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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박 May 23. 2020

03_매슬로와 5가지 팁

 Finding Happiness 03_Maslow and 5 tips

중고생 시절 매슬로의 욕구단계 이론이라는 피라미드를 보았을 때, 나는 경악했다.

어떻게 한 덩이로 보이는 욕구를 구분해서 정리했을까? 이렇게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어떤 것은 상위 욕구이고 어떤 것은 하위 욕구이고, 상하관계를 나눌 수 있었을까? 


십수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이 이론을 꺼내 드는 이유는 

내가 마치 사춘기 중학생처럼 방황하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진입하려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이론이 맘에 든다.

인간 심리의 본질을 파고들려 했던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도 "OO 하는 N가지 방법"이라는 21세기 최고의 클릭하고 싶어 지는 제목 포맷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이 매슬로의 5단계 이론에 맞춰서,

나만의 행복을 발견하기 위한 5가지 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단, 여기서 나는 5단계에 딱히 상위도 하위도 나누고 싶지 않다. 

나는 어떠한 욕구를 통해 얻어낸 행복도 결과물이 긍정적 에너지의 행복이라면 개의치 않는다.

맛있는 밥을 먹는 것은 가장 하위의 '생리적 욕구'이지만, 내게 굉장히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행복의 발견을 위한 5가지 팁


1. 생리 행복 : 건강한 몸뚱이

2. 안전 행복 : 피난처 찾기

3. 사회 행복 : 헌내기의 행복

4. 존경 행복 : 하나를 파고 파자

5. 자아실현 행복 : '보람'이론



1. 생리 행복 : 건강한 몸뚱이

나는 체력이 강한 것이 모든 퍼포먼스, 역량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제 아무리 뛰어난 발재간을 지닌 축구선수도 체력이 고갈되면 현저히 퍼포먼스가 떨어지며,

람보르기니조차 기름을 넣지 않으면, 1mm도 스스로 굴러갈 수 없는 깡통이다.

우선 잘 자라!

6시간 이상을 자라, 7~8시간을 자라, 3의 배수 시간으로 자라 등등

많은 수면 팁이 나와있지만, 나는 여러분에게 맞는 시간을 찾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수면은 규칙적일수록 좋다. 

주말이라고 해서 평소보다 늦게/일찍 2~3시간씩 더 자는, 패턴을 깨는 행위는 정말이지 비추다.  

몸은 빛에 예민하다. 잘 때는 최대한 방을 어둡게, 모든 빛을 차단하라. (그래서 자기 전 스마트폰은 독약이다.)

일부를 제외하고, 원래부터 나쁜 음식은 없다. 그걸 너무 잔뜩 먹는 것이 문제지....

그리고 굶지 말고 먹어라. 건강히 먹어라.

그렇다고 샐러드, 닭가슴살만 먹다가는 폭삭 늙는다. 

나는 과식, 폭식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팁이라고 생각한다.

ABC 초콜릿 한 알을 먹은 것으로 너무 죄책감을 갖지 말자. 정신건강에 해롭다. 대신 다섯 알 이상 먹지는 말자.

운동이 되는 즐거운 것들을 찾아라.

헬스장, 크로스핏이 힘들면 힘들수록 중독되는 사람이 있는 한편,

힘들 것이 예상되어 점점 가기 싫어지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즐거운 운동을 하기를 바란다. 일상에 녹아드는 운동.

산책, 등산, 요가, 농구, 축구, 탁구, 배구 무엇이든지...!

몇 개월 내 몇 kg 감량! 이 목표가 되면 피곤하다.

내가 좋아하는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될 만한 것을 찾아라. 


건강한 몸은 행복의 도화지를 장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것이 없이 행복을 그리는 것, 행복을 그려놓고 도화지를 찢어버리는 것, 모두 의미 없지 않겠는가?



2. 안전 행복 : 피난처 찾기

눈과 비바람을 피할 집이 있는 데에서 이미 당신은 70점 이상 득점했다. (전세든, 월세든!)

그러나 매슬로가 여기서 말하는 안전은 날씨나 재난에 대한 것뿐 아니라, 감정적인 안전도 말한다.


제 아무리 구글이며 아마존이며 주변인들의 입이 떡 벌어질 직장에 다녀도 내가 언제 잘릴지 모르면 불안하다.

내가 NBA나 EPL에서 뛰는 프로 운동선수여도, 벤치만 달구고 있다면 언제 방출될지 몰라 불안하다.

누군가 직장 내에 나를 감정적으로 못살게 구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안전 행복의 방해 요소이다.


피난처를 찾아라.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나 존재가 나타났을 때, 내가 쏟아지는 총탄을 피할 수 있는 곳.

나만이 아는 조용한 카페는 피난처의 좋은 예시다. 

A. 가장 좋아하는 장소 찾기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쉴 수 있고, 내가 불안감을 최대한 적게 느끼는 곳.

집 앞 도서관이나, 전망이 좋은 카페, 아무도 모르는 회사 건물 구석의 휴게실,

그리고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 어디든 좋다.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장소가 있어야 한다.

매일 가도 질리지 않는 그런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곳. 

파블로프의 강아지가 된 듯, 이곳에 가면 조건반사로라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 어딘지 파악해야 한다.


B. 가장 싫어하는 장소 피하기

여러분이 가장 싫어하는 장소는 어디인가?

직장일 가능성이 높겠지만, 내가 묻는 것인 10분 이상 있기에 견디기 힘든 지옥 같은 곳을 말한다.

단순히 짜증 나는 수준의 직장이면 그래도 일단 달콤하고 안정적인 월급을 위해 잠시 더 있기를 추천하지만,

일요일 저녁에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잠도 안 오고, 출근부터 퇴근만 죽도록 기다리는 곳이라면,

그곳이 당신의 지옥이다. 전쟁터이다.

피난처를 찾으랬더니, 스스로를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 놔둬도 된다는 뜻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

3의 사회 행복에서도 얘기하겠지만, 꺼려지는 곳에 억지로 가지 마라. 정말 싫은 사람은 피해도 된다.



3. 사회 행복 : 헌내기의 행복

헌내기는 새내기에 대비되는 말을 위해 대학시절 선배들이 종종 쓰던 용어이다. 표준어는 아니다. 

새내기는 풋풋한 싱그러움, 설렘, 호기심을 유발하는 자극제이지만, 영원치 않다. 

그들도 언젠가는 헌내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익숙해지고 정든다는 것은 어찌 보면 새로움은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소개팅에서 만나는 이성은 그야말로 새내기이다. 

설레지만, 정말 불편하고 어색하고, 또 긴장도 잔뜩 된다.

때로는 내가 아닌 새로운 페르소나를 장착하고 그 자리에 임하게 만든다.

직업 면접도 마찬가지. 당신은 면접관들에게 새내기이고, 당신에게 그들도 새내기다. 엄청 긴장된다. 

상상만 해도 불편하다. 상호 새내기로 구성된 장소는 대개 그렇다.

반면 헌내기들은 어떠한가?

익숙하고, 내가 긴장하지 않고, 설레지는 않아도 편안하다. 아무 감정 안 들 때도 있다.

매슬로는 소속감, 안정감, 받아들여짐, 애정, 우정을 예로 들어 이를 설명했다.

이력서에 적을 학교, 직장만이 소속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동네 친구, 중학교 친구, 왜 서로 친해졌는지 기억도 안 나는 그런 편한 모임도 소속감을 준다. 


그런 헌내기가 주는 행복이 바로 사회 행복이다. 

헌내기 중의 최고참 헌내기는 여러분의 가족이다. 

가족 앞에서 긴장되는가? 소개팅을 하듯이 부엌 식탁에 앉아 가족들을 대하는가? 아마 아닐 거다.

그런 소속감을 주는 장소가 "많은 것"보다는 여러분이 집단에 느끼는 감정의 깊이와 강도가 더 중요하다.

'사회성'이란 단어가 곡해되어 있는 것을 많이 보았다.

새로운 사람에게 잘 대하고 사교성이 좋은 것은 개인에게도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스킬이다.

그러나 새내기 대하기에 매몰되어 헌내기들의 소중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4. 존경 행복 : 하나를 파고 파자

존경은 남에게만 받는 것이 아니다. 

내적인 자기 존중과 외적인 인정에 대한 것을 동시에 충족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존중, 자율성, 성취감 같은 내적 존중은 매일 연습하면 비약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

기본적인 방법으로 아침저녁으로 저널링을 하는 것이 좋다.

자신에 대한 칭찬이 과하면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되겠지만,

하루에 단 한 문장씩만 본인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면, 내적 자기 존중에 큰 도움이 된다.

5분 저널은 매일 일기 쓰기 습관을 들이는 데에 최고의 연습서이다.


그러나 내적 존중은 외부의 칭찬이나 존중과 결합되면 믿을 수 없이 큰 시너지 효과를 낸다.

인간은 결국 사회적 동물이고, 자가발전만으로는 큰 에너지를 내기가 어렵다.

남으로부터, 소중한 헌내기들로부터 받는 인정과 존경은 다섯 번째 행복인 자아실현에도 도움이 된다.


나는 여러분에게 몰두할 수 있고, 파고들 수 있는 하나가 있기를 바란다.

팔방미인이 되려면 일단 하나라도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전문가는 존경받는다.

대학시절 말주변이 정말 없고, 촌스러운 옷에 동글동글한 안경을 쓰고 있던 교수님이 기억난다.

그러나 그분의 수업을 듣고 나서 "정말 천재다"라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전문가는 빛나 보인다. 겉보기에 화려한 사람이 받는 존경이나 인정보다는

알맹이가 실하고, 깊은 사람은 마치 진주와도 같이 연꽃과도 같이 아름답고 빛난다. 

따로 애써 자기 PR을 하지 않아도, 화려한 언변을 갖추지 않아도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


그리고 그 영역에 성역은 없다.

더 나은 취미, 고급 취미, 인싸 취미 따위의 것은 허상이고 어불성설이다. 

사진, 동물, 운동, 만화, 낚시 등,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고 또 몰두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행복이거니와

더 빠르고 깊게 전문가가 될 수 있고 사람들은 당신을 존경하게 될 것이다. 


몰입하라. 좋아하는 것을 찾아라. 전문가가 되어라.

더 깊이, 더 즐겁게, 더 즐길 수 있게. 

단 하나여도 좋다. 존경은 알아서 따르게 되어있다. 



5. 자아실현의 행복 : '보람'이론

보람은 내가 우리말에서 단연 가장 좋아하는 단어다.

순 우리말이어서 좋아하고, 또한 외국어로 표현하려면 꽤 긴 설명이 필요해서 좋다.

매슬로의 자아실현의 욕구와 행복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보람"을 느끼는 것이라 이해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알아듣기 가장 쉬울 것이다. 


일본어에 이키가이(生き甲斐)라는 단어가 있다. 

직역하자면 사는 맛, 삶의 보람이라는 뜻이다. 

어째서인지 서구권에서 Ikigai라는 개념으로 크게 퍼져있고, 이를 설명하고자 만든 다이어그램이

널리 알려져 있을 정도로 유명한 단어가 되었다. 

나는 이것이 우리말의 '보람'과 유사하다 생각했다.


이키가이(삶의 보람)이란,

1. 당신이 사랑하는 것

2.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3. 당신이 잘하는 것

4. 당신이 돈을 받고 할 수 있는 것

이 네 가지를 동시에 충족할 때 얻어지는 것을 말한다.


소명, 열정, 직업, 천직이 이 과정에서 생겨나며,

이것들이 동시에 만족되는 상황에 가까운 지위에 이르렀을 때,

당신은 자아실현을 할 수 있으며 삶에서 보람을 느낀다.

나이가 들면서 보람이란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나는 보람에 푹 빠져있다.

이키가이가 유명한 단어가 되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말하는 '보람'이라는 정서도 충분히 인간의 행복과 삶의 목적을 설명하는

좋은 단어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하루에 얼마나 자주, 혹은 깊게 보람을 느끼는가?

일주일에는, 한 달에는, 혹은 한 해를 보냈을 때 "보람찼다"라고 얼마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순 우리말에 '보람'이라는 단어가 있음에, 나는 자랑스러움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낀다.

현대의 우리들은 보람이라는 단어를 잘못 이해하거나, 아예 멀리하고 모르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


보람 없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보람 없는 삶을 성공한 삶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당신의 보람을 찾으라. 그리고 그것이 어렵다면,

위의 4가지 행복을 먼저 차곡차곡 쌓아보도록 하자.

그렇다면 당신이 자아실현과 직결되는 '보람'이란 녀석을 발견하기 더 쉬워질 것이라 믿는다.


언젠가 나도 오피니언 리더가 되어서 이 '보람'이라는 우리말을

경영이론에, 심리학 이론에, 사회학 이론에 한 페이지에 기록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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