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내 한 몸뿐
창업은 달리기 같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뛰러 나가는 6개월 차 초보 러너이자, 첫 창업 이후 10년 만에 다시 창업이라는 달리기 출발선에 선 창업가입니다. 매일 아침 달리면서 생각한 것을 글로 남깁니다. 세상의 모든 창업가 분들에게 작은 자극이 되길 바라요.
매일 아침 달리는 코스가 있다. 큰 공원 둘레길인데, 왕릉이라 그런지 오르막 내리막이 심하다. 한 바퀴 돌면 딱 2km. 그날 내키는 만큼 달린다.
달리기 전에 목표를 잡았다. 목표를 잡을 때는 오늘은 2바퀴’ ‘오늘은 30분’ 이런 식으로 잡지 않는다.
오늘 목표는 ‘끝까지 내 몸에 대한 통제감을 잃지 말아야지.’
어제는 초반부터 빠르게 달렸더니 오르막 코스에서 달려지지가 않았다. 더 빨리 힘차게 올라가고 싶은데, 몸에 대한 통제감을 잃었다. 마치 꿈속에서 빨리 도망가야 하는데 발이 푹푹 빠지는 느낌.
스스로 통제한다는 느낌은 아주 중요하다. 인생엔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 투성이지만, 작은 것이라도 내가 의도한 대로 통제하고 있으면, 멘탈이 무너지지 않는다. 통제감은 자신감의 원천이다.
아주 천천히 달렸다. 러닝이 아니라 조깅. 빠르게 걷는 사람보다 조금 빠르게. 다리 근육에 피가 도는 속도조차 통제하리라 생각했다.
가뿐했다. 천천히 달릴 때의 적은 ‘이 정도로 느리게 달려도 괜찮나’라는 의심뿐이다. 아니면 누군가 나를 앞질러 달려갈 때의 조바심. 그것만 이겨내면 천천히 달리는 것은 유익이 많다.
오늘은 3바퀴를 달릴 때까지 통제감을 잃지 않았다. 오르막이 와도 탄력을 유지했고, 내리막에서도 통통대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더 빨리 달릴 수도 있고, 이대로 계속 달릴 수도 있다는 느낌. 달리기를 마치고도 기분이 좋았다.
사실 달릴 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달리기 할 때 나는 내가 원하는 옷을 입을 수 있지만, 날씨가 더워지는 걸 막을 순 없다. 달릴 코스를 정할 수 있지만,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작은 경로 수정 외에는 경로를 이탈할 수 없다. 내 속도를 내가 정하지만, 그 속도가 빠른지 느린지 보는 외부의 시선은 통제할 수 없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창업을 하면 내 일을 다 내가 통제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창업가는 고객, 동료, 투자자의 통제(?)를 받는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사업이 커질수록 줄어든다.
다시 창업을 하기로 한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일의 온전한 주체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을지언정,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지는 일을 하고 싶었다. 물론 맞는 말이다.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창업을 하는 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창업가 역시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내 한 몸 정도다. 창업가로서 나는 앞으로 무엇을 통제해야 할 것인가.
매일 달리면서 든 생각을 글로 남기겠다는 다짐이 지속된다면, 내가 나에 대한 통제감을 유지하고 있는 증거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