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만사 - 1

1. 有賓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빈 자원방래 불역락호)

by 빈그릇

그간 10번에 걸쳐 초보의 식당 창업과 관련하여 다소 힘들고 무거운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식당 운영이 힘든 부분만 있는 것이 당연히 아니죠. 이번부터는 食堂 萬事 란 제목으로 식당 운영하며 느끼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有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빈자원방래 불역락호)


내가 자라고 직장 생활하던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장사를 하다 보니 자연히 친구와 직장동료 들을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게 되었다. 초기에는 멀리서 친구들이 자주 찾아와 공자가 말한 기쁨(有自遠方來 不亦樂乎, 멀리서 벗이 오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을 누리기도 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뜸해져 물리적 거리감이 심리적 소외감으로 바뀌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사실 나만이 아니고 가까이 있는 친구들끼리도 서로 잘 못 보고 있었다. 耳順 나이 즈음한 세월은 우리의 실없던 통음의 객기를 누그러뜨려 이제는 서로 만나야 하는 이유가 특별하지 않으면 연락하여 만남을 청하기 조금 부담스럽게 되었다. 그러니 특별한 이유로 애경사 만한 것이 없어 이를 애써 찾는 것은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대부분일 게다.


식당 자영업자는 주변 사람들을 만나기가 더 어렵다. 지인들 과의 만남은 대부분 점심이나 저녁 식사와 함께 한다. 만남이 많아지는 시기에는 식당도 자연히 바빠지게 되니 마음 편히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 모임을 피하게 된다. 그럴수록 친구들 보고 싶고 모임에 대한 아쉬움은 커져간다.


식당 손님들 과도 보고 싶은 나지막한 소통이 있다. 서로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은 안 해도 스치며 들리는 손님들 간의 대화나 전화통화 내용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가족과 성격은 어떤지 조금씩 알게 된다. 단골손님은 어느덧 우리 식당 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 어쩌다 한동안 안 보이면 궁금해지고, 갑자기 웃으며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너무 반가워 왜 왔냐고 타박하듯 물으며 농을 던진다.


우리 식당 직원들에게 효자 아들 이란 별명을 가진 손님이 있다.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와 식사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앞치마까지 가져와 어머니 식사를 찬찬히 도와드리고 흘린 음식 등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간다. 어머니는 아들의 이 정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내 무표정이시다. 아들은 싫은 표정 하나 없이 묵묵히 어머니 식사를 모신다. 필시 아들의 어린 시절, 어머니는 그 이상의 사랑으로 아들은 보살피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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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을 이고있는 우리동네 배밭>


이 모자의 모습이 한동안 보이지 않아 궁금하던 중 아들만 혼자 나타났다.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어머님은…?” “아 네. 저희가 XXX로 이사 갔어요. 그래서 못 오셨고요. 어머니 드리게 포장해가려고요.” 효자 아들 오면 주방이 좀 시끌 해진다. “언니~ 효자 아들이야. 많이 넣어드려.” 식당 식구 모두들 그런다. 저런 아들 있으면 걱정이 없겠다고.


이사 간 그곳은 우리 가게에서 약 4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그때부터 어머니 드리기 위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포장해 간다. 그 멀리서 오는 손님은 너무도 큰 기쁨이다.


自遠方來 不亦樂乎, 멀리서 손님이 오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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