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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찬 Aug 01. 2016

가지 못하는 여행 이야기

요즘은 꿈처럼 여행 얘기를 한다. 여행 얘기를 하면 실제로 가기라도 한 듯 생기가 돈다. 얘기를 할 때 도는 생기가 진짜인 것처럼, 언제 갈지 기약하지 못하고 이야기를 그만둘 때는 생기가 빠져나간다. 그때마다 조금씩 답답함이 마음에 모인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친구에게 질투가 난다. 여행 이야기들이 귀에 부딪혔다 떨어지고, 부딪혔다 떨어지고.결국 부럽다. 말고는 할 말이 없다.


1. 여행을 자주 다니는 친구는 항공사에 다닌다. 그 친구를 보다 보면 비행기를 싸게 탈 수 있는 것 보다 좋은 직업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항공사에 들어가야만 할 것 같다가도, 내가 있을 곳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런 건 해로운 꿈이다.


2. 요즘 다니는 헬스장의 트레이너는 여행 계획을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주로 일본이나 미국. 어디 가면 뭐가 좋다더라. 몇월달에는 가야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운동을 한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여행이라는 게 아주 먼 이야기 같다. 여행하기 위해 사는 것 같은 기분. 여행이 삶의 목적이 되어서 더 멀어진 기분.


3. 꽃보다 청춘 시리즈를 보다 보면, 여행의 이상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편한 친구들끼리 가는 여행. 익숙한 사람과 함께 낯선 곳에 가는 기분. 그 날아갈 듯한 기분과, 맹랑하게 치고 나오는 여행의 피로함. 그 피로를 함께 견딜 때 나오는 전우애 같은 감정. 살아있음. 그것에 관객으로 참여하는 게, 어딘지 불편하다. 질투가 난다. 그건 내 마음이 여행에서 너무 멀어져 있어서일지 모른다.


오지 않을 고도 같은 것. 현실성이 없는 꿈 이야기의 반복. 늘 신나는 이야기지만, 결과는 똑같다. 답답함이 쌓인다. 너무 생각이 많은 걸까? 나는 그냥 어제 떠났으면 행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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