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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겁쟁이 공작새 Dec 17. 2019

사물단상- 모래재떨이

사막의 묘비들


사막이 보인다

삭막하고 조용한 지평선

불이 났던 걸까 간혹 황토빛 사이사이로

잿빛의 무더기가 보이곤 한다

연기가 피어오른다 

마치 용암이 아래 숨은 것처럼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지만

얼마 안 가 연기는 가라앉는다


거대한 모래언덕을 넘자

눈앞에 주욱 길게 새하얀 

묘비들이 늘어서 있다

어떤 것은 곧게 

어떤 것은 삐뚜루 

어떤 것은 무너져 내렸다


묘비의 주인들은 사랑을 받았나 보다

나무라곤 보이지 않고 구름마저 땅끝 저 너머로 자취를 감춘 

사막의 한가운데건만

묘비의 주변은 지인들의 눈물에 젖은 것인지 축축하다

질척해져 진흙이된 모래가 발목을 붙잡는다

다가가 흰 묘비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모든 묘비 위에 동일하게 적힌 단 한 줄


사인 : 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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