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종일 Apr 18. 2024

마스크 쓰고 달려 보니

핸디캡 따위

창업은 달리기 같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뛰러 나가는 6개월 차 초보 러너이자, 첫 창업 이후 10년 만에 다시 창업이라는 달리기 출발선에 선 창업가입니다. 매일 아침 달리면서 생각한 것을 글로 남깁니다. 세상의 모든 창업가 분들에게 작은 자극이 되길 바라요.


아침에 일어나면 말한다.

“클로바, 오늘 날씨“


클로바가 대답한다.

“오늘 OO동은 흐리고… 현재 미세먼지는 나쁨 단계입니다.”


클로바가 나쁘다면 나쁜 거다. 이런 날은 달리러 나갈지 말지 고민이 된다.


그럴 땐 내가 달리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된다. 달리는 이유가 ‘건강‘이면 미세먼지 좀 먹더라도 달리는 게 건강에 나을지 비교해 보면 된다.


나는 달리는 이유가 여러 가지인데 그중 ‘루틴 수행에 따른 멘탈헬스‘가 크므로 미세먼지로 하늘이 노래질 정도가 아니면 한두 바퀴만 달리고 와도 유익이 있다.


그래도 소중한 폐에 예의는 지켜야 하니 마스크를 쓰고 달렸다. 마스크를 쓰고 달리니 호흡 리듬을 찾기 매우 어려웠다. ’씁씁후후‘가 안 됐다. 되는대로 크게 숨을 들이키지만 원하는 만큼 산소가 안 들어오는 느낌.


마스크 러닝을 한 바퀴쯤 하니, 당장 마스크를 빼서 구겨 버리고 싶었다. 속도도 못 내겠고, 머리는 멍하고, 무엇보다 짜증이 올라왔다.


‘루틴 수행에 따른 멘탈헬스’는 개뿔. 마스크 러닝은 ‘루틴 깨짐에 따른 멘탈붕괴’이구나 생각했다.


러닝을 할 때는 이런저런 생각이 생겼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이렇게 해보면 시장 반응이 확 오지 않을까?’ ‘러닝화를 하나 살까’ ‘그때 그 말은 왜 했을까’ 같은 것.

뛰다가 잡념이 사라지는 순간은 정말 찰나이지만, 그 찰나가 뇌에 온전한 휴식을 준다.


마스크를 써도 마찬가지였다. 잡념이 사라지는 찰나의 순간이 왔는데, 그 이후부터는 내가 마스크를 쓰고 산소를 제한한 상태로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창업가는 모두 나름대로의 핸디캡을 가지고 뛴다. 누구는 마스크를 써야 하고, 누구는 심장이 약하다. 누구는 평발이고, 누구는 한쪽 다리가 짧다. 누구는 여성이고, 누구는 장애인이다. 누구는 소극적으로 태어났고, 누구는 가족을 돌봐야 한다.


어차피 오래 달릴 거면 자기만의 리듬을 찾아야 한다. 누구나 벗어버리고 싶은 마스크가 있지만, 못 벗을 마스크라면 쓴 채로 오래 달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 빠르다.


마지막 오르막에서 마스크를 벗었다. 호흡이 편해지긴 했지만 리듬은 깨졌다. 그냥 마스크 쓰고 끝까지 달릴 걸 그랬다.


창업가로서의 나의 핸디캡? 많다. 대신 그게 뭔지 나름 잘 안다. 그럼 됐다. 그걸 안고 나만의 리듬 찾아 계속 달리자.


매거진의 이전글 창업가가 통제할 수 있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