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되면 차가운 바람이 종종 불어온다. 노을빛이 걸리는 구름이 괜스레 더 높게 느끼지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닌 듯하다. 어느덧 가을이 오고 있다. 시간이 참 빠르다. 추억 몇 가닥 새겨놓은 봄과 여름이 저물고. 돌아오는 가을바람에 일 년 전 새겨놓은 추억의 잔향이 불어와 코끝을 맴돈다.
몇 번의 계절을 보냈을까. 반복되는 날이 많아지고, 계절에 새긴 추억은 줄어든다. 가까운 추억이 줄어드는 탓일까. 흐려지는 먼 추억을 지키려 애쓰다 하루를 보낸다. 어제도 하나의 추억이 되는 날들이 오겠지. 언제든 꺼내어 행복을 회상하는 날이 올 것이라. 굳게 믿고 하루를 보내도, 지나가는 계절 속에 각인되는 추억이란 존재가 이제는 너무나 소중하다. 모든 게 흐려져만 간다.
기억에서 사라지는 하루가, 이 순간이 추억에 요동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보잘것 없이 살아가는 오늘이, 어제보다 더 눈부셨으면 좋겠다. 설령, 그러지 못하여도. 시간이 서두르지만 말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