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 배 속 작은 우주

by 윤종덕

나는 임산부다. 내 배 속에 작은 우주가 생긴 지 오늘부로 28주 0일이 되었다. 엄마가 되어간다는 사실 때문일까? 왠지 모를 자신감과 함께 열정이 솟구친다. 이 에너지를 여러 곳에 써보며, 나에게 어떤 방식의 표출이 맞을지 찾아보고 있다. 처음엔 거창하게 <육아 한판 정리> 같은 전문적인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전문 지식은 물론 출산 경험조차 없는 지금의 내가 그런 글을 적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방향을 틀었다. 완벽한 지식 대신, 있는 그대로의 '나'를 통해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기록하기로 했다.




결혼 전, 정확히는 남편을 만나기 전의 나는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 꽤나 부정적인 사람이었다. '아이가 태어나 이 아름다운 세상을 누렸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가 부부의 행복을 위한 수단이 될 뿐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던 성향 탓도 있을 것이다. 사실 그 이면에는 완전한 가정에 대한 동경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남편을 만나고 나서 나의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이 문장을 떠올릴 때마다 조금 낯간지럽다. 하지만 이보다 좋은 문장을 찾지 못했다.) 남편 덕분에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삶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비록 세상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더라도, 살아봐야 할 가치는 분명히 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아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내 아이에게도 삶의 가치와 그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누리게 해주고 싶다. 그런 바람이 생겼다.


출산까지 이제 세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이 글을 통해 임산부의 일상과 몸의 변화, 그리고 그 속에서 느끼는 생명의 경이로움. 때때로 찾아오는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 작은 태동 하나에 벅찬 감정을 느끼며 어떤 엄마로 성장해가고 있는지에 대한 것을. 아이를 위한 육아용품 준비 과정에서 발견하는 나만의 기준들, 그리고 아직 만나지 못한 내 아이와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은지, 어떤 가치를 전해주고 싶은지에 대한 깊은 고민까지 아낌없이 담아낼 참이다.


이 글은 육아 서적에서 찾을 수 없는, 오직 나만의 '엄마'를 정의하고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완벽한 엄마가 아닌, '나'라는 사람이 한 아이의 엄마로 성장해 나가는 솔직한 기록. 이 모든 여정을 통해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내 안에 자라고 있는 작은 우주를 맞이할 준비를 시작한다. 이 지극히 보편적이고도 개인적인 이야기가 '부모'라는 길을 걷거나 준비하는 모든 분들에게 작은 공감과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