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저출산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합계출산율이 1.1대를 유지하다가 이제는 1명도 낳지 않는 수치까지 내려갈 정도인데, 주변에 비혼을 선언하거나 결혼 후에는 아이는 갖지 않겠다는 젊은 세대의 의식변화를 통해서도 이를 체감할 수 있다. 사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결정은 오롯이 각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기에 국가적으로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미시적인 각 개인의 판단을 이끌어내는 사회구조의 문제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결혼이 나에게 좋을 것이 없고, 아이를 낳아봤자 고생만 한다는 의식이 이전 시대보다 크게 증가했다면 이는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접근해야 하며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저출산 현상은 국가적으로 크나큰 위기의 전조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저출산이 곧장 한국 고령화 문제와도 직결된다는 점에 있다. 의학기술 및 생활 여건 등의 변화로 이제는 평균수명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는데 정작 출산율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즉 노인 인구는 늘어나고 젊은 세대가 줄어들게 되는 것은 결국 인구구성의 기형적인 불균형을 가져오는데 이는 국가의 생산성으로 직결된다. (생물학적으로 노인이 되면 당연히 활동성이 떨어지게 되어있고 수명이 길어진다고 그 수명만큼 젊었을 때와 같은 생산성을 갖기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은퇴를 하고 연금 등을 통해서 생산보다는 사회적 소비의 역할에 무게를 두는 세대가 된다.) 그렇다면 국가의 생산성, 경쟁력은 결구 젊은 세대,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에 달려있게 되는데, 설상가상으로 한국 특유의 저출산 현상까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경쟁력하락은 당연히 GDP에 영향을 미치고 국민 모두의 생활능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생산가능인구의 부족은 노인빈곤방지의 최후의 보루인 국민연금의 고갈을 가져온다. 모든 국민이 노후보장을 위해 강제로 납부하는 국민연금이 급격하게 줄어들면 급증하는 은퇴인구를 연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고, 젊은 세대 역시 미래의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이 커져 국민연금 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저출산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판단문제로만 맡길 수 없는 심각한 문제임을 직시했다면 그 원인을 파악해봐야 한다. (단순히 개인 취향의 변화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거나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이라면 모르겠으나 한국사회 젊은 세대가 비혼을 선언하고, 출산을 거부하는 데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사회적 문제에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접근한다면 결혼자금 문제, 취업문제, 출산이후 육아문제, 교육문제 등 산적한 문제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을 정리하자면 한국사회의 세대 간 격차와 남녀 격차의 문제로 좁혀볼 수 있다.
한국의 고도성장기가 끝난 이후의 젊은 세대들은 누구보다 치열한 입시경쟁을 치뤘지만 부모 세대에 비해 취업이 녹록치 않다. 경제호황기에는 대학을 나오든, 나오지 않든 취업을 할 수 있고 가족을 꾸려서 계획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면 그 이후 세대는 엄청난 교육비를 들여가며 치열한 경쟁을 해왔으나 대학졸업 후에도 계속된 취업준비로 비용대비 성과는 크게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결혼의 조건인 취업과 주택문제에 있어서 이미 기성세대가 독식한 상태로 볼 수 있으며, 그런 부모세대의 도움조차 받지 못하는 젊은 세대는 늦어진 취업과 부족한 연봉에 결혼 자체를 현실적으로 꿈꾸기 어렵게 된다. 설령 결혼을 해도 시기가 경제문제에 대한 해결만큼 늦어지고 있어서 늦어진 결혼은 다시 저출산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한국의 남녀차별 문제를 들 수 있다. 실제로 비혼을 생각하는 성별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데 결혼을 해서 체감하게 되는 삶의 변화가 여성은 주로 부정적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82년생 김지영’ 소설,영화가 수많은 한국 여성들의 공감을 받았다는 것은 출산과 육아, 가사를 전담하는 것은 여성이라는 기존의 전통적 한국문화가 여전히 답습되고 있다는 방증인 것이다. 문제는 새로운 세대에서 남녀의 능력차이가 없거나 혹은 여성이 더 높은 학업능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런데 결혼 전까지 누구보다 유능했고 꿈이 있었던 여성이 결혼과 함께 살림의 대부분을 전담하게 된다,그리고 출산과 동시에 아이를 돌봐야 하는 엄마의 역할만을 강요받게 될 때, 나아가 시댁과의 갈등관계까지 겹치게 되는 이러한 현실을 바라보는 미혼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당연시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인 것이다. 즉 경제문제도 저출산의 중요한 요인이지만 동시에 가정을 꾸리는 두 명 중 한 명의 삶이 오롯이 희생되는 한국식 남녀차별의 문화가 경제문제 이면에 숨어있는 궁극적 원인일 수 있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은 세대 간 격차의 문제와 남녀 간 격차의 문제를 국민 모두가 직시할 수 있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땜질 식 출산정책들만으로는 결혼과 출산이 보여주는 미래의 불안이 해소될 수 없는 것이다. 기성 세대가 자신들이 움켜쥐고 있는 것들이 어떻게 다음 세대에게 절망이 되는지, 그리고 다음 세대가 비혼과 비출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정말 본인들도 원하는지 성찰해 보아야 한다. 남자들 역시 자신들이 일상에서 당연히 누리던 것을 왜 자신의 배우자는 포기해야 하고 희생해야만 하는지를 직시하고 결혼,출산, 육아, 교육을 당연히 나눠지고자 하는 삶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결국 한국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고착화된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시작점인 것이다.
결국 정부는 세대 간 격차와 남녀 격차의 문제를 국민 모두가 인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노력부터 해야 한다. 그 뱡항성을 제대로 교육, 홍보하여 제시하면서 복합적으로 일자리 문제와 부동산 문제를 연동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여성 경력단절 문제와 출산 지원, 교육지원 정책 또한 그에 맞게 입안해야 할 것이다. 본인의 소신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거나 출산을 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사회적 불안요소로 인해서 ‘안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할 수도 없지 않냐’는 보이지 않는 강제적 선택만 해소해도 한국사회의 저출산 문제는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