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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요나 Oct 16. 2018

싸구려 소설처럼 시시한...

내 인생의 우메보시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을 처음 본 이유는 순전히 오다기리 죠 때문이었다. 한창 ‘도쿄타워’ ‘메종 드 히미코’등을 보며 키치한 오다기리의 매력에 푹 빠져있던 때라서, 어렵게 전편 따운 받은 ‘심야식당’에 오다기리 죠는 카메오식 출연이라는 것을 알고 얼마나 맥이 빠졌던지.


올레티비를 설치하고 맨 처음 본 일드도 ‘심야식당’이었다. 아들에게 저기가 신주쿠야, 저기에 저런 지하보도가 있단다. 가부키초다, 널 안고 엄마가 참 많이 돌아다녔지. 그땐 아가였는데...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면 아이가 무척 좋아한다. 며칠뒤에는 둘이 앉아서 영화 ‘심야식당’도 봤다.

시시한 얘기들을 흔히 신파소설같다고 한다. 뭐야, 소설써? 그렇게도 얘기하지. 하지만 그런 싸구려 소설같은 얘기들이 모여서 삶이 된다. 뭔가 거창할 것 같아 보였던 사람이 알고보면 나보다 더 지지리궁상이었고, 나만 울고짜고 죽지못해 산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주변에 안 그런 사람이 없다. 허무하고 억울하지만 그게 삶이다. 살다가 불행하지 않은 아주 잠깐의 시간, 그래서 사람들은 그 찰나같은 순간을 행복이라 부른다.

우메보시는 맛이 있는 반찬은 아니다. 하지만 매실은  항균, 항생, 소독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우메보시를 뺀 도시락은 금방 상해버린다. 쓰고 맛없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금 쓰고 맵고 더럽게 맛없는 이 일들이, 억울하고 답답하고 허탈한 이 일들이 나중에 얼마만큼 내 인생을 제대로 만들어줄지 모르겠지만, 믿고 싶다. 믿어지지 않는 이 매일매일이 곧 지나갈거라고. 이 또한 기억 먼 곳으로 사라질거라고. 내가 도시락을 잘못 선택했던거라고. 그건 누구나 할수 있는 실수였다고.


멜로와 드라마에 강했던 일본이 이제 그 색깔마저 잃고 있다. 한류도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웃기는 짜장같은 랩배틀, 아이돌 제비뽑기, 춤만 잘 추면, 아니, 성형만 잘하면 스타가 된다는 애들 귀에 사탕같은 발림 좀 그만하고, 정말 잘하는 젊은 세대를 키워야 한다.
영화 ‘심야식당’에서도 오다기리 죠는 조연으로 나왔다. 눈에 안띄는 역할을 해도 없어서는 안되는 그런 배우가 좋다. 얼굴도 구분이 안가는 거기서 거기같은 아이돌 한 박스 말고, 쓰고 떫어도 자꾸 생각나는 진짜 탈랜트가 보고싶다.


인생이란 원래 시고 떫고 목구멍 얹저리가 울컥하는 것이다. 오늘도 추운 저녁 바람에 두 손을 호호 불며 중학생 형들 사이에서 그림을 그리고 돌아오는, 장래 자동차디자이너가 희망인 아들에게 너는 네가 살고싶은 인생을 살아라한다. 네 인생의 탈랜트로 멋들어지게 살아보라 한다. 나는 네 삶의 우메보시가 되어줄테니, 나는 언제나 네 뒤에 꿋꿋하게 지키고 있을테니. 너는 가장 크고 멋진 도시락을 가졌단다, 걸어라, 꿋꿋하게, 사랑한다. 내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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