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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요나 Oct 10. 2018

행복 목욕탕

박요나 권장 영화 행복목욕탕

행복 목욕탕 (Her Love Boils Bathwater, 2016)
원제 : 湯を沸かすほどの熱い愛(목욕물도 데울 수 있을 정도로 뜨거운 사랑)
미야자와 리에, 스기사키 하나, 오다기리 죠 주연. 나카노 료타 감독.
 
2015년 작품 ‘종이달(요시다 다이하치 감독)’과 2016년 ‘행복 목욕탕’으로 배우 미야자와 리에를 처음 만난 관객들은 그녀가 한때 일본 최고의 미녀였으며 약관 18세의 나이에 누드집을 발간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를 강타한 최고의 스타였다는 것을 믿기 힘들 것이다.


미야자와 리에는 1973년생으로 네덜란드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최고 전성기의 하이틴 스타로 군림하다가 약혼과 파혼에 얽힌 자살소동 등 개인적인 사생활의 문제로 활동을 중지하고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서서히 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갔었다.


2003년에 찍은 ‘황혼의 세이베이(たそがれ兵衛)’로 일본아카데미상 최우수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재기에 성공한 미야자와 리에는 2017년 ‘행복목욕탕’으로 다시 한 번 일본아카데미 최우수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의 영화팬들에게 그 이름과 얼굴을 단단히 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대개의 한국 사람들은 이혼과 재혼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내 아버지에게 다른 자녀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고, 불쾌해하며, 계모와 생모의 문제는 남과 혈육의 차이라고 할 만큼 선을 그어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한국은 핏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혈연중심의 사회였고, 그러한 도덕적 관념들은 시대가 몇 번을 변해온 지금까지도 불문율의 법칙처럼 이어져오고 있다. 그래서 ‘행복 목욕탕’은 가장 따뜻한 영화이면서도 한국인들에게는 조금 불편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속의 인물들은 인연과 우연이 겹쳐 가족이 되었고, 그들에게는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사랑하고 소중한 순간들이다. 이것은 꼭 피를 나눈 혈육만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박혀있는 관객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파행적인 모습이고 가짜 사랑처럼 보일 수도 있다. 버린 것도 괘씸한데 그 이유는 필요치가 않다.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더더욱 파렴치하다.


그래서 트집을 잡는다. 영화니까. 참 영화 같은 얘기네.
그러한 사람들에게 사실은 영화보다 우리가 사는 것이 더 영화 같고 그래서 이 영화는 진짜 사람들의 진짜 얘기를 담고 있는 실화라고 말하고 싶다. 이것보다 더 아프고 더 괴로워도 참아냈던 사람들이 있다고. 그것이 바로 우리 어머니들이라고.


왕따인 자식을 위해 엄마가 해 줄 것은 이겨내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엄마는 우리에게 모질었던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나가는 법을 깨우쳐주려 하셨다.

친구와 싸우면 학교를 안가고 문제가 생기면 거짓말을 하고 현실에 부딪히면 포기부터 하는 못난 자식들에게 우리 엄마가 남김없이 부어주었던 사랑, 그 사랑의 온도가 뜨거운 목욕물을 데울 수 있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 어머니의 사랑의 흔적. 행복 목욕탕.


엔딩에서 흐르는 밴드 버섯제국(きのこ帝)의 사랑의 행방(愛のゆくえ)이라는 곡의 여운이 두고두고 남는다.
O.S.T : 종이달 - Lemonade by Little m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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