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휴직자의 회사 정착기, 두 번째
육아휴직 전에 팀 톡방에서 나가지 않고, 팀원들과 꾸준히 교류했던 덕에 팀 적응은 빨랐지만 내 일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나름 업력 14년 차 베테랑이라 복귀하자마자 날아다닐 줄 알았는데 “나는 000 담당자입니다.”라는 말을 하기까지 2주가 걸렸다.
난 ENFJ다. 계획과 통제 안에서 움직이는 상황을 좋아한다. 그래서 복직 후 상황과 시나리오도 나름 철저히 준비했다. 결국 모든 문제는 사람이기에 사람을 가장 많이 신경 썼다. 하지만, 일이 문제였다. 팀에 일이 적었고, 내가 손댈 일이 없다. 덕분에 내 일을 찾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거의 두 달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너무 귀했다. 그간 팀에서 작성했던 주간업무와 같은 주요 업무들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보고된 보고 문건들을 보며 팀의 사람은 물론 일도 파악됐다. 덕분에 팀의 사람과 일을 다 알게 됐다.
한 달여의 적응 기간 동안 주로 다른 이들의 성과를 보며 인정해주고, 다른 이들에게 입소문을 내는 일이었다. 잘 되는 것에 박수 쳐주고, 그들의 생각을 듣는 일에 집중했다. 그랬더니 조금씩 내 생각을 물어왔고, 하나씩 그들의 일에 내 생각을 덧대었다. 어느 순간 베테랑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아, 녹아들었다. 됐다.
아주 소액의 Owned media 광고 제작 건. 소소한 제작비에 맞게 기획과 카피, 아트까지 나와 팀장님이 맡아서 해야 했다. 내가 왜 이 일을 이라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몰아치다 보니 어느새 거의 마무리. 이 일 덕분에 나는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맡길 수 있는 사람, 돈에 상관없이 퀄리티를 뽑아낼 줄 아는 사람이 됐다. 감사한 일이다.
일의 크기와 무게를 고려하지 않고 일에 대한 진정성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복직 한 달간 깊이 느꼈다. 운도 따른 게 우리 팀 사람들은 모난 사람이 없다. 그들의 부드러움에 나도 동화됐다. 다만, 빼지 않고, 주눅 들지 않되, 마음과 귀를 열며 내 색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지금은 존재감 있는 사람, 찾는 동료가 됐다. 그리고 하반기 대형 프로젝트의 PM으로 달리고 있다.
두 달 남짓 진심이었던 시간 덕분에 요즘은 진정 행복하다. 날 잘 써주는 팀장님, 나에게 좋은 에너지를 뿜어주는 내 옆의 동료, 늘 나에게 좋은 자극을 주는 동료들 덕분에 감사하다. 가정을 잘 돌보고 나를 챙기며 본인의 행복도 살피는 아내 덕분에 감사하다. 좋은 일을 겪으면 엄마에게 고맙다 말하는 아들 덕분에 감사하다. 감사하다. 감사하다. 감사하다. 감사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