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의 첫만남

남편이 떠난지 3년하고 3개월

by 종은

남편이 떠난지 3년하고 3개월이 지났다.

그 시간 무척 힘들고, 아팠고 슬펐다. 이제 내 마음을 매일매일 털어내고 싶다. 그래서 글을 쓰려고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3년이 지났다.

왜 어른들이 삼년상을 치루었는지 알 것 같다.

이제는 남편의 얼굴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충 모습은 기억나지만 세세하게는 안 난다.

목소리도 기억난다. 그치만 어제처럼 나진 않는다.


그를 만난 첫만남은 기억이 잘난다.

오늘은 그의 첫만남에 대해서 써볼까 싶다.


그를 처음 만난 건, 종각역 3층짜리 스타벅스 건물 1층. 2014년 7월 첫주 토요일.

나는 짠순이라 머리도 잘 하지 않았는데, 고모가 소개시켜준 사람이라 전날 미용실도 갔었다.

파마를 하면 오래가는 편이었고, 금요일 저녁이라 파마하기엔 시간이 모자랐다.

미용실 언니에게 나는 선을 보러 가야 한다 했더니 염색만 해도 괜찮을거랬다.

남색 원피스를 입고, 밝은 갈색 머리를 포니테일 스타일로 묶고 그를 만났다.

나름 신경을 썼다.

일찍도 갔고, 1층 창밖이 보이는 자리에 일인석에 앉았다.

오고 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저 사람일까, 아니구나. 이 사람인가, 아니구나.


머리가 약간 벗겨지고, 숱도 없고, 키도 작고 배도 약간 나온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은

신발은 흰색이지만 가죽이 벗겨질듯 말듯한 것을 신은

남자가 흘러내리는 안경을 쓰고, 손가락으로 핸드폰을 누르고 있었다.

설마 저 사람은 아니겠지.

그런데 내 핸드폰이 울렸다.


키는 165센치, 배도 나오고, 머리카락은 얇은데 흰머리는 많은, 손과 손가락은 왜 그리 두툼한지, 신발은 접히는 부분이 너덜너덜해진 흰색 가죽신을 신고, 목은 늘어나고, 바지는 길고.

나는 옷도 사고, 머리도 했는데 너는 왜 그냥 나왔니.

예의가 없는거니.

그와 나는 커피를 마시진 않았던것 같다.

밥부터 먹자며 그는 조계사 건너편 이태리 식당에 데리고 갔다.

그리고 스파게티를 먹었다.

나는 집에 가고 싶었지만 북촌쪽 예술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봤다.

오후 5시가 넘었다.

그가 계속 나를 끌고 다녔다.

차도 마셨던 것 같은데, 나는 지겹기도 하여 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한테 전화 해'.

언니 핑계로 집에 일찍 가야 한다고 6시인가, 7시인가 그와 헤어졌다.

그가 있었을 때 첫만남에 대해 이야기 하면 그는 그냥 웃거나 그때 아니었음 너 시집도 못 갔어. 라곤 했다.

그때 우린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그가 살았으면 이 추억도 이야기 했을텐데. 혼자만 기억하니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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