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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페홀로 Jan 04. 2021

[눈물닦고 스피노자] 피해망상증에 관하여


신승철/눈물닦고 스피노자/동녘


[피해망상증]  에 관하여   


다른 사람이 피해를 주지 않는데도 본인이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하는 정신 질환.

누가 나를 감시,괴롭힌다는 생각 등으로 증세가 드러난다.

 피해망상증은 현실적 맥락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라, 현실을 과장하고 왜곡된 믿음을 갖는 것이다. 현실에 있는 감시,도청, 해킹 등의 기술들이 자신과 관계되어 있다는 왜곡된 믿음 말이다.

 피해망상에는 초월적인 권력의 힘과 내재적인 삶의 힘, 그 사이의 논리적 혼동이 존재한다. 피해망상의 원인으로 자신의 결함, 적개심, 불만등이 남에게 투사되어 자신을 해칠 것이라는 생각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결국 자신 내부에 존재하는 적개심과 같은 무의식적 층위를 내재적인 삶의 관계망에서 수정하지 않는 한 치유가 어렵다.

 약물치료의 경우 망상을 일으키는 왜곡된 생각을 교정하기 위해 투여되는데 처음에는 눈조리개의 범위를 좁게 만들고 점차 넓혀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초월적이고 외부적인 힘으로부터 분리된 삶의 내재적 힘과 지평을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고 현실을 자유롭게 횡단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스피노자의 접근


신,국가,아버지와 같은 초월적인 힘을 가진 존재들이 자신의 삶의 내면까지 들여다본다는 생각이 지배하게 되면 자유인이 아니라 예속인이 된다. 그러나 초월적 존재가 내 삶의 내재성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삶의 내재적인 원인이 삶을 움직이는 것이다. 따라서 타인, 혹은 초월자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권력이 아무리 강해져도 결국 그 작동방식이 삶의 내재적인 방식이 될 수는 없다. 물론 자신이 그 시선을 내면화하면 영향을 미치겠지만 역으로 세상과 다른 방식으로 관계하고 다른 삶의 형태를 발견하려고 노력한다면 초월적 시선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권력이 가진 힘에 의해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과 삶의 내재적인 작동 원리에 의해서 세상을 바꾸는 사람 중 누구를 택하고 싶은가?? 

 초월적인 힘이 ‘권력’이라면 내재적인 힘은 ‘역능’이다. 세상에는 권력의 논리가 실재하는 듯 하지만 정작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권력자의 결정보다는 아래로부터의 민중의 #역능에 있다. 민중의 삶 속의 힘과 같은 역능이 모여 보이지 않는곳에서 세상을 바꾸기 시작하는 것이다. 시계추처럼 똑딱거리는 지루한 일상을 결정한 것도 본인의 역능이 한 일이다. 즉 자신이 변화시코자 한다면 그 힘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어있다. 자신의 삶의 내재적인 자기원인에 따라 창조적인 역능에 기반하여 세상을 바꾸려는 움직임이야말로 변화의 중요한 시발점이다. 

 결국 우리의 사랑과 욕망도 역능의 힘이다. 초월적 힘에 의해서가 아닌 자신이 원하고 느끼는 원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힘인 셈이다. 군대, 감옥, 학교, 병원처럼 권력이 강력한 배치를 만들어내는 공간에서도 사랑과 욕망의 힘인 역능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만약 모두가 권력이 원하는 방향과 반대로 움직인다면, 다른 방식으로 각자의 힘대로 움직인다면 권력은 존재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자신이 감시당한다는 망상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에티카 4부 인간의 예속 또는 정서의 힘에 대하여. 정리1에 ‘그릇된 관념이 소유하는 어떤 적극적인 것도 참다운 참인 한에서 참다운 것의 현재에 의하여 제거되지 않는다’ 

 즉 우리는 외부의 힘에 압도당할 때 그 외부의 힘에 대한 그릇된 표상에 사로잡힌다.거짓된 관념을 발생시키는 외부의 힘이 사라지지 않는한 그 그릇된 믿음은 계속된다. 이보다 더 강력한 새로운 힘이 발생하지 않는한 지속되기에 망상이 그릇된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초월적 권력의 시선이 있는 곳에서만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스스로 윤리적이고 미학적인 행동을 할 역능이 있다. 저마다의 강렬한 사랑과 욕망이 있다면 우리 삶을 감시 통제하는 초월적 권력보다 더욱 강해져 이를 벗어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과 역능이 보이지 않는 힘인 것은 그만큼 눈에 띄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 삶은 외부에서 영향을 미치는 힘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들과 관계 맺는가에 따라 , 그리고 현재 내 삶의 형태나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주변사람들을 사랑하고, 생명과 공존하고, 자신의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삶은 세상에 변화를 가져온다. 초월자로서의 아버지의 표상 및 남성성은 부엌을 새로운 형태로 받아들이고 여성의 입장이 되는 순간 사라진다. 세상은 초월적 원인이 아닌 재내적인 자기 원인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다. 

 결국 초월자의 힘이 그 힘에 사로잡혀 떨고있는 자기 자신의 그림자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무의미라고 여겼던 영역에 주목하는 것! 왜냐하면 의미있다고 여기던 것들은 주로 초월적 권력과 관계가 있다.  초월적 권력자와 똑같은 시선을 갖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변용의 움직임에 따라야 한다.  내재적 역능에 기반한 신체 변화를 만드는 것이 변용이며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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