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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요나 Oct 08. 2018

나는 혼자가 좋다

혼밥, 그 찬란한 쓸쓸함에 대하여


2018년 현재 우리나라 총 인구수는 5,163만명으로, 그 중 1인 세대가 34.8%, 2인 세대가 21.3%로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게 차지한다. 혼자 사는 세대, 이른바 ‘혼족’ 비율이 이처럼 높아짐으로 인하여, 시장의 소비패턴도 혼자 사는 사람들을 겨냥한 일인세대용품의 붐이 일어나고 있다.


좁디좁은 자취방에서 삼시세끼 면식을 하였던 예전의 솔로족들과는 달리,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당당한 요즘 ‘혼족’들은 자신의 의식주 활동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장기침체의 나락으로 빠져든 국내 경기 활성화에 이들이 기여하는 바가 아주 크다고 할 수 있다.


1인 세대를 위한 가구와 인테리어 시장은 대표적으로 호황세를 보이고 있으며, 무조건 커야 좋다는 의식이 팽배했던 대형 가전 시장도 1인 세대를 위한 벽걸이 세탁기, 1인용 밥솥과 컬러풀한 디자인의 저용량 냉장고와 텔레비전등 미니멀하고 세련된 외관을 앞세운 소형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에는 ‘솔로안심좌석’이 마련되어 있어서, 혼자 영화를 보는 혼족도 이제 극장에서 옆 사람과 좌석 팔걸이를 놓고 신경전을 벌일 필요 없이 널찍하게 혼자 앉는 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

또 일본에서 유행중인 좌석 가리개와 바 형태의 식탁이 설치 되어있는 일인식당은 각종 메뉴를 구비하고 혼자만의 편안한 식사시간을 보장해 준다.

가까이로는 집 앞의 마트나 편의점에도 혼족을 위한 작은 용량의 각종 주류와 안주들을 소포장으로 판매한다.


이제 <혼자>라는 개념은 외톨이까다로운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과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운 ‘개성있는 싱글’을 뜻하게 되었다. 과거의 “우리”라는 타자일체의 전통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1인 세대들은 ‘누구라는 존재와 함께 소비해 버렸던 시간’들을 더욱 자신에게 집중하며, 혼자이기에 누릴 수 있는 삶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다.

혼자 떠난 여행길에서 계절을 느끼고 혼자 들른 편의점 음식들로 미슐렝 쉐프의 레시피를 만들어내고 혼자 덮는 이불을 들고 코인 세탁소에서 빨래를 하면서 혼자 마시는 와인의 멋과 맛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혼족이야말로 가장 트렌디한 인류이리라.


        우리는 모두 외롭다, 단지 눈물을 참고 있을뿐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다정을 귀찮아하게 되었다. 필요한 것만큼만 주고받는 건조한 관계가 상식이 되어버린 요즘에 한걸음 다가가서 눈을 마주치는 수고는 서로에게 피곤한 감정낭비일 뿐이다.

휴대폰을 가진 사람들 모두가 걸어 다니는 작은 방송국이 되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인간의 벗’이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선택항목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자 깨는 아침부터 다시 잠이 드는 밤까지 내 곁에는 정말 아무도 없었던 것일까. 길을 걸으며 머리 위로 떨어진 작은 낙엽과 그것을 비춰주던 햇살과 햇살 속으로 퍼지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려낸 일상의 풍경들을 나는 매일 무심코 지나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함께>라는 불편함보다 <혼자>라는 빈 칸을 선택한 사람들이 어느 날 마주할 찬란한 쓸쓸함이 아픔보다는 깊은 성숙함으로 자리하길 바라며, 혼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한웅큼의 따뜻함과 함께 이 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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