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ng Beom Park Jan 17. 2018

#01.스페인 여행

입사 후, 가장 오래 떠난 여행

대충 그린 낙서를 공유를 하면서

이제는 글과 함께 남겨보겠다는 작은 생각이 과연 실현이 될까 싶다.

그래도 조금은 자국을 남기기에 충동이 있기에,

충동을 믿고 따라가 볼 생각이다.


올해 다녀온 스페인 여행에 대한 기록을 정리하면서 시작해 본다.

----------------------------------------------------------



'모르겠다 가자!'

회사라는 곳에서 직업인이 되자라는 일념으로 입사한지 5년차,

그동안 2박3일 / 3박4일정도로 짧게 여행을 갔고

대부분 비행기는 타되 멀리는 못가는 제주도로 가게 됐다.


작년 한해, 급히 세운 대만여행 일정을 업무로 인해 못가게 되면서,

다음에는 미리 회사에 몇번씩 얘기를 하고 하고 하고 하고 하고 또 해서

각인을 시켜 무슨 업무가 들어와도 떠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가장 바쁜 5월에 떠난 스페인 여행이다.

그리고 맥락없이 그려진 기록들이다.



'보고 그리기도 힘든데 상상은 어떻게 한거지?'

세비야 광장에 들러 무엇을 그릴까 생각했지만,

지금 내 낙서 실력으로는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겠더라..낙담을 했다..


그늘에 앉아 낙담한 마음을 받아드리고 보이는 것을 무념무상으로 그려보니,

세비야 광장의 오른쪽 탑을 그리게 됐다.







'할머니 가이드 시키는 할아버지'

마드리드에서 버스로 1~2시간 이동한 '톨레도'다.

톨레도의 멋진 성은 난 못그리겠다.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장면을 주로 그리는 나로서는,

할머니가 책을 보며 꼼꼼히 찾아보는데 무심코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동서양에서 무뚝뚝한 남편은 다 있구나'










톨레도의 한 귀퉁이 공원과 맥주 마시는 한국인

톨레도 한귀퉁에 작은 공원이 있다. 도시의 끝자락 한적한 공원에도 가로수는 예술작품이고, 햇빛은 따가워 그늘을 찾게 된다. 그늘안에서 사람들의 여유 있는 모습 속에 가장 한국적으로 맥주를 마시는 숙소에서 함께 온 동행을 보며 맥주 맛이 느껴질 정도의 시원함을 느꼈다.







김히 론다 누에보 다리를 표현할 수 는 없지만

론다라는 도시는 절벽위에 세워진 도시로, 그 절경과 석양이 매우 유명하다. 계속 아래쪽으로 성큼성큼 내려가 다리를 바라보니 크기는 거대하고 모습은 장관이다. 비록 나의 낙서로는 표현의 한계를 느꼈지만, 한부분 한부분 그리고자 노력하다보니 건물과 대화하는 느낌을 받았다. '잇는다'는 것은 이토록 멋진 작업이다.




세비야의 행인들은 대부분 관광객이다.

관광객이 아닌 사람들은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로, 카페에 앉아 바라보는 사람들은 모두 관광객이다.

이따금 보이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노신사' 라 칭할만큼 멋지게 차려입고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배나온 아저씨와 페도라를 쓴 젊은 여성. 

담배를 물고 자유롭게 걸어다니는 여성

콧수염이 매력적인 아저씨와

선글라스와 정장, 지팡이가 멋진 신사는 

카페에 앉아 바라보는 나를 한껏 흥미롭게 만든다.

세비야는 그런 도시다.




소름과 경악, 천재에 대한 경외로 채워진 낙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추를 실에 메달아 떨어뜨린 실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 거꾸로된 모습을 바탕으로 디자인한 성당이다. 완공은 아직 되지 않았다. 외관에서 보면 모두가 놀라지만, 실은 나를 놀라게 한건 따로 있다. 지하에 마련된 전시 공간에 가우디가 스케치한 성당의 모습이다. 어떻게 저걸 상상하고 그려냈을까. 세밀한 부분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전시를 나와 맞은편 호수에 멍하니 앉아 팔을 괴고 성당을 바라보니,

세비야 광장보다 더 그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낙서를 하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세부적인 곳들을 보면서 가우디와 대화하는 느낌을 받으며,

같은 사람이지만 그 능력에 대한 경외와 나에 대한 자괴감을 밀려왔다.

천재를 만나면 같이 뛰려하지말고 먼저 가게 두라는 이현세 작가의 말이 떠오르지만,

이미 앞서간 천재를 보면서 나는 존재의 가치에 대해 능력과 재능이 가지는 의미를 복잡하게 생각하게 됐다. 과연 능력과 재능은 존재의 가치를 높히는 것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