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과 GYM 사이의 어떤 날

아빠의 육아휴직 D+27, 28

by 지붕 위 아빠
두 부자캠핑을 다녀왔다. 사람이 많았지만 6세 아들 둘을 데리고 하는 캠핑은 손이 많이 갔다. 제일 손이 많이 가는 건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 두 번째는 아이들의 안전. 놀이는 주로 처남이, 안전은 주로 내가 챙겼지만 그게 둘이 되다 보니 저녁엔 두 사람 모두 녹다운. 그래도 두 아이 모두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으니 해피엔딩이었던 이틀.


짐으로 가득 찬 차, GYM이 된 주차장


4명이 먹고 자고 놀 것을 챙기다 보니 사람이 있는 자리 빼고는 모두 짐. 이 짐을 싣는 이곳이 GYM이다. 전쟁 같은 짐사랑을 마치고 일요일 오후 1시쯤 집을 떠났다. 우리가 묵을 곳은 힐링별밤수목원 차박 8-9. 독립된 공간에 자리가 넓어서 잡은 곳이다. 그러나...



독립된 공간, 그러나 고립된 공간


화장실, 개수대, 샤워실로부터 고립된 공간일 것이라는 예측은 못했다. 긴 언덕을 올라 관리동까지 가야 하는데 아빠 둘이 아이 둘과 짐을 갖고 거길 왕복한다는 것은 고난의 행군. 잘못된 선택이었다. 장점은 우리끼리 놀기엔 좋을 수 있지만 그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컸다.


언덕에 덩그러니 던져진 힐링별밤 차박 8-9

아이들의 헌신이 장작이 된 놀이


처남은 아이들의 놀이 메이트, 나는 아이들의 엄마 역할을 한 듯하다. 밥 먹이고 뒷정리하고 찍어주고 했으니 말이다. 캠핑을 처음 하는 처남과 처조카를 위해 2가지에 신경 썼다. 캠핑의 로망인 불놀이, 고기 먹기.


불놀이는 캠프파이어와 함께 마시멜로 구이와 함께 이튿날 아침까지 이어졌다. 처음 맛보는 마시멜로의 맛에 아이들을 달콤하게 녹았다.


캠핑의 꽃, 불놀이


고기는 첫날, 우리 부자의 최애인 시오야끼로 준비했다. 기름이 많은 대패 삼겹이나 우삼겹에 소금이나 후추로 밑간을 하면서 잡내를 잡고, 초고추장 베이스로 버무린 파채나 채소무침을 함께 굽는 요리다. 4 이서 1kg을 해치웠다. 이 역시도 성공.


시오야끼의 베이스, 우삼겹
완성되면 요렇게 생겼다

하지만, 역시 아이와 '놀아주러' 왔다면 요리는 안 하는 게 맞다. 요리는 준비, 설거지, 뒷정리라는 바쁨의 3단 콤보가 있는지라 나는 정작 아이와 놀아줄 여유가 없었다. 접대 캠핑으로 오더라도 음식은 사 먹자는 다짐을 다시 해본다.


여기가 힐링별밤인지 킬링별밤인지..


힐링별밤수목원캠핑장은 두 번째. 극동계엔 처음이다. 차박존은 계곡 존과 생활공간을 공유하는데 샤워실 폐쇄에 개수대도 안됐다. 힐링존으로 어렵게 가서 아이를 씻기려 했다. 샤워실의 물 온도는 왔다 갔다, 화장실과 겸해서 쓰다 보니 화장실을 쓰려는 줄까지 이어져 환장할 노릇이었다. 다시는 오지 않겠다 다짐하며 자리로 왔다. 내가 2박에 18만 원을 주고 여기를 왜 왔지?라는 후회가 계속 이어진다.


대설 예정, 킬링 별밤이 제대로 되기 전에 떠나자


이튿날 아침, 일기예보를 확인해보니 밤부터 눈이 이어진다고 한다. 처남과 상의해보니 철수도 쉽지 않은 데다 귀갓길이 위험해 오늘 걷기로 결정했다. 다만, 아이들이 오래도록 기다려 온 눈썰매는 꼭 타러 가기로 한다. 아이들과 놀아주며 짐을 치우다 보니 철수는 2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그래도 성공.


1박, 9만 원이 아깝지만 눈물을 머금고 철수한다.


가평에 이런 뷔페가? 이런 썰매장이?


가평의 구곡산중에 애슐리 퀸즈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누가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가평으로 캠핑을 오거나 여행을 오면 반드시 들리는 곳에 하나.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나면 여행을 온 건지 캠핑을 온 건지 헷갈릴 정도. 미취학 아동과 함께 가면 35,800원으로 한 끼 해결이 가능하다. 또 맞은편에 있는 크래머리 브루어리의 맥주와 안주도 훌륭하다 보니 이만한 코스가 없다. 든든하게 채우고 차로 3분 거리 가평 사계절 눈썰매장으로 이동한다.


아이들도 맛있게 먹는다


가평 사계절 눈썰매장은 적당한 길이의 슬로프, 에스컬레이터와 같은 편의시설 덕분에 경기 동부에 이만한 눈썰매장은 없다 싶을 정도로 좋다. 가격도 어른과 아이 포함 13,200원으로 편의시설과 재미에 비해 적당하다. 6번을 탔으니 회당 2,200원으로 썰매도 빌리고 에스컬레이드로 편하게도 타고 언덕을 오르며 운동도 하고, 아이와 좋은 추억도 만들고 하니 가성비가 좋다.


가평사계절눈썰매장엔 무려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처남 부자인 선우 부자, 한결 부자인 우리 부자, 합해 선한 부자는 이 코스를 마지막으로 집으로 향했다. 힘은 들었지만 아이들의 웃으며 헤어지니 이별이 만남인 듯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