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육아휴직

금리가 높아서 오히려 좋아

by 하루종일

날짜: 2023년 5월 2일 화요일

날씨: ☀️



첫째의 등교시간은 8시 50분이다. 원래는 8시 30분에서 9시 사이에만 오면 되는데, 1학년은 일찍 오면 관리가 안 되는지 8시 50분 이후에 오라고 한다.


매일 아침 8시반이 넘어가면 전쟁이 시작된다. 아직 붕뜬 머리로 가방도 안 챙겼는데 태평하게 소파에 앉아 룰루랄라 책을 읽고 있는 아들을 보면 오늘은 참자 다짐했던 말이 튀어 나온다.


“그냥 지각해. 너가 지각하는 거지 아빠는 아무 상관 없어!”


누가 보면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은 발 동동거리면서 소리치고 있는 내가 아니라 흥얼거리며 책 읽고 있는 아들인 게 분명할텐데 참 아이러니한 장면이다.


잔소리에도 태평하던 첫째는 밥을 먹다가 ‘삔또’가 나갔다. 동생과 숟가락으로 한대씩 장난으로 주고 받다가 몸무게가 동생의 거의 두 배 가까이 되는 형의 스냅이 강력했다. 동생은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힘센 형아가 되가지고’를 시전했다.


이후는 일명 ‘왜 나만 갖고 그래’ 익숙한 시나리오의 반복. 침대에 누워 억울함을 호소하며 학교 안 갈래를 외치던 첫째를 어르고 달래고 윽박지르며 거의 들쳐메고 등교길을 나섰다.


교문 앞에서 헤어질 때면 항상 하이파이브로 나름 애틋한 부자의 정을 나누는데 오늘은 나도 아들도 하이파이브를 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렇게 싸운 연인처럼 갈 길 간 아빠와 아들은 몇 시간만에 하교길 교문 앞에서 세상 반갑게 만나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바닥을 마주쳤다. 아빠는 아들이 죽고 못 사는 씽씽이를 들고 가 화해의 손을 내밀었고 아들은 '아빠 감사해요. 미안해요'로 화답했다.


아이와의 기억은 입출금 통장 같다. 좋은 감정 잔고를 유지하려면 평소에 좋은 기억을 쌓아야 한다. 매일 소소한 적립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 못 절제한 성질 한 번에 마통이 된다. 가뜩이나 고금리 시대인데 마통 이자가 감당이나 되겠나. 그래도 다행이다. 반대로 잔고 쌓아 놓기만 하면 이자 꽤나 붙을테니까.


육아 휴직이 하이퍼 고금리 때라 생각하고 잔고을 쌓아 보기로 다짐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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