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박 May 11. 2020

02_잘함과 좋아함

Finding Happiness 02_Good vs Want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아마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나에게 필요한 요소가 다른 이에겐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나는 골프나 당구, 낚시 같은 스포츠에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당구장에 가더라도 친구들의 흥에 편승해서 즐기는 수준이며,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나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즐겁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돈을 받지 않아도 좋다.

'악마의 재능'이라는 용어를 최근에 접했다.

특정 분야에서 남들을 씹어먹는 수준의 천부적 재능을 타고났음에도,

본인의 행실이 바르지 않거나, 게을러서, 사고를 쳐서 꽃을 피우지 못한 선수들을 말한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악마의 재능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노오력을 해야 한다, 뭐 자기 자신을 갈아 넣어야 한다는,

뭐 그래서 악마의 재능으로 전락하면 안 된다는 얘기는 이제 진부하다.


나는 좀 더 '위대함(Greatness)'에 집중하고 싶고,

최근 2~3년간은 집착할 정도로 그 위대함에 심취해왔다.

남들은 살면서 하나도 끼기 힘든 NBA 우승반지를 6개나 끼고 있다.

마이클 조던을 알 것이다. 농구를 모르는 사람도 들어본 이름. 신발 장수가 아니라 실은 농구선수였다.

조던은 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의 선수)라는 칭호를 듣는 몇 안 되는 선수이며,

농구를 넘어 전 스포츠에서도 GOAT라는 칭호를 이견의 여지없이 듣는 전설적 인물이다.



그런 그가 제일 잘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말 멍청한 질문으로 들렸을 수도 있겠지만, 농구다. 맞다.


그렇다면, 그가 좋아하던 스포츠는 농구뿐이었을까?

아니다, 조던은 광적인 야구팬이었고 실제로 한 번 은퇴를 하고 야구하러 떠난 적도 있다.

조던이 농구를 떠나 잠시 야구에 외도한 것은 두고두고 조롱거리이자,

많은 농구팬들이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기도 하다. 

만약 그가 은퇴하지 않고 계속해서 농구에 전념했다면,

3 연속, 3 연속이 아니라 7~8 연속 우승을 해낸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나는 조던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굉장하게 생각한다. 

그가 (심지어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종목을 두고, 비록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어린 시절 좋아했던 야구의 (비록 마이너지만) 미국 리그에서 뛰고자 결정한 것은

웬만한 용기로는 시도도 못할 일이다.

기대치는 높아져있지, 이미 너무나 유명해졌지, 야구를 그렇게 잘할 거라는 보장도 없지,

그냥 은퇴하고 취미생활로 하려나보다 하기에는 그가 감내해야 하는 시선이 강렬했을 것이다.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내가 잘하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것


이 둘 중에 골라야만 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같은 잡지에, 같은 인물, 그러나 다른 종목, 다른 평가


물론,

내가 너무 하고 싶은 일을, 내가 잘하기까지 한다면 정말 더 바랄 것도 없을 것이다.

재능을 갖고 태어났는데, 그것이 너무 재밌고 좋고, 게다가 남들보다 훨씬 잘한다면.....


"나는 아니지"

"나는 못하지"

"나는 마이클 조던이 아닌걸?"

이라고 한탄하면서 현재 손에 잡고 있는 수입원을 놓지 못하고 취미생활을 가끔 하는 삶도

나는 절대로 부정하거나 비판하지 않을 것이다. 


제일 슬픈 것은, 내가 뭘 잘하는지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내가 뭘 잘하는지, 그리고 뭘 하고 싶은지를 정말 잘 알고,

또 몰랐던 부분도 평생 발굴해 나가고 싶다.


이 잘 함과, 좋아함이라는 개념을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성공"과 결부시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잘하는 것을 갈고닦아야 성공한다느니, 좋아하는 것을 찾으세요, 열정을 찾으세요, 등등

많은 자칭 멘토들이 성공을 위해 재능이건 취향이건 갈아넣기를 권한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르다.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잘하는 것을 잘할 때, 남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냈을 때 그것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남들보다 조금 못 하더라도, 그것을 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도 있다.


여기서 '재능이 있는데도 그 정도냐'라는 식으로, 소위 '악마의 재능'이라 하며 깎아내리는 것,

또 '그러면 뭐 해, 잘하지도 못하는 걸...'이라며 사람을 깔보거나 하는 것, 

나는 저 모든 태도를 증오한다. 위와 같은 태도는, 나도 여러분도 되도록 취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못하는 것도, 언젠가는 잘하게 될 수도 있다.

지금 잘하는 것도, 언젠가는 남에게 추월당할 수도 있다.

그러니 나는 그러한 현재의 상태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진정으로 내가 잘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고, 발굴하고, 또 자세히 알아가는 과정을

그러한 시간을 더 소중히 여겼으면 한다. 



마이클 조던은 은퇴하면서 신문 기사에 이런 말을 남겼다.


단지, 농구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조던이 아무런 재능 없이 태어났더라도,

그가 농구를 그만큼 즐기고 행복해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조던은 '농구'를 찾았다. 행복의 길과 성공의 길이 겹쳐졌을 뿐,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가 '농구'라는 것을 찾아냈다는 것에 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을 발견조차 하지 못한다면,

행복이나 성공은 그저 요원한, 공허한 울림에 지나지 않는다.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위로는 탑을 쌓고, 아래로는 땅을 파서 기반을 다져야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둘 다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찾아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01_행복할 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