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가 내 마음을 살렸다
“일어났어? 아무것도 하지 마. 푹 쉬어.”
토요일 아침, 남편에게서 걸려온 전화다. 아직 눈이 덜 떠졌지만, 그의 말이 이상하게 따뜻하게 박혔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화장실 청소, 옷방 정리, 냉장고 청소까지, 주말에 늘 나를 기다리던 일들의 목록이다. 그는 마치 내 마음을 다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이어 말했다.
“저녁엔 갈비 먹으러 갈까?"
푹 쉬어라는 말을 듣고 갑자기 저녁에 외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 딱 맞춤한 타이밍에, 그것도 내가 생각하던 갈비를 콕 집어 말할 수 있을까? 말이 끝나기 전에 속을 들킨 것 같아 푹 웃고 말았다. 남편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빨래를 돌리고, 옷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남편의 한마디가 그렇게까지 힘이 되리라고는 생각 못 했다. 신기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 이렇게 쉽게 달래지는 나 자신이.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 요즘 왜 이렇게 달달해졌어?”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각시가 이쁜 짓을 하니까.”
"하긴 나 같은 부인도 없지. 미모 되지. 능력 되지. 빠지는 게 없잖우."
농담으로 말했지만 남편 말에 기분이 좋았다.
그날 저녁, 우린 함께 걷기로 했다. 조금만 나가면 나오는 둑길. 왼쪽으론 철새가 사는 하천이 흐르고, 오른쪽엔 개구리 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는 논이 있다. 봄엔 벚꽃이 흐드러지고, 여름엔 나무 그늘이 터널을 만든 길이다. 우리가 자주 걷는 그 길을 걸으며,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나 요즘 나를 다시 보고 있어. 이 일을 17년 넘게 해왔잖아. 그동안 게으르지 않게 늘 배웠고 성장하려고 애썼어. 가르치는 일에는 정성으로 대했고, 강의하는 교안 하나하나에 혼을 담았어. 신입교사가 강의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밤늦도록 고치고 또 고쳤어. 그 시간들이 나를 키웠고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아. 나는 내가 작은 줄만 알았는데, 신입교사들이 정성껏 교육을 듣는 걸 보다가 문득, 깨달았어. 내가 멋진 사람이더라. 그래서 나를 사랑하기로 했어."
그는 조용히 옆에서 내 속도에 맞춰 종종걸음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가 불편하지 않도록 빠른 걸음으로 보조를 맞췄다. 바람 때문이었을까. 나도 모르게, 계속해서 쏟아내듯 말했다. 자화자찬이 터졌고, 감정이 복받치기도 했고, 폭풍 수다로 숨도 찼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들어주었다. 걷는 동안, 내 말에 단 한 번도 끼어들지 않았다. 숨죽이며 듣고 있었다. 말이 멈추자 그가 내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따뜻했다. 단단했다. 말보다 더 큰 위로였다. 나는 알게 됐다. 내가 얼마나 응원의 말 한마디에 목말라 있었는지.
“괜찮아”, “고생했어”, “잘하고 있어”처럼 마음을 울리는 말 한마디는 누군가를 살려낸다. 오늘의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