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사무실에서 가장 오래 근무를 한 사람은 부장이다. 부장은 회사가 정착기에 들어서면서 지금의 사무실에 들어와 각 부서와 회의실과 다용도실을 나눴고, 지금은 털털 소리 나게 돌아가는 다용도실의 그 냉장고 역시 부장이 구입했다. 물론 회사 돈으로. 부장은 자신과 같이 나이 들어가는 사무실에서 늦은 감이 없지 않았지만,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믿으며 타성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중이다.
다음날, 출근하자마다 무무 씨가 평소에는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부장의 자리로 가서 말했다.
“부장님! 냉장고에 죽이 나오게 되면, 저한테 좀 알려주세요. 아닌가? 죽 주인이 부장님이니까, 죽 좀 빌려달라고 해야 하나?”
“그게 무슨 말인가? 죽을 빌려달라고?”
“아, 그… 회사 건물 청소 아주머니들이나 저기 지하보도에 노숙인분들… 죽을 나누다보니까, 그분들 생각이 나서요.”
“오! 그럼, 내가 직접 드려야지. 자네만 죽을 나누나? 나도 나눌 수 있지! 잘 할 수 있다고!”
일주일쯤 지나 부장이 무무 씨의 자리로 왔다. 같이 닭죽을 먹던 날처럼 무무 씨의 뒤에 와서 주춤거렸다.
“아! 부장님, 자꾸 사람 놀라게 하지 마세요!”
“아, 미안 미안… 지금 냉장고에 죽이 있는데 말이야….”
“오! 무슨 죽이에요?”
“그냥 야채죽 같은데? 아, 소고기 야채죽 같군….”
“부장님도 참… 누구 생각나는 분 계세요?”
“어? 자네가 저번에 미화원 아주머니 얘기했던 거 같은데….”
“그럼, 아주머니 모시고 올까요? 아니, 저번에 부장님이 직접 하신다고.”
“아니 아니, 자네가 모시고 회의실로 오게… 아니, 그냥 자네가 대접해 드리게… 나는 아무래도 사무실에…”
“부장님, 냉장고에서 죽을 꺼낼 때는 부장님이 하셔야 해요! 두 손으로! 아시죠?”
무무 씨가 두 손을 모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아… 알았네, 알았어. 아주머니 잘 모시고 오게나. 회의실 누가 쓰기 전에…”
회의실 쪽으로 걸어가면서 부장은 다짐했다. 다음번에는 자신이 직접 모시고 와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