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자식처럼 대하자

슈퍼키즈매치의 교훈

by 하루종일

날짜: 5월 13일 토요일

날씨: 맑음


첫째가 다니는 축구 교실은 동네 작은 건물 지하에 위치하고 있다. 인조잔디를 깔아 설치한 작은 풋살 경기장을 홈 그라운드로 삼고 있다. 동네 유초등학생의 공차기 입문을 도와온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동네 축구 줄무늬 군단이 20개 팀이 참여하는 키드슈퍼매치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경기도까지 원정을 떠난 줄무늬 군단과 함께 엄빠, 하찌함니 등으로 구성된 정예 응원단이 나섰다.


하프타임 없이 12분 풀타임으로 4경기를 소화하는 강행군을 앞두고 각 팀의 코치진은 선수들의 체력과 자신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초콜릿우유와 홈런볼 등 고당도 간식류를 제공하고,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파이팅’을 외치게 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1승 2무로 호성적을 거두고 있던 줄무늬 군단. 유니폼에 메시, 음바페가 포진해 있어 관계자들로부터 중동 석유 자본의 후원을 받고 있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중 강호 시흥시티 FC와의 경기 휘슬이 울렸다.


시흥은 강력했다. 줄무늬 군단의 수비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틈을 타 좌우로 벌리는 플레이를 통해 빈 공간을 활용한 득점이 터졌다. 두 번째 골은 심판이 보지 못한 틈을 타 어깨빵과 잡치기로 수비를 무력화시킨 직 후 터졌다. 잔디 구장에서 씨름 기술이 나오자 지난 경기에서 총 5골을 쏟아부었던 줄무늬 군단의 에이스 장으뜸(가명. 7세) 군은 심판에게 강력하게 어필을 했다.


심판이 VAR 기술의 미비로 판정을 번복하지 않자 장으뜸 군은 분통을 참지 못하고 골라인 가드를 발로 차며 경기장을 이탈했다. 당황한 줄무늬 군단 감독은 벤치에 있던 베컴을 교체 출전 시켰으나 결과는 3-0 완패. 장으뜸 군은 사진 촬영도 거부하며 강한 항의를 이어갔다.


컨셉질은 여기까지…


만약 우리 아들이 이런 행동을 했으면 부끄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당장 성질머리 고치라고 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그 상황에서 장으뜸 군이 멋있는 구석이 있어 보였다. 공정하지 못한 것에 정확히 어필한 것, 본인이 화났다는 것을 제대로 표현한 것, 승리를 향한 강한 집중력으로 해석 됐다.


장으뜸 군에게 가서 ‘너 정말 화가 많이 났겠다. 상대팀이 정말 반칙을 많이 했어’라고 말해주자 친구는 조금씩 화를 누그러뜨렸다. 남의 자식에게는 이렇게 차분히 대해줄 수 있으면서 내 아들에게는 왜 그리 조급하고 성질을 부릴까.


누가 그랬다. 남의 아내 대하듯이 예의 바르게 하고, 남의 자식 대하듯이 여유를 가져주라고. 슈퍼키즈매치의 교훈.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