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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꽃 Oct 14. 2021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 나는 개복치입니다


요즘은 냉장고를 자주 들여다봅니다. 잔반 남는 것도 철저히 감시하고 돈 주고 산 야채가 허망하게 시드는 게 너무 싫어져서요.


오늘은 야채칸에 숙제처럼 남아있던 마늘쫑 자투리 조금이랑 야채 자투리를 모두 다져서 소고기 볶음밥을 해 먹었습니다.


엊그제 불고기를 해 먹고 남겨둔 애매한 한 접시를 해치우니 너무 좋더라고요.


또 텅 비어 깨끗해진 냉장고 보면서 아우~~ 뿌듯해 외치며 유튜브 라방으로 말레이시아 샹그릴라 선셋을 보고 있었습니다.

방송을 다 보고 나서는 식구들의 귀가를 기다리며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피드 된 내용을 보고 너무 재밌어서 사진을 복사해왔습니다.


출처는 인스타그램, 썰입니다.


독거노인같이 혼자 노는 마흔일곱 아줌마의 요즘 일상의 화두는 냉장고 잔반 정리와 여행이었거든요.


어서  유배생활 같은 아이의 재수 시간이 끝나고 집안을 훨훨 비워놓고 해외의 어느 여행지에서 산책을 하는 상상을 하던 아줌마가 개복치 테스트에 하하 거리며 큰 소리로 웃어봤습니다.


놀랍게도 예민함 테스트의 모든 항목에 다 해당이 되더군요. 예민함의 지존, 개복치가 틀림없더라고요.


특히나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은 타인에게 민폐가 되지 않을까를 늘 생각한다!!!입니다.

심지어 가족에게도 내가 필요 없는 존재가 되는 게 극도로 싫어요.


청소할 때마다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지난주엔 냉장고 청소를 하다가 곰팡이가 핀 철 지난 석류청과 딸기청을 발견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중얼거렸답니다.


‘하… 다행이다… 이걸 내가 치울 수 있어서 말이야.’

내가 만약 죽을 날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청소를 해 놓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창고에 나의 필요로 의해 쌓인 물건들을 처분하고 냉장고에 상을 치른 후 상심해있을 그들을 위해 일주일치의 음식을 만들어 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요.


옷장에서 멀쩡한 옷들은 아름다운 가게에 전부 기부하고 딸에게 주고 싶은 품목만 몇 개를 정리해 놓고 갈 수 있다면 얼마나 깔끔한 마무리일까 생각하며 냉장고 청소를 하고 있었답니다.


예민함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이런 예민함, 그러니까 가족에게마저도 피해를 주고 싶어 하지 않은 예민함은 좀 누그러트려도 좋을 텐데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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