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art 2: 디지털 트윈이 등장하기까지
Summary
디지털 트윈은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잘 만들어진 '실제와 연결된 모델'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발생가능한 문제를 예측하고 선제적 대응을 가능하도록 함
이러한 디지털 트윈의 정의는 전통적인 M&S와 크게 다르지 않음
다만, M&S도 기술의 발전에 따라 발전이 되고 있고 디지털 트윈도 M&S 발전의 단계에 해당
이번 글에서는 디지털 트윈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까지의 M&S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Part 1에서 M&S의 연장선상에서의 디지털 트윈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잘 만들어진 '실제와 연결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델은 디지털 환경에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원하는 다양한 시뮬레이션(=실험)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뮬레이션에서 도출된 다양한 결과들에 대한 비교 분석을 통해 사용자는 의사결정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의사결정은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더 좋은 것'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더 좋은 것'이라는 표현에 대해 조금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나온 결과가 기존의 것보다 더 좋다고 했을 때는 여러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다.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이 가상의 모델을 이용하여 실제 대상으로 실험하기 어려운 수많은 경우들 중 가장 좋은 결과에 우리는 보통 '최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그런데, 어떤 분야이든 시뮬레이션 엔지니어들(나를 포함하여)은 가끔 '시뮬레이션 기반 최적화'라는 표현을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할 때가 많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기반 최적화는 적합한 표현이 아니다. 최적화라는 것은 수많은 경우의 수 중 주어진 목적함수를 최대화 또는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해를 찾는 방법론으로, 최적화에도 조합최적화, 함수최적화, 메타휴리스틱, 선형 및 비선형 계획법, 수리계획법, 동적계획법 등 수많은 종류의 최적화 방법론이 존재한다. 하지만, 모델을 이용하여 시뮬레이션을 한다는 것은 (물론 운이 좋아 몇 번의 시도만에 최적의 경우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주어진 조건에 따라 모델이 어떤 거동을 할 것인지 예상을 해보는 것이지, 그를 통해 최적의 경우를 찾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다시 정리해 보면, 시뮬레이션을 통해 더 좋은 선택(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넓은 의미의 최적화에 포함될 수는 있지만 공학자들은 시뮬레이션을 통한 선택을 최적화라고 하지 않는다. 공학적 최적화는 어떤 제약조건 (constraints) 이 있을 수도 있는 문제에 대하여 목적함수의 최대치 또는 최소치 (maxima or minima)를 찾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공장의 최적화 문제는 리소스들이 어떤 한계(제약)를 넘지 않고, 가능한 한 요구사항(납기)을 만족시키면서, 제조과정의 이익을 최대(목적함수)로 하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하지만, 모델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은 엄밀히 얘기하면 최적화와는 거리가 있는 개념이다. 그보다는 최적해를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여러 케이스들 중 선택의 문제가 있을 때 해당 케이스들 중 가장 좋은 선택지를 찾도록 도와주는 개념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예를 들어 공장의 레이아웃을 설계한다고 할 때 레이아웃 최적화는 CRAFT와 같은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총비용을 최소화하는 배치를 생성할 수 있는데, 이때 CRAFT 알고리즘은 유일한 레이아웃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값에 따라 서로 다른 레이아웃을 제안하게 된다. 이때 서로 다른 레이아웃 (각각은 초기값에 의존적인 부분 최적 레이아웃이 된다)을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레이아웃을 모델링하여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관점 (이동거리, 물류비용, 생산성 등)에서 비교를 통해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 트윈이라는 모델을 이용한 예측 및 대응은 공학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수행되고 있는 내용으로, 이전의 M&S가 '디지털 트윈'이라는 용어로 전환되었을 뿐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새로운 것은 없다. 물론 GE의 Predix 플랫폼을 이용한 제트 엔진의 고장 예방이나 싱가포르의 Virtual Singapore 플랫폼을 이용한 다양한 도시 계획 활동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대부분의 산업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실제 물리적인 실험이 어려운 대상에 대한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제품을 설계하고 문제점을 분석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개념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론적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모든 모델 분석 활동은 디지털 트윈과 동일한 개념을 공유한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디지털 트윈의 발전 방향을 예상해 보려면, M&S가 어떠한 변화를 통해 지금에 이르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는 M&S의 범주를 제조산업분야로 한정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 표는 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M&S에 포함되는 당대의 개념들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보이고 있다.
컴퓨터가 처음 등장한 60년대에는 오늘날과 같은 화려한 그래픽이나 대용량의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가 미흡했다. 따라서, 분석하고자 하는 문제의 핵심에 대해 가능한 단순화 또는 추상화를 통해 모델링을 하고 이를 이용한 시뮬레이션 연구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What-If라는 M&S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이미 이때 정립되었다고 볼 수 있고 이 개념은 디지털 트윈에 이르기까지 M&S의 전 세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80년대에 들어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성능, 특히 그래픽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하게 되면서 숫자와 문자만으로 수행되던 M&S에서 3D 모델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시뮬레이션의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3D 모델 기반의 M&Ssms 가상 생산(Virtual Manufacturing)이라는 이름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시간이 흘러 3D에 대한 사람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3D 가상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제한적이고,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드러나게 되었다. 90년대 중반 이후 PDM/PLM의 등장과 함께 눈으로 보이는 데이터만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속성 (앞서 언급한 6가지 특성 중 Corresponding에 해당)들이 모델에 반영이 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서 디지털 생산(Digital Manufacturing)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대두되었다. 디지털 생산 시대의 M&S는 가시화에 대한 과시보다는 보다 대상 문제에 따라 필요한 부분에 집중(Cohesion의 특성)하는 실용적 접근이 이루어졌다.
2010년대로 접어들며 디지털 생산이라는 개념도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쇠퇴하였다. 냉정하게 M&S의 본질을 생각해보면 What-If로 귀결된다. 초기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What-If 그 자체로 표현이 되었고, 3D가 강조된 가상 생산 또한 결국 사람이 정해준 조건들에 따라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출되는 결과들을 비교하여 사람의 의사 결정 지원하는 What-If 사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디지털 생산 또한 Correponding과 Cohesion의 특성이 보다 정교하게 반영된 개념이었을 뿐 사람이 입력을 정해주고 입력의 변화에 따른 결과를 관찰하는 What-If 시뮬레이션의 범주에 위치하고 있었다.
CAD(Computer Aided Design) IT 기업을 중심으로 가상화를 통해, 디지털화를 통해 그 이전 기술들에 대한 피로도를 극복하고 신선함(또는 낯섦)을 무기로 새로운 학문의 영역과 새로운 비즈니스의 영역을 개척하는 데에는 성공적이었지만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What-If 시뮬레이션 범주 이상의 것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또 한 편으로 생산 시뮬레이션은 항상 OR(Operation Research) 분야의 최적화와 비교당하며 끊임없이 최적화와의 차별성 제시 요구와 부딪혀왔다. 물론 최적화가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생산 시뮬레이션은 탐색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며 시뮬레이션의 가치를 입증하고자 했지만 우월성을 통한 가치 입증이 아닌 최적화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이었다는 점에서 근원 전략은 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hat-If라는 M&S 사상이 사라지거나 쇠퇴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양한 IT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점점 발전해가고 있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르러 디지털 트윈 (또는 임베디드 분야에서는 CPS라는 개념으로)으로 또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2016년 세계경제포럼의 '4차 산업혁명' 발표와 같은 해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이벤트가 산업계에 기술 고도화에 대한 활력을 더했고, 또한, 이러한 거대한 물결은 효율성/생산성보다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숙제가 생긴 모든 산업계의 니즈와 공명을 일으키고 있다.
가상 생산, 디지털 생산 등으로 불리며 발전해오고 있는 M&S의 현시점 (마케팅 용어)인 디지털 트윈은 공학적 관점에서 기존의 M&S와 차별화되는 독창성은 없지만,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예측 성능(속도, 정확도 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보인다. 특히 스마트 팩토리를 위한 고도화 수단으로써의 디지털 트윈은 이전의 M&S와 Reflectiveness 요소가 강조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즉, 모델이 가상공간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세계와 연결이 되어 실제 대상의 데이터와 동기화되어 동일한 상태가 되도록 하는 기능이 요구 다. '트윈'이라는 용어는 '모델'과 같이 이론적 배경을 지닌 학술용어는 아니지만 실제 사물과 가상 모델이 동등한 속성을 가진다는 것을 상징하는 의미로서 많은 대중들의 호응을 이 끌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