 부질없어, 하며 전원을 꺼버리고 싶은 마음이 열두번도 더 든다.
요즘 외식권장 백선생이랑 음식은 해본적도 없어 보이는 ‘음식편론가’ 황모씨의 싸움이 아주 볼만하다. 백선생은 거의 모든 사람들의 조리법이 마음에 안들어서 항상 화가 나있고, 황선생은 그러한 백선생의 행태가 마음에 안들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다 대놓고 싫어한다고 떠벌린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도 평론가라는 호칭을 아주 좋아하는데요, 대중문화평론가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제가 지어낸 것은 아닙니다) 사실 저는 아는게 개코딱지만큼밖에 없거든요. - 박요나의 진실

나는 음악도 편식, 영화도 편식, 거의 모든 문화와 예술에 대해 편식을 하면서도 원고 마감이 코 앞에 닥치면 같은 노래 삼십번이상 반복듣기, 같은 영화 다섯번 넘게 보다가 대사까지 다 외우고 나서야, 이 영화 저번에 본건데 왜 기억이 안나쓰까? 하고 땅을 치고 울면서 글을쓴다.
사실 sns에 올라오는 글들은 별 신경도 안쓰고 감동도 못받는다. 뭔가 진심이 담겨있지 않다는 느낌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작가들은? 돈을 받고 원고를 쓰는 칼럼니스트나 평론가들은?

밥 딜런


음악 평론가들은 정말 모든 음악을 꿰고 있을까? 영화 평론가들은 모든 영화를 꿰고 있을까? 음식평론가(아, 이 호칭은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음악과 영화는 문화라는 경계를 넘어 생명에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음식이란 어느 정도 미각의 공유는 있겠지만,  한국 사람이 외국에 간다한들 그것이 식도락을 위한 시식인 것이지 된장찌게 먹던 내 입맛에 맞추어 평가하고 폄하하고 “별이 다섯개!”라고 외치며 이마에 붙여주는것은 굶주림과 기아의 고통을 겪는 혹은 겪어 본 사람들앞에서 죽음에 대한 철학을 논하는 아고라의 둔자들 모양새와 다를바가 없어 보인다.)


우리집 밑에 청과물가게가 있는데, 하루는 뭘 사러갔다가 가게 사장님의 비분강개하시는 얘기를 들었다. “.... 그래서 그 사람들이 시금치 한단이나 키워봤을거 같아요? 제대로 채소들 구분이나 할거 같아요? 방송찍기전에 후딱 공부해서 아는체 하는거지, 다. 난 그 사람들보다 내가 더 전문가라고 자부해!” 나 말고 동네 아주머니랑 그런 말씀을 나누시는데, 헛, 그 확신에 찬 검게 그을리고 주름 자글자글한 얼굴에 낡은 장화를 신으신 사장님이 순간 존경스럽게 보였다.

공원앞에 매일 나와 계시는 80대 할머님의 좌판

안다는 것은 뭘까. 내가 상대방한테 전해주고 싶은 딱 그만큼만 알면 안다고 자부해도 되는걸까? 나는 글을 써서 돈을 받는 작가다, 하면 내용도 별로 없이 앨범의 부클릿을 베끼거나, 2배속으로 영화 돌려보기 한걸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원고를 짜내면 요즘 시대에 걸맞는 스마트폰용 작가로 인정받는 것일까?

나는 페친이 12명밖에 없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게시물을 읽어보는 대상은 겨우 두세명이다. 사람의 민낯을 보는 것은 뭔가 떴떳치 못한 짓을 하는 것처럼 불편하다.
그래서 또한 누군가는 인터넷상의 나를 보며 불편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의 차이? 불편러들? 배려? 좋아요? 싫어요 안돼요?
사람이 가장 많이 쓰는 근육은 얼굴에 모여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만나서 얼굴을 보고 의견을 나누고 함께 대화를 한다.
얼굴을 보면 부담스럽고 인터넷에서는 발가벗겨지는 그 느낌.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최후의? 최선의? 발악처럼 느껴지는 그 스멀스멀한 느낌이 싫어서 내가 할수 있는 것의 최소한만 하려한다.


“나서기도 적당히.”
나는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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