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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찬 Aug 04. 2016

반박하는 남자

그는 반박을 좋아했다. 늘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승기를 잡을 수 있겠다 싶은 주장이 있으면 짓쳐 나아가 끝내 상대의 논리를 부수어버리고 만다. 그에게 반박은 자신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에게 이러한 사고 능력이 있다. 나는 똑똑하다. 나는 똑똑하다.


하지만 반박을 당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좋아하지 않았다. 어떤 명시적인 공격을 당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딱히 대응할 수도 없었던 그들은 이유도 말하지 않은 채 하나 둘 그의 곁을 떠나갔다. 


그의 인생은 그렇게 조용해졌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똑똑한데 사람들은 왜 나를 알아주지 않는가.

한편, 반박에 집중하느라 그는 자신의 다른 좋은 점을 볼 수 없었다. 반박에 집중하다보니 반박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본인의 의견을 지워버렸고, 논리에 매달려 화만 쌓였다.


한편 그에게는, 반박하지 않을 때만 괜찮은 어떤 모습들이 있다. 시각적 아름다움에 대한 안목, 누군가의 괴로움이나 즐거움을 눈치챌 수 있는 능력, 기계를 다루는 요령, 농담의 능력 등등. 


그런 것들은 반박을 할 때면 모두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그는 논리의 화신으로 변해 최고로 똑똑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반박에 대한 집착은 외로울수록 더욱 심해지는데, 집착이 심해질수록 고립도 심해졌다. 결국 그 주변에 반박을 무시하는 사람들만 남게 되었고, 그는 더이상 이야기 나눌 사람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어떤 햇빛 비치는 날, 그는 반박을 하지 않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반박에서 벗어나는 재미. 반박하는 사람들을 곁에서 지켜보는 자유.


그러자 갑자기 세상이 밝아졌다. 갑자기 자신이 생겼으며, 모든 것이 그를 향해 웃었다. 이렇게 쉬운 것을. 이렇게 간단한 것을… 하며 그는 영문도 모르는 채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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