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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페홀로 Dec 16. 2020

조두순, 그리고 유투버, 그리고 사법부


영원히 나올 것 같지 않았던 조두순의 출소가 믿기지 않는다.


조두순.


나와 같은 일반 국민들의 심정이 다들 이와 비슷할거라 예상해본다. 


'이런 흉악법이 어떻게 벌써 나오지?' 라는 당연한 상식적 생각말이다. 


나영이 사건에 대한 조두순의 범죄는 


단순한(그 어떤 사건이 단순하겠는가만은,,,, 그만큼 조두순 범죄행위는 끔찍하기에) 일반 강간과 다르다.


아동성폭행과도 그 결이 다를 정도로 끔찍했다. 그래서 난 그 묘사된 범죄상황을 담은 기사를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그가 출소했다. 


국민의 법감정과 실정법의 괴리가 만들어 낸 끔찍한 상황이 지금 이 시간, 우리의 공간에서 일어났다.


여기서 공간적 공포는 조두순의 위치에 근접할 수록 커진다. 


그가 새로 이사간 빌라주민들, 그 옆동과 같은 동 사람들, 같은 구, 같은 시의 사는 사람들 모두가 무언가 섬찟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



유투버.


조두순의 출소도 안믿기는 가운데 


그에 행적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면서도 


무엇보다 눈에 거슬리는 것은 바로 '유투버'라고 불리는 사람들.


그들은 조두순 출소 전부터 '정의'를 실현하는 사자의 역할을 자임하며(그렇다, 누구도 그들에게 그것을 시킨 적 없고, 심지어 그럴 권리도 없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 고 느끼는 국민적 정서를 낚아올리며 조회수를 쓸어담는다.


조회수, 그리고 수익, 즉 돈.


그렇다. 조두순에게 욕설하고 달려드는 일반 시민의 분노와 


카메라를 애지중지 끼고 자신을 촬영하며 욕설하고 달려드는 유투버는 전혀 다른 존재다. 


후자는 그저 이 장면을 담아내고자 하는 욕망이 우선하며,


이 장면을 자기 채널의 구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서비스 정신에 불과하다. 


그 모든 꼭지점에는 돈이 있고, 돈은 영하의 날씨속에서 유투버들을 불러내고 


조두순이라는 '화제성' 상품을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판매자로 그들을 둔갑시킨다. 


조두순의 집 앞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놓는 이 유투버들에게 '정의'라는 없다. 


'피해자 나영이'는 애초에 없으며, 심지어 가해자 '조두순'도 없다. 


그냥 그들은 '조회수'라는 실재성만을 믿으며 움직이는 서비스 대행업자일뿐,


그 댓가로 지역주민들은 조두순 자체에 대한 공포에 더해, 


생각지도 못한 삶의 불편을 경험하고 있다. 그들로 인해 경찰들 또한 예상 이상의 고충을 겪고 있을게다. 


'정의'는 그 유투버들이 함부로 담을 말이 아니다.



사법부.


지금 이 순간, 조두순의 집과 그 근처에서 벌어지는 아수라 현장은 애초에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장면이다. 


그의 범죄는 세상과 영원히 격리 될 정도의 범죄행위였기에 


그가 이렇게 일찍 나오지 않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 범죄자를 이렇게 일찍 풀어주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사법부의 '정의'다. 


그런데 재판관은 심신미약, 술취했다는 이유로  1심 무기징역을 12년 형이라는 국민 누구도 납득못하는 


자기만의 법적 기준을 넣어 감형했으며,


놀랍게도 검찰은 국민 누구도 납득못한 그 선고를 그대로 따르고 항소조차 안한다. 


지금의 아비규환, 의 근원이 12년 형으로 감경한 무책임한 판사와,

이것을 보고 항소하지 않은 직무유기의 검사에게 있다. 


국가가 허락한 권력을 그들은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조두순은 기력이 쇠하지도 않고 


건장한 몸으로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 (최소한 그는 허리도 펴지 못한 상태로 세상에 나왔어야 했다.)


나오지 말았어야 할 자가 나오게 되니 


사회는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고, 그래서 논란이 되는 셈이다. 


거기서 이슈가 발생하고 


조회수에 영혼을 팔아먹는 자들까지 꼬여들어 사태를 더욱 키운다.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조두순을 감시해야 하는 수많은 경찰 및 행정인력의 낭비 또한 극심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감시하는 설비와 인력이 투입되면 될수록 


조두순의 인권침해가 발생하게 되는 뭐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그에게 무슨 인권이냐고? 


맞다. 그에게 무슨 인권이 필요한가? 


그러나 그에게 인권을 다시 확인시켜 준 것이 사법부의 판단이다.


법적으로 엄연히 그는 만기출소자이고, 즉 법적으로 자신의 죗값을 치른? 것이다. 


아무도 받고 싶어하지 않은 그의 죗값을, 


나영이도, 지역주민들도, 국민누구도 받고 싶지 않은 죗값을 


사법부가 받아주었고, 그렇게 그는 출소한 것이다. 


이제 그는 오히려 항변할 수 있을지도 모르다. 


왜 나만 다른 성범죄자와 달리 특별 취급을 받아야 하느냐고, 죗값을 다 치렀는데도 


왜 나만 일거수 일투족, 그것도 공무원들이 최선을 다해 감시를 하고 있는거냐고, 


정말 보호해주고 싶지 않은 인간인데, 


그런 자가 나왔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보호를 받아야만 하는 인간이기도 하다. 


사회로 나온 그의 인권을 우리가 박탈하는 순간,


더 끔찍한 범죄의 가능성으로 그를 내몰아 버릴 지도 모르기에.



모든 것이 엉켜버렸고, 


아마도 지금의 순간이 지옥같을 나영이와 나영이의 가족들에게 


우리는 또 무슨 죄를 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두순도, 유투버도, 사법부도, 


꼴보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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