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분노는 소중한 것 이었다.

나의 속도대로 마침표를 찍는다.

by 소구미

어제 내 곁에 있는 분들이 나를 위해 밥을 차려주셨다.

그 밥을 먹고 나는 다시 세상과 이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들을 향한, 아니 세상을 향한 분노가 조금 누그러졌고, 그래서인지 내가 가해자라 부른 사람들이 자세히 떠올랐다.

그들을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나는 알게 되었다.

용서를 구하는 것은 그들의 책임이지만, 용서를 하는 건 나의 속도와 나의 마음이라는 것을.

아빠라는 사람은 나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았지만, 나는 이제 편안하다.

용서를 구한다는 것 자체가 아주 훌륭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 사람은 그 정도의 수준이 전혀 되지 않는 사람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오히려 편해졌다.


내가 이 길을 뚫고 나오며 겪었던 애통함과 분노, 미안함은 모두 일어나기에 충분한, 혹은 반드시 일어나야 할 감정들이었다.

이런 감정들을 통해 나는 알았다.

나는 그동안 너무나 고통스러웠고, 아팠고, 돌봄이 필요했음을.


약 1주일간 돌봄을 받고 나니 이제는 살았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 대한 분별심도 생겼다.

각자가 성장할 수 있는 수준이 명확히 다르다는 것도 온몸으로 느꼈다.

예전에는 느끼지도, 행동하지도 않고 그저 참고 견뎠지만, 이제는 내 신호를 온전히 느끼고 필요에 따라 행동하니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들의 필요는 개인적이지만, 나의 필요는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내가 행동한 것은 단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세상을 향한 분노를 표현한 것이었다.

나는 그동안 잘못된 것을 보고 행동한 적은 많았지만, 내 문제에서 출발한 적은 없었다.

내 문제 자체를 보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처음으로 내 문제에서 출발해보니, 이제 더욱 알겠다.

나는 개혁가였고, 옳지 않은 것에 분노하는 사람이었다.

한 번도 분노를 제대로 하지 않아 그것을 다루는 법조차 몰랐지만, 이제는 배웠다.

이제 나는 진정으로 걸어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이 모든 과정에 동지가 있었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하다.

곁에 있는 사람들이 나의 방법을 어려워하고, 두려워했지만, 어떻게든 나를 돕고 싶어 했다는 사실에 깊이 감사한다.


전환이 빠른 내가 왜 그렇게 계속해서 화가 났는지도 이제 투명하게 알겠다.

그것은 옳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연의 질서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라, 그저 ‘옳지 않았던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것은 어느 때고 분명한 진리이다.


나는 그 사실을 분별해낼 힘을 이미 갖고 있었다.

눈을 감을 줄 몰라서 다 보고 있었고, 그래서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나 화가 났지만 온몸으로 참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명확히 알겠다.


나의 분노는 좋은 것이었다.

내 삶을 움직이는 에너지이자 세상을 나아지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내가 나의 에너지원인 분노를 잘 다스려서

이전보다 더 씩씩하게, 더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깨닫게 해준 이 시간에, 감사하다.

상처는 나의 새로운 무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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