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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athan Woo Jan 07. 2023

디지털 트윈

Part 1: 디지털 트윈은 새로운 개념인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캐치프레이즈의 등장과 함께 우연인지 필연인지 함께 떠오른 기술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그리고 디지털 트윈을 들 수 있다. 이 중 디지털 트윈이라는 용어는 단어만으로 상당히 팬시한 느낌을 준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이라는 용어를 이용하여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다소 안타까운 점은 다양한 활동(연구, 비즈니스, 마케팅 등)들의 실체가 다소 모호하다. 새로운 용어로 등장을 했다면 기존의 유사한 기술 또는 방법과 차별성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활동들은 기존의 M&S와 큰 차이가 없이 용어만 변경하여 마치 새로운 기술인 것처럼 포장하여 대중을 기만하고 있다. 이 글은, M&S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해 온 필자의 관점에서 디지털 트윈에 대하여 마케팅이나 기만적인 포장이 아닌 보다 근원적인 의견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다소 긴 글이 될 것 같지만, 한 번은 정리가 필요한 작업이라 생각해서 3편의 글로 디지털 트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Summary

디지털 트윈은 과거의 M&S가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현시점에서 트렌디한 캐치 프레이즈라고 할 수 있음  

디지털 트윈의 차별성은 Something New라기보다는 최신 기술들이 융합되어 M&S의 완성도가 충실해져 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함  

M&S가 갖추어야 하는 요소들로는 PLM의 개념을 학문적으로 정립한 Michael Grieves의 저서에서 제시된 Digital Twin의 6가지 요소들을 소개함  


먼저 디지털 트윈이라는 용어에 대한 배경부터 설명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트윈이라는 개념이 GE에서 나왔다고 알고 있고 GE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디지털 트윈이라는 용어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5년 Michael Grieves의 저서 Product Lifecycle Management에서 언급이 되면서이다. 정작 PLM의 성공 요소로서 virtualization을 설명하면서 디지털 트윈이라는 언급이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주목을 받지 못하고 그저 가상화에 대한 개념적인 부연 설명 정도로 인식되었다. 그 이후 GE가 롤스로이스 항공기엔진에 대한 프리딕스 플랫폼 적용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 GE가 Grieves의 내용을 참고했었는지는 확인된 바 없지만 4차 산업혁명의 물결과 함께 디지털 트윈이라는 개념은 다양한 산업으로 급속하게 전파되었다. 그 이후 누구나 디지털 트윈을 언급할 때면 GE와 프리딕스 플랫폼에 대한 얘기로 시작해서 각자의 스키마로 각색하여 디지털 트윈에 대한 저마다의 정의를 내리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임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디지털트윈에 대한 잘못된 맹신을 가져올 수 있다. 오늘날 디지털트윈이라는 (기술이라기보다는) 개념은 기존의 M&S(Modeling & Simulation)이 다양한 기술의 발전에 의해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보는 게 좀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Michael Grieves의 2005년도 Product Lifecycle Management 저서 (왼쪽), 저서에 기록되어 있는 Digital twin의 개념도 (오른쪽)


M&S 개념이 활용되지 않는 분야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한데, 이공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인문학, 경영학 등 분석하고자 하는 대상을 모델이라는 추상화된 객체로 변환하여 변경과 실험이 용이한 상태에서 다양한 시뮬레이션 실험을 통해 대상의 거동을 분석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화한다면 엑셀을 이용한 산식과 계산도 일종의 M&S(산식=Modeling, 변수를 변경하며 계산=Simulation)라고 할 수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학문 영역에서 M&S라는 개념을 제외하면 해당 학문 분야의 상당 부분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질 것이다.


이러한 M&S와 디지털 트윈의 연결고리를 제조산업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제조산업에서의 M&S는 제품이나 생산시스템의 모델링을 위해 CAD(Computer Aided Desing)이라는 전산설계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CAD가 제조산업에서 제품이나 생산시스템의 설계를 위해 필수가 된 이후로는 설계도면과 설계프로세스 관리를 위해 PDM(Product Data Management)과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여 한동안 제조업계의 주요 이슈가 되었고 PLM의 경우 현재도 많은 제조기업의 주요 과제로 남아있다.


여기서 PLM은 학문적 토대가 어느 정도 구축된 후 사업화로 진행이 되었다기보다는 CAD 시장의 강자들인 Siemens나 Dassault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주도적으로 발전시켜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LM에 대해 거의 유일하게 문헌화 되어 있는 자료가 앞서 얘기한 Michael Grieves의 Product Lifecycle Management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Digital Twin이라는 용어가 최초로 등장한다.


공식적인 문서로는 2005년 Product Lifecycle Management가 최초라고 할 수 있고, 비공식적으로는 그보다 3년 앞선 2002년 Michael Grieves 자신이 진행한 미시간 대학의 연구자료에서 소개되었다. 보다 자세한 관련 내용은 2018년 T-System의 Best Practice 소개자료(https://www.t-systems.com/blob/840498/7e9137fcdedd23c3718202e36eafc50c/DL_Best-Practice_03-2018_EX_Grieves-Michael.pdf)에서 확인할 수 있다.


Michael Grieves의 그의 저서 Product Lifecycle Management에서는 디지털 트윈이라는 모델의 6가지 필요조건 (또는 Characteristics)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이에, 6가지 필요조건 각각의 의미를 실제 사례와 연관하여 설명해보고자 하고, 편의상 제품 모델을 대상으로 한다. 다만 여기에서의 모델은 제품, 생산 시스템 등 디지털 트윈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이 해당될 수 있기 때문에 각자의 관점에 따라 바꾸어 생각해도 무방하다.


디지털 트윈의 6가지 필요조건


Singularity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데이터와 정보의 유일성을 의미한다. 필요한 데이터나 정보가 유일하지 않고 서로 다른 파일에 담겨 있게 되면 혼동이 발생하게 된다. 서로 다른 파일의 기록 시간, 접속 사용자 등을 고려하여 올바른 데이터를 구별해야 하는데 이러한 선별 작업 자체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는 낭비일 뿐만 아니라 올바른 데이터나 정보를 식별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을 수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정보 시스템은 동일한 데이터 또는 정보에 대한 복수 사용자의 접근에 대하여 유일성을 보장하고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선진화된 코드 체계, 버전 관리와 관련한 다양한 기술 요소를 적용하고 있다.


Correspondece는 물리 객체와 물리 객체에 대한 데이터 또는 정보 모델과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의미한다. 설명만으로 보면 모호함이 있지만, 일종의 모델링이라고 이해하면 원문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단순히 물리 객체의 눈에 보이는 부분뿐만 아니라 내부 구조나 재질, 물리적 특성 등이 모델에 반영되어야 제품 모델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Cohesion은 사용자의 관점과 요구 조건에 따라 제품 모델에 반영되어야 하는 데이터와 정보가 달라질 수 있는 특성을 의미한다. Cohesion의 사전적 의미는 ‘응집’, ‘결합’의 의미로, 여기에서는 하나의 실체적 물리 객체가 지니는 다양한 특성들이 제품 모델에 응집(또는 결합)되어 있어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적합한 특성 데이터 및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선박이라는 물리적 객체가 존재할 때 구조해석 사용자와 유체역학 사용자가 필요한 데이터는 다르다. 유체해석 사용자의 경우에는 주 관심사가 부유체 운동이기 때문에 선박의 외형에 대한 데이터가 중요하다. 반면 구조해석 사용자의 경우에는 선박의 외형뿐만 아니라 내부의 보강재와 격벽에 대한 데이터가 있어야 보다 정확한 구조해석을 수행할 수 있다.


Traceability는 모델의 데이터와 정보가 시간 흐름에 따라 변경될 경우 변경되어 온 데이터 및 정보를 추적할 수 있는 특성을 의미한다. 프로그램 개발 분야 및 요구 공학 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시간 흐름 또는 프로세스 흐름에 따라 변화되는 데이터 및 정보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변화 히스토리에 대한 데이터 및 정보의 연결 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품 모델의 경우에도 제품은 개발 및 생산 흐름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러한 추적 연결 관계에 의해 연관된 데이터 및 정보를 탐색하고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식별할 수 있다.


Reflectiveness는 물리 객체를 가상 객체(여기에서는 제품 모델)와 연결하고, 물리 객체의 데이터 및 정보를 획득하여 가상 객체에 전달(모데의 관저에서는 동기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최근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IoT와 연관되는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Reflectiveness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디지털 트윈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물리 객체(예를 들어 GE 디지털 트윈 사례의 경우 제트 엔진)의 가동 정보를 획득하고 이 데이터 및 정보가 가상 객채(또는 제품 모델)로 전달되어 가상 객체를 이용한 다양한 실험과 분석을 통해 대응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디지털 트윈의 전형적인 운영 시나리오이다.


마지막으로 Cued Availability는 직역을 하면 ‘가용한 단서’라고 할 수 있고 약간의 의역을 첨가하면 ‘분석을 통해 도출된 유효한 인사이트’ 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6가지 필요조건 중 가장 모호한 표현이지만 의미는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Reflectiveness가 물리 객체의 데이터를 가상 객체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Cued Availability는 가상 객체의 정보를 물리 객체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때 물리 객체로 전달되는 정보는 날 것의 데이터가 아닌 다양한 시뮬레이션과 분석을 통해 도출된 일종의 운영 지침이나 대응 방안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리고 Cued Availability으로부터 설명될 수 있는 추가 필요조건은 실시간이다. 오랜 시간이 걸려 필요한 시점을 지나 전달되는 정보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시점이 중요하고, 이는 디지털 트윈이 트윈 모델로써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요구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요약하면, 성공적인 모델 구축을 위해서는 모든 정보가 통합(Singularity)되어야 하고, 물리 객체의 속성을 반영(Correspondence) 해야 한다. 또한, 모델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적합한 기능을 제공해야 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와 기능이 선택적으로 반영(Cohesion)되어 있어야 한다. 모델의 속성과 기능에 대한 소프트웨어/하드웨어적 요소들은 추적가능(Traceability)한 구조로 되어 과거 어느 시점이든 확인이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모델과 연결되어 있는 물리 객체의 변화하고 있는 상태 정보를 모델에 지속적으로 전달(Reflectiveness)하여 모델이 물리 객체의 최신 데이터 및 정보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품 모델은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의미 있는 정보를 물리 객체에 피드백(Cued Availability)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M&S에서 모델이 갖추어야 하는 조건들을 알아보았는데 얼마나 공감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모델이 갖추어야 하는 조건에 대해 가장 잘 정리한 문헌이 아닌가 싶다.


디지털 트윈이라는 용어는 일종의 트렌디한 마케팅 용어이고, 보다 원론적으로는 M&S를 위해 모델이 갖추어야 하는 6요소가 충실히 구현될 수 있는 기술적 배경을 바탕으로 M&S가 발전되어 가는 과정에서의 하나의 트랜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전통적인 M&S와 디지털 트윈의 차별성에 대한 직설적인 답변으로는 '근본적인 차별성이 거의 없다'라고 할 수 있다. '근본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M&S든 디지털 트윈이든 분석 대상에 대한 모델화를 통해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그 예측 결과를 이용해 선제적인 대응을 한다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부적인 각론으로 들어가면 M&S는 지속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디지털 트윈이라는 단어가 지극히 마케팅적이기는 해도 4차 산업이라는 기회를 만나 M&S 분야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컴퓨터라는 장비를 이용한 전산화가 도입된 1950년대 이후로 M&S는 급속도로 발전을 해 왔다. 단순히 숫자와 코드로 이루어진 M&S로 시작을 해서, 그래픽 기술이 발전하기 시작한 1980년대 전후로 Visualization이라는 기능이 더해져 Virtual Simulation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었다. 그리고, 1990년대에 들어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이라는 마케팅 용어가 등장하면서 M&S도 Digital Simulation, Digital Product, Digital Factory라는 이름으로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Digital  시대의 시뮬레이션은 Virtual Simulation의 가시화와 함께 모델이 갖추어야 하는 본질적 정보를 강조하였다. 그리고 오늘날 4차 산업/IoT/인공지능 등 고도화된 기술이 더해져 Digital Twin이라는 (새롭지는 않지만 발전된) 개념이 제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M&S의 이러한 발전과정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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