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휴직 D+49, 50
첫째 유치원에 코로나가 퍼졌다. 큰일이다. 6살 남자아이가 계속 집에 있다는 것은 모든 일을 올스탑 하게 한다는 것. 그간 아내의 배려 덕분에 누렸던 창작을 위한 시간도 놀이 창작을 위해 멈춰야 한다. 코로나가 결국 우리 일상도 멈추게 만들었다. 첫째를 넘기니 둘째가 운다. 나도 운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나를 돌보는 일이다. 아이에게 마이너스가 되지 않도록 모난 나를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성격이 급해 화를 내기 쉬운 편이라 항상 세 번을 참고 못 참겠으면 일단 그 자리에서 벗어나자고 스스로 다짐한다. 그래도 휴직 이전보단 휴직 이후가 스스로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단 반성과 사과, 화해라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기 때문.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나를 키우는 느낌이 드는 요즘이다.
첫째와는 어릴 적부터 열심히 놀아줬었다. 휴직 후엔 내가 새벽예배 때문에 일찍 자야 하기 때문에 등원 전 함께 토도 영어와 수학, 소중한글을 하거나 성경을 읽어주고 마시지 하는 일과 외엔 사실 저녁엔 씻고 먹이고 재우기 바빴다. 코로나 덕분에 제대로 놀 기회가 생겼는데 막상 뭐하고 놀지? 가 고민이었다. 그때마다 책이 답을 줬었다. 책은 물리적, 정서적, 교육적인 놀잇감이다. 물리적으로 탑 쌓기나 다리 만들기 등을 하는 장난감으로, 정서적으로는 책을 읽으면서 감정이나 행동 대사가 나올 때는 따라 하기 놀이로, 교육적으로는 배경지식이나 훈육에 좋았다. 이번에도 책을 갖고 놀기로 했다. 책을 갖고 연기 놀이를 했는데 곧잘 해낸다. “대발이는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해 속상해요.” 울먹이는 듯한 눈동자와 적당히 오므린 입이 오스카 감이다. 이렇게 책 몇 권으로 놀다가 책 뒤에 있는 과제 풀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애착 장난감 역할극인데 이것도 꽤 재미있다. 한결이가 집착하는 베개 역할을 나도, 한결이도 했는데 베개와 떨어지겠다는 다짐까지 이어진다. 얻은 게 많다. 이렇게 30분을 보냈다.
이어지는 공놀이도 규칙을 정해서 하니 30분은 순식간이다. 오른발로만 차기, 왼발로만 차기, 두 손으로만 굴리기, 왼손/오른손으로 굴리기 등등의 제한을 두고 골대에 넣기를 하며 극복하는 힘은 물론 근육운동도 너끈히 해낸다. 몸을 제법 움직였으니 앉아서 똑같이 그리기 놀이로 이어간다. 예시로 그려진 점과 점을 이어 만들어진 다양한 모양을 따라 하는 놀이인데, 이번에 장만한 프린터기가 좋은 역할을 해줬다. 이건 뭐 1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워낙 그림을 좋아하는 녀석이라 좋아하는 것과 맞추니 시간 순삭. 마무리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를 함께 보며 보냈다. 영화 한 편을 뚝딱 해치우는 콘텐츠 대식가 아들이 대견하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거울이라기보다는 현미경이 맞지 않나 싶다.
나의 단점, 약점을 제대로 보여주니까. 엑스레이가 맞으려나.
아, 주치의가 낫겠다.
나의 아픈 부분을 제대로 알려주시는 분이니까.
오늘도 주치의 두 분과 하루를 보낸다.
선생님, 오늘은 주사 좀 살살 놔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