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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athan Feel Aug 28. 2018

“갑질 그만”…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을 만나다

협동조합 프랜차이즈 지원기관이 뜬다! 

#1 지난 7월 26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마트협회가 한데 모여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현재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은 수익배분 구조의 왜곡으로 가맹 본사가 성장의 과실을 독식하고 있다”며 필수 구매 물품 최소화와 식재료 가격 인하 등 본사의 유통마진을 줄이고 합리적인 로열티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유통마진 등 불공정한 갑을관계가 형성된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 계약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 이들은 본사 이익을 가맹점이 뺏어오자는 것이 아니라 점주들이 벌 때 같이 벌고, 못 벌 때는 좀 덜 벌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 지난 8월 9일 서울시청에서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미가협)과 미스터피자 본사(MP그룹) 간 상생협약식이 체결됐다. 박원순 서울시장, 김흥연 MP그룹 사장, 이동재 미가협 회장, 김남근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김운영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 등이 참석한 이날 협약식을 통해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 구매협동조합 설립 계획도 공표됐다. 미가협은 올해 안에 가맹점주들을 조합원으로 둔 협동조합을 만들고 가맹점주들은 본사를 통해서만 구입 가능했던 냉동새우, 베이컨, 샐러드 등 25개 품목을 내년 1월부터 협동조합을 통해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 중재를 통해 이뤄진 이번 협약은 ‘을’끼리 연대해 거둔 성과로 공동구매를 통한 매입원가 절감과 투명한 원부자재 공급구조 확립 등의 기대효과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구매협동조합의 안착을 위해 전문 컨설팅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프랜차이즈가 기가 막히다. 본사가 가맹점 대상으로 인테리어 강요, 필수 물품 강매, 광고비 떠넘기기, 보복 출점 등 각종 ‘갑질’을 하면서 프랜차이즈가 사회문제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사의 갑질은 프랜차이즈(franchise)가 가진 본래 뜻과 상반되는 행태다. 프랜차이즈의 어원은 프랑스어 ‘franchise’로서 국왕이 지역에 자주권을 부여하거나 노예에게 자유를 줄 때 교부하는 서면을 의미했다. 혹은 국왕이 부여하는 광물 개발권, 상품 독점 판매권 등을 뜻했다. 즉 자유와 특권을 의미하는 말이 프랜차이즈였다.      


그것이 본사에서 개인(가맹점)에게 사업권을 준다는 의미로 진화한 것은 19세기 말이었다. 미국 아이작 싱어가 자신이 만든 ‘싱어재봉틀’을 1895년 판매업자에게 라이선스 비용을 받고 판매권을 주면서 가맹사업 개념이 생겼다. 이후 193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레스토랑 운영자 하워드 존슨이 상표와 메뉴 사용권을 주고 수수료를 받은 것이 프랜차이즈 사업의 시초가 되었다.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역사는 밀크셰이크 믹서기 영업사원이었던 레이 크록이 맥도날드를 가맹점 사업화하면서 시작됐다.(영화 <파운더>에 레이 크록이 맥도날드에 관심을 두고 인수하는 과정이 나온다.) 맥도날드 이후 프랜차이즈는 산업으로 발전했다. 작가 로버트 앤더슨은 “크록의 진정한 공로는 미국인의 입맛을 표준화한 것이 아니라 맥도널드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창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방송 <착한기업 전성시대> 방송화면 캡처

협동조합 프랜차이즈 전문기관 나온다


본사와 프랜차이즈 가맹점 사이에서 나타나는 갈등은 수직 관계 때문이다. 본사가 힘의 우위를 갖고 가맹점을 옥죈 탓에 ‘갑을관계’가 형성됐다. 본사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평 관계를 통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에 ‘협동조합 프랜차이즈’가 등장했다. 가맹점들이 본부를 전부 또는 일부를 소유해 개방적인 협동조합 방식을 유지하되 사업 진행은 프랜차이즈 방식을 취하는 것이 협동조합 프랜차이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프랜차이즈 갑질 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 창출 방안의 하나로 협동조합 프랜차이즈에 관심을 갖고 정책과제로 삼고 있다.


이에 협동조합 프랜차이즈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문기관 설립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해피브릿지협동조합, 보리네협동조합, 피자연합협동조합 등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는 사회적경제 기업과 쿱비즈협동조합, 장종익 교수(한신대) 등이 ‘쿱FC쿱’(가칭) 설립을 추진 중이다. 쿱FC쿱은 협동조합 프랜차이즈 스타트업 발굴·투자·육성 등을 위한 민간 전문기관이자 협동조합으로 이르면 가을께 발기인 대회를 거쳐 내년 초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법인 형태를 추진할 계획이다.           


소상공인방송 <착한기업 전성시대> 방송화면 캡처


쿱FC쿱은 협동조합 프랜차이즈가 사회문제로 부각된 프랜차이즈 갑을관계와 일자리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에 의하면 현재 서비스 및 소매업의 자영업 비중이 매우 높고 일자리 환경이 취약한 가운데 프랜차이즈 산업은 영세 가맹본부를 양산해 본부 간 치열한 경쟁이 심각해지자 본부는 상대적 약자인 가맹점에게 ‘갑질’하는 구조가 나타났다. 이에 협동조합 프랜차이즈를 강화한다면 갑을관계 해소와 함께 기존 프랜차이즈와 대기업의 직영체인을 잠식하면서 일자리 질과 양을 향상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쿱FC쿱은 컨설턴트가 아닌 엑셀러레이터(스타트업 발굴·육성·지원자) 역할을 자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협동조합 프랜차이즈 설립 단계와 확대(성장) 단계 등 모든 단계를 지원한다. 프랜차이즈들의 본부 역할도 놓치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전문경영인 육성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현장에 협동조합과 프랜차이즈의 가치를 전달하고 확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연구와 다양한 정책 공조에도 나선다.      


지난 7월부터 설립을 위한 모임이 세 차례 이어졌으며 주사업 영역을 △가맹 본부 사업 대행(가맹점 개설, 박람회 개최, 인증 등) △협동조합 프랜차이즈 매뉴얼 △전문경영인 육성 △밸류 체인 구성 △연구 및 정책 건의 등으로 잠정적으로 잡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협동조합 프랜차이즈나 프랜차이즈 협업화 사업(이익공유형 프랜차이즈) 등에 관심을 두고 있는 상황이라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사회혁신추진단 등과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쿱FC쿱은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가맹점 개점·확대·이전·재창업 등의 지원을 위한 기금 조성 △인력, 시스템, 교육, 공동마케팅, 공간 공동 사용 등의 공유 사업 △공동 물류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협동조합 프랜차이즈는 아직 생소한 분야다. 낮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활동과 시간이 필요하며 미션과 비전에 동의하는 더 많은 사람과 조직도 필요하다. 민간 차원에서만 진행하기보다 행정과 거버넌스 할 수 있는 구조도 필요하다.      


협동조합 프랜차이즈 지원기관 비즈니스 구조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송인창 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 소장은 “현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지원 사업 등은 설립 단계에 집중돼 있어 확대 단계를 육성하고 이후 성숙과 혁신 단계로 진입 준비를 장기적 관점에서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협동조합 프랜차이즈 지원기관이 협동조합 프랜차이즈 본부들의 협의체나 연합체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민간 주도로 진행하되 행정은 제도 및 예산을 통해 협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동조합 프랜차이즈 전문기관은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의 확대를 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보인다. 프랜차이즈가 사회적경제와 본격 결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고 공동물류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사회적경제가 규모의 경제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 마련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수직 관계에서 동반자 관계로     


협동조합 프랜차이즈는 기존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수직 관계를 동반자 관계로 만들 수 있는 기회다. 가맹점이 프랜차이즈 본사 오너 리스크를 질 일도 없어진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에 의하면 현재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규모는 연매출 100조 원, 영업이익 7조 5천억 원 수준이다. 영업이익 가운데 2조 5천억 원이 4200여 개 가맹 본사의 몫이다. 나머지 5조 원을 가맹점주 22만 명이 나누면 점주 한 명당 230만 원가량 돌아간다. 불합리한 수익구조에 의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는 프랜차이즈 본사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점주가 하나둘 없어진다면 프랜차이즈 본사도 유지될 수 없으니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는 프랜차이저(franchisor)와 프랜차이지(franchisee)로 구성된다. 가맹본부(프랜차이저)와 가맹점(프랜차이지)은 기본적으로 대등하다. 가맹점이 본부에 종속된 관계가 아닌 계약에 의해 단일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업 파트너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직 관계가 형성된 것은 프랜차이저가 불공정한 계약조건을 내걸고 프랜차이지를 착취하는 등 대등한 관계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맥도날드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본격 펼치던 시기를 다룬 영화 <파운더> 포스터


현재 글로벌 자본주의 폐해의 상징이자 각종 논란과 공격의 대상인 맥도널드지만 그 성장사를 보면 배울 점이 분명 있다. 가맹점과 맺은 관계가 특히 그렇다. 맥도날드의 레이 크록은 가맹점을 혁신의 원천으로 보고 대등한 파트너로 대접했다. 단기 이익을 놓고 보면 가맹점보다 직영점이 나았지만 맥도널드는 직영점 비율을 높이지 않았다. 직영점은 성공에 대한 절박함도 떨어지고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혁신이 나올 가능성이 낮다고 보았다. 실제로 맥도널드가 성공을 거둔 혁신은 대부분 가맹점들에서 나왔다. 다른 프랜차이저들은 설비와 재료를 가맹점에 팔아 큰 차익을 남겼지만, 크록은 갈등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독립 공급업체에 맡기고 당시 관행으로 통용되고 있던 ‘리베이트’도 받지 않았다. 대신 품질 기준을 엄격하게 충족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갑을관계가 아닌 동등한 파트너십을 갖기 위한 노력이었다. 크록의 좌우명이 그것을 대변한다. “당신(프랜차이지)이 먼저 1달러를 벌면, 우리(프랜차이저)가 그다음 1달러를 번다.”


크록은 또 아무에게나 가맹점을 내주지 않았다. 직접 경영할 것. 매장에서 일할 것. 개인이 여러 가맹점을 갖지 않도록 할 것. 더불어 가맹점주 후보의 지역사회 기반을 중시했다. 지역사회와 밀착해야 그것에 맞춘 혁신과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협동조합 프랜차이즈는 구조적으로 크록이 내세운 동등한 파트너십과 같은 맥락으로 닿는다. 일찌감치 혁신이 어디서 어떻게 오는 것인지 간파한 장사꾼의 지략을 이제라도 도입하면 어떨까.      


쿱FC쿱은 오는 가을, 협동조합 프랜차이즈 관련 포럼 등을 개최하면서 발기인 대회를 함께 가질 계획이다. 더불어 해외 협동조합 프랜차이즈 관련 인사 등과 함께하는 국제포럼에도 참여하는 한편 해외연수 등의 기회를 마련하기로 했다.      


빨래방카페 협동조합도 나온다       


지난겨울과 올여름, 빨래방이 미어터졌다. 이상한파와 폭염에 시달리면서 세탁기가 고장 나거나 많은 물량을 처리해야 하는 통에 동네 빨래방을 찾는 횟수가 크게 늘어났다. 또 1인 가구 등 소규모 가구 증가,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세탁·빨래의 아웃소싱 증가 등으로 빨래방은 꼭 필요한 공간으로 부상했다.


이에 서대문에 자리한 쿱비즈협동조합은 ‘빨래하는 시간을 여유 있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없을까?’라는 필요를 바탕으로 ‘빨래방카페 협동조합’(가칭, 이하 빨래방카페)을 추진하고 있다. 빨래방카페는 빨래방과 카페를 결합한 사업모델이다.      



쿱비즈는 빨래방카페에 협동조합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 창업 및 운영비용을 절감하고 가맹본부-점주 간 협동을 기반으로 한 공정계약 문화를 확산하기로 했다. 빨래방카페는 이와 함께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담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우선 빨래방 운영 외에 배송, 수거, 시설관리, 공간 운영 등 연계 일거리를 취약계층 고용 및 자립과 연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점주도 일과 삶의 균형점(워라밸)을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쿱비즈는 기대하고 있다.      


빨래방카페는 아울러 과거 우리나라 빨래터나 미국 빨래방처럼 이웃 관계를 맺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카페를 결합한 이유다. 이를 통해 마을 커뮤니티 활동과 소통이 맺어지도록 만들고 마을기업 창업은 물론 도시재생 지역 주체를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쿱비즈에 의하면, 빨래방은 현재 우리나라에도 급속도로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기준 1,000여 개가 있다. 이는 일본의 1만 7,000여 개에 비하면 5%에 불과한 수준이다. 사업성도 나쁘지 않다. 자영업 비중이 큰 업종 가운데 음식점과 서비스·도소매업의 폐업률이 각각 20.6%와 20.3%에 이르나 빨래방은 0.1%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음식점 20.6%, 서비스·도소매업 20.3%) 재고와 외상이 없다는 점에서 고정비가 낮고 카페, 편의점, 만화방 등 멀티숍 운영이 가능하여 사업 확장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부가서비스(수거, 청소, 배달 대행 등)를 통한 추가 수익도 가능하다.   


강민수 대표는 “‘협동조합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프랜차이즈를 선도한다’는 조합원 가치제안을 통해 협동조합 프랜차이즈의 성공 사례를 만들고자 한다”며 “임팩트투자 등과 연계하는 것을 추진 중이며 9월 중 표준점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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