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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요나 Sep 26. 2018

가을처럼 우울한 당신에게

우울증을 이겨내는 방법


비 오는 날/이형기


오늘 이 나라에 가을이 오나보다
노을도 갈앉은 저녁 하늘에 눈먼 우화는 끝났다더라
한 색 보라로 칠을 하고 길 아닌 천리를 더듬어 가면...
푸른 꿈도 한나절 비를 맞으며

꽃잎 지거라 꽃잎 지거라
산 너머 산너머서 네가 오듯

오늘 이 나라에 가을이 오나보다.

 
가을이 비처럼 내리는 나라에서 옛 시인의 시를 읽는다. 꾸미는 말 마디마디가 아름다워 마음이 아파질 즈음에 제 키 만큼이나 훌쩍 높아져 천공을 이고 서 있는 하늘을 본다. 가을이다.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한밤중까지 소란스럽게 움직이던 여름의 흥분을 멈추고 조용히 책을 집어 든다. 그리고 활기차게 쨍그랑 거리던 아이스커피 대신 향이 짙은 더치커피를 주문한다. 찻집 가득한 커피향이 우물 안 그림자처럼 탁자마다 동심원을 그리며 내려앉으면 저마다 떠나간 누군가를 생각하며 우울감에 젖는다.


 가을이 가져다주는 짙은 마호가니색 외로움. 이 지독한 외로움을 계절적인 흐름을 타는 우울증, 즉 ‘계절성 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 SAD)라고 부른다.
 

탈모를 부르는 가을 우울증
 
일반적으로 계절성 우울증은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 겨울철에 시작되고 일조량이 늘어나는 봄, 여름에 증상이 저절로 회복된다. 때문에 계절성 우울증은 일조량 차이가 적은 적도부근에서는 드물고 위도가 높아질수록 더 많아져 북유럽(스칸디나비아)국가들에서 흔한 증상이라고 알려져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곳에서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우울증도 함께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통계적으로 벚꽃이 만개한 4~5월에 자살율이 가장 높다는 것은 일조의 조건보다는 인간의 신체적인 바이오리듬이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정신적인 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봄의 우울증은 화려한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초라해 보이는 자신에게 나타나는 열등감의 병이다. 긴긴 겨울의 터널을 빠져나와 찬란한 봄 햇살 속에 나를 드러내기에는, 나는 남들보다 뚱뚱하고 못생기고 돈도 없고 주위에 사람도 없는 천하 못난 외톨이처럼 느껴지는 상실감이 극에 달하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가을 우울증은 여름 내내 활발하게 움직이던 신체활동이 겨울을 채비하는 휴지기에 들어가 몸이 무겁고 늘 졸립고 멍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생겨나게 된다.

특히 남성들의 경우, 남성호르몬이 탈모 호르몬으로 바뀌면서 갑자기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탈모 현상을 겪거나, 신체 대사량은 늘어나지만 그만큼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체중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일조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의 분비는 감소하고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는 증가하게 된다. 이럴 때 사람들은 감정에 예민해지게 되고 대인관계나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우울증에 빠져버린다.

계절성 우울증은 매사에 흥미가 떨어지고 외롭고 허무한 감정이 격해지는 것은 보통 우울증과 같지만, 과다한 수면을 취한다는 점이 다르다. 흔히 계절성 우울증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모든 우울증은 자칫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계절이 바뀌는 요즘 같은 시기에 우울감이 지속된다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보고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주위를 환기시키는 것이 좋다.

 
-우울증 자가 진단법-


1.사소한 대인관계에 신경이 쓰이고 지나간 일이 계속 걱정 된다.
2.의욕이 떨어지고 모든 것이 귀찮다.
3.매사에 비관적인 생각이 들고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4.내 처지가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인다.
5.잠을 설치거나 몹시 피곤하다.
6.입맛이 늘거나 줄고 체중이 5% 이상 변한다.
7.답답하고 불안하며 쉽게 짜증이 난다.
8.집중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늘어난다.
9.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
10.두통, 소화기장애, 변비, 만성통증 등 신경성 이상증상이 계속된다.


 세 가지 이상의 증상이 있다면 가벼운 우울증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출퇴근 시간에는 책을 읽는다.

사람 많은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부대끼는 고통은 출근시작부터 몸 안의 분노세포를 일깨운다. 이럴 때 일수록 스마트폰 보다는 책을 읽는다. 뉴스에 나오는 짜증나는 세상사로부터 잠시 떨어져 책 한권만큼의 내 공간을 여유 있게 가져보자.


2. 가까운 거리는 걷는다.

일주일에 세 번 운동을 하면 우울증이 반으로 줄어든다. 운동 할 시간을 낼 수 없다면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고 계단을 이용하는 습관을 가진다.


3. 아침을 꼭 먹는다.


내 아침은 내가 챙긴다. 아침식사는 뇌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중요한 에너지원일 뿐 아니라, 허기가 지면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게 된다.


4. 웃으며 인사를 한다.

층간 소음 때문에, 쓰레기 문제 때문에 꼴보기 싫었던 옆집 사람들과, 격무에 시달리는 회사에서 매일 보게 되는 원수 같은 직장 동료들과 아침마다 웃으며 크게 인사를 한다. 기분 좋아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기분 좋은 하루가 된다.


5. 나를 위해 선물을 한다.

계절이 바뀔 때는 새 옷을 한 벌 산다. 굳이 비싼 옷이 아니더라도 유행하는 최신상을 장만한다. 갑자기 나갈 일이 생겨도 입을 옷 한 벌 없다는 것이 얼마나 우울한 일인가. 이제 언제 어느 때라도 기분 좋은 외출을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세련된 연예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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