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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요나 Oct 09. 2018

영화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도쿄 타워. 2007. 일본. 마츠오카 조지 감독.

오다기리 죠, 키키 키린 (きききりん, 樹木希林, 内田啓子, Kiki Kirin) 주연

오다기리 죠 주연의 <도쿄 타워>는 2005년 6월 출판되어 200만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릴리 프랭키의 자전적 소설 <도쿄 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심야식당>을 연출한 마츠오카 조지가 감독을 맡아, 2007년 4월 개봉되어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했다.

아들의 손을 꼭 잡고 가는 어머니


무능력한 남편을 떠나 아들의 손을 잡고 홀로 세파를 헤치고 살아온 어머니 역에는 연기파 여배우 키키 키린이 절정의 연기력을 보여주며, 일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젊은 시절의 어머니 역은 키키 키린의 딸이 맡아서 실제 한 여인의 일생을 보는듯한 사실감을 연출했다.



2004년부터 임투병을 하고 있었던 키키 키린은 2018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어느 가족>이 유작이 되었고, 2018년 9월 1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5세. 처음 그녀의 임종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영화가 ‘도쿄타워’였다. 영화를 찍고 있었을 때도 키키 키린은 암투병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1961년 18세에 극단 분가쿠좌에 입단하며 연기를 시작한 키키 키린은 1962년 드라마 <일곱 명의 손자>를 통해 카메라에 첫 출연을 했다. 1984년 TBS 드라마 <데리우치 간타로 일가>에서 어머니를 연기하며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당시 어머니 역할을 맡은 그녀의 나이는 33세로 아들 역을 맡았던 고바야시 아세보다 10살이나 어린 나이였다.

유작이 된 ‘어느 가족’에서 키키 키린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 나왔던 어머니는 세월이 흘러 늙고 병든 모습으로 어른이 된 아들의 손을 잡고 도쿄로 향한다. 어머니는 고된 식당일을 하면서 번 돈을 모두 아들에게 보내주는 것이 낙이었고, 아들이 낯 뜨거운 심야성인방송에 DJ로 출연해도 아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행복해 했었다. 힘들고 괴로워도 자식 앞에서는 늘 웃는 모습으로 활기차던 어머니...


그 어머니가 누워있는 병실 침대에서는 도쿄타워가 보였다. 봄이면 벚꽃 잎이, 밤이 되면 네온사인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도쿄타워는 지방에서 힘들게 일을 하던 어머니에게는 도쿄에 있는 아들을 뿌듯하게 생각하며 그리워하던 성공의 상징 같은 것이었다.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부른 O.S.T ‘도쿄에도 있었네’의 가사처럼 영화 <도쿄타워> 속엔 볼거리가 많다. 70년대 일본 서민들의 모습, 도쿄의 사계, 이 도쿄의 모든 곳에 멋지게 잘 어울리는 오다기리 죠라는 배우의 모습까지.

무엇보다도 우리네 정서와 절대 다르지 않은 일본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이 기억속의 내 어머니와 너무 닮아 있어서 영화는 보는 내내 사람들을 울린다.


내 전화 목소리에 반색 하시던 어머니가, 내가 먹는 밥 한 그릇이 그렇게 기뻐서 쳐다보시던 어머니가, 손 한번 잡아보자면서 쑥스러워하시던 그 모습이 떠올라 자꾸 눈물이 나는 영화.


혼자 가슴이 무너지도록 울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는 영화 ‘키키 키린의 도쿄타워’ 이다.


오다기리 죠의 팬입니다. 독특한 아우라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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