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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옥 Aug 05. 2021

우리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오늘부터의 세계』

"모두가 인간으로서 품격을 누리는 삶의 기본을 보장받는다면, 세상의 두려움은 줄어들 것"이고, "두려움이 줄면 혐오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우리는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 손쉽게 탓할 대상을 사냥한다. 누스바움은 사회가 개인을 보살 필 것을 요청했다.

『오늘부터의 세계』


『도산에 사는 즐거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코로나19 전염 뉴스가 세상을 뒤엎었다. 두 달 동안 목감기를 달고 있던 터라 불안이 일상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두려움이 현재를 흔들지 못하도록 몰입할 무엇이 필요했다. 사 놓고 읽지 못한 『오늘부터의 세계』를 펼쳤다.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 핸드폰으로 손이 갔고 뉴스 전체를 뒤덮고 있는 코로나19 뉴스를 따라 읽기 시작했다. 세계를 공포로 몰아간 코로나19의 참담한 뉴스를 보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사망자와 확진자 수는 매일 수백 명씩 늘었고 의료시설이 좋지 않은 나라는 넘쳐나는 시신을 묻을 곳이 없는 안타까운 상황까지 생겼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뒤 중국 전역과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는 2020년 1월부터는 세계 곳곳을 강타했다. 급기야 세계보건기구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인 팬데믹을 선포했고 각 나라에서는 감염예방을 위한 봉쇄가 이뤄졌다. 불안감에 물품 사재기가 대대적으로 이뤄지면서 지구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코로나19의 공포가 휩쓸고 간 마을에는 확진자에 대한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 난무했다. 서구사회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유색인종에 대한 비상식적인 혐오와 차별이 벌어졌다. 심지어 "서구에서는 아시아 이민자에 대한 증오가 물리적 폭력으로 나타났다. 『오늘부터의 세계』 「미래 대예측」의 저자 자크 아탈리는 "분노가 부치긴 이기주의가 전염병을 빠르게 확산"했다며 전염병이 더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서 사회적 이타주의를 당부했지만 불행을 겪는 이들에게는 답이 되지 않았다.



중대본에서는 종교활동, 모임 등 밀집된 공간에서 함께 있는 시간을 자제하도록 문자를 지속적으로 보내왔지만 잘 지켜지던 사회적 안전거리도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갇힌 공간의 삶에서 서서히 지쳐갔고 결국 한계에 부딪혔다. 더구나 계절은 봄이다. 봄꽃이 피는 곳에 상춘객이 몰리고 암암리에 모임이 진행되며 카페나 주점에 손님들이 몰리더니 급기야 탈이 나고 말았다. 4월 30일 부처님 오시는 날을 기점하여 5월 5일  연휴 동안 젊은이들은 클럽으로 몰려들었고 그중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되면서 잠잠했던 사회에 다시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시작했다. 5,000여 명에게 노출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시간이 갈수록 감염자를 증폭시켰다. 5월 16일 학생들의 등교도 미뤄지고 세계적인 방역 모범국가로 불렀던  K 방역에도 흠이 생겼다.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 한 이 불안의 끈은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뉴스로 인해 다시 마음이 복잡해졌다.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핸드폰을 내려놓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한 시간만 아무 생각 하지 않고 몸을 써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건강을 위해 사두었던 워킹 패드에 올랐다. 천천히 발을 옮기며 속도를 높였다. 달리는 동안 시간을 알뜰히 사용하기 위해 [책 읽어드립니다]라는 프로그램을 열었다. "이 프로그램은 스테디셀러 책들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독서 프로그램으로 매주 다양한 책을 소개해 준다. 책 읽기 초보자의 시선에서 맞춤형 질문으로 공감을 얻은 전현무, 모든 책을 색다른 시선으로 해석하는 이적, 독서를 사랑하는 윤소희, 박학다식함을 바탕으로 책의 이해를 도와준 장강명 등 출현진들의 활약이 돋보인(네이버)" 프로그램이다. 전문가들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전해주자 내용이 더 깊게 들어왔다. 책을 읽고 덮는 것이 아니라 독서토론이 핵심임을 다시 일깨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 독서모임을 했다. 한 달에 한 번 여섯 명의 동학들의 생각을 듣고 이야기를 나눈 시간은 늘 훌쩍 지나 아쉬웠다. 코로나19로 독서 모임이 정지된 상태라 [책 읽어드립니다]라는 프로그램은 독서토론에 대한 갈증을 대신했다. 설민석의 요약 강독 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해박한 지식을 듣는 시간이 유익해 애청자가 되었다. 이번에 시청할 책을 현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페스트」로 고른 이유이기도 하다. 페스트로 인한 집단 감염과 바이러스 현상을 바라보는 인간성과 사회문제가 코로나19가 발병한 현 상황과 비슷해 고개를 끄덕이는 시간이었다.



"전염병이 도시 전체를 위협하고 있지만, 그들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여기서 말하는 '평범함'은 무지다."라는 해설가의 말에 공감했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보면 확산에 대한 무지와 안일함이 보여준 실태다. 전 국민이 조심하는 상황에서 '나 하나쯤이야, 젊은 사람들은 치사율이 낮으니까. 걸려도 내가 걸리는 거니까. 설마 내가 걸리겠어. 건강하니까.'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전염병은 급속히 전파되었다. 무지와 이기심이 전염병 확산으로 이어졌다.



새롭게 시작된 지역 감염으로 조금씩 살아났던 경기는 다시 얼어붙었고 세상은 다시 불안과 공포로 치달았다. 이번 바이러스 확산 조짐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는지 모른다. 그동안 힘들게 지켜온 사회적 안전거리에 지쳐갈 만큼 긴 시간이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에도 함께 어울리는 일상적인 활동이 일시적으로 막혀버렸다. 결국 조금씩 틈이 벌어졌고 봄이라는 무기로 터져버리고 말았다. 백신이 나오기 전에는 이와 같은 일상이 반복될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암울한 바이러스 공포시기를 오래도록 견디며 살아야 할지 모른다.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최소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석학자들은 말한다. 평범했던 일상을 버리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대가 생각보다 더 길어질 것이다. 자크 아탈리 말처럼 "지금은 매우 위험한 시기이며 앞으로는 결코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른다." 평범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 시간인 만큼 예전의 일상으로 복귀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소식에 암담했다. 사소한 일상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날이다.





"우리는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2020.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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